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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경 May 12. 2024

발표의 자세

공부의 끝(14)

논문 초록이 통과되어 다음 달 터키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한다. 떠나기 전, 터키 관련 사전 세미나가 있었다. 참석자 마다, 터키에 대해 한 주제씩 맡아,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사회, 언어, 예술등을 조사하여 발표하였다.


조교가 따로 자료집을 만들기 위해 관련 도서를 조합한다는 말에 나는 제출한 도서를 읽는 수준에서 발표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줌 회의 바로 몇분전까지 전혀 준비 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발표할 내용은 이스탄불의 역사다.


발표가 시작되고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다들 학술회의도 아니고, 단순히 학회가 열리는 나라에 대해 서로 정보 공유하는 차원의 세미나 인데도 불구하고, 해외 관련 논문 까지 찾아 오는 정성의 PPT로 무장하여, 너무나도 준비를 잘 해왔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교수는 나의 책 읽는 수준의 발표에 시간이 촉박하니, 다음 발표자로 넘어가자는 메마른 말만 내뱉으며, 어떤 코멘트나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학생들마다 지도교수에게 잘 보이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좋든 싫든 자신들이 선택한 교수이고, 지도 교수에게 인정을 받아야 학위가 통과되고, 그 이후 연구 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말주변이 없어 임기응변으로 자료만 가지고 즉석해서 살을 붙이며,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설명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쓰여진 것을 그저 읽는 수준으로 주저리 주저리 늘여놓고 싶지는 않다. 둘을 교묘하게 잘 섞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발표도 일종의 퍼포먼스로, 순간 집중력과 대중을 이끄는 카리스마와 통제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대중들 앞에 많이 서는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미리 양질의 정보를 모아 자기 콘텐츠의 질을  높인 후,  먼저 자기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남도 이해시킬 수가 있다. 어떠한 방법으로 대중들을 사로 잡느냐의 스킬문제는 또 각자가 자기에게 맞는 최선의 방법들을 고민해야 할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발표자리가 많을 텐데, 걱정이다. 미리 준비를 해야겠다. 스트레스 쌓이지만 이 전에 해보지 않았던 경험들이라 재미는 있다.


전문 “연”사는 아니지만 “연”주자의 자세로 다음 주에 또 있을 발표를 잘 준비해야 겠다.


이번에 발표할 내용은 ‘질 들뢰즈’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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