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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경 May 11. 2024

교수의 자격

공부의 끝(13)

10년 넘게 대학강의를 했다.

그리고 이제 박사 대학원생이 되어 수업을 듣고 있다. 교수에서 학생으로의 자리 바꿈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일단 학생의 입장에서 가르치는 자로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가령, 저 교수가 지금 가르치는 것에 진심인지, 시간 떼우고 돈 벌기 위해 왔는지, 뻔히 보인다.

저 교수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가르치는 지, 자기도 모르는 것을 지성화로 감추고 현학적 허세만 부리고 있는 지 보인다.

저 교수가 지금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지, 한참 지식 욕구가 최상의 상태에서 가르치고 있는 지 보인다.

주로 박사 학위를 바로 끝내거나 갓 유학 갔다 귀국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욕망과 의욕이 넘칠 때, 수업의 질이 좋다.

여기서 수업의 질이 좋다는 것은 교수 능력이 유창하고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라, 스킬은 떨어지나, 열정으로 이것 저것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많은 것을 주려고 하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는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지식적인 면에서는 얻을 게 없으나, 수업외적인 면에서 정보를 많이 주거나, 직업과 연계된 대외 활동을 물어다 주는 경우엔 그래도 수업의 불성실이 커버되기도 한다.

수업 지적인 면보다, 밥을 사주거나 커피를 사주거나 학교외적인 만남을 통해 정적인 것에 호소하는 교수들도 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다.

진심은 통한다.

자신은 반복에 반복을 더해 수백 수천번 교수 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처음 본듯 성심 성의껏 가르친다면 학생들은 감복할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교수 사회에 몸 담은 이라면, 사실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교수 스스로 반성하고 조심하고 일신우일신해야 한다.

결국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지만 가르치는 자의 그림자를 오늘도 학생들은 딛고 일어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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