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끝(22)
“넌 어쩜 비평가나 이론가에 가까워”
A의 독설이 또 시작된다. 무대에 서는 걸, 즐거워 하지 않는듯 하며, 저지르지 않고 항상 먼저 고민하고 생각만 한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하루 2-3탕 뛰던 재즈 클럽 밤무대(?)생활이 나에겐 즐겁지만은 않았다. 생각이 모이면 주로 앨범을 냈고 책을 썼다. 여러 사람들 앞에 서는 걸, 두려워했고 단둘이 만나서 대화하는 걸 즐겼다.
사실 라이브 연주가 줄어든건 그들이 나를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기 보단 내가 서서히 줄인탓도 있었다.
“넌 너무 모든걸 귀찮아해!”
그것도 사실이긴 하다. 에너지의 100을 쓰면 왠지 스트레스로 죽을 것 같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여지를 둬야 그나마 숨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
그렇다고 난 비평가나 이론가는 아니다. 꼼꼼하지
않다. 누굴 조목조목 분석하고 분류해서 유목화하고, 반대 의견에 대항하여 나만의 무너짐 없는 성벽으로 대처할 만한 의지가 부족하다.
그저 내 상상력을 뒷받침해 줄 이론적 배경과 기술의 도움을 얻고 싶을 뿐이다. 나의 ‘그냥’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