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해보면 이분 못 만났으면 로스쿨 어떻게 다녔을까 싶은 선배가 있다. 심지어 같은 학교 사람도 아니다. 공모전 같이 하던 친구가 한쇼(ㅋㅋㅋㅋㅋㅋ) 확장자로 파일 전송하고는 뭐가 문제인지 모를 때 같이 조용히 한숨쉬던... 형재실 메모법 몰라서 ???하고 있을 때 자기 메모 스캔떠서 보내주던... 그 외에 사소하게 도움받은 게 많은데 이쯤 되면 자잘한 건 기억도 안 나는 그런... 로클럭 써보게 됐다고 얘기했더니 자기 자소서도 보여주고 법률조사관도 같이 써보라고 알려주신... 보고계십니까 선배여... 아멘...
이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도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명칭이 '법률조사관'이었던 것 같은데, 대법원 새소식에 ‘법률조사관’으로 검색해봐도 2018년 글밖에 안 나온다. 내가 지원할 때, 그러니까 2019년 여름 즈음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고. 생긴 지 얼마 안 된 같기도 하고 그런데, 재판연구관으로 검색해보면 전문임기제공무원(그왜 조세법이나 그런 특정분야 전문가 뽑는)으로는 꽤 나온다. 헌데 ‘재판연구원 같은 것’이 대법원에도 있다는 것은 나도 2019년에 선배가 알려줘서 알았다. 위의 선배한테 이야기도 좀 듣고 자기소개서도 좀 구걸하러 만나줍쇼 하고 나갔다가 이런 것도 있으니 중복지원 되면 써보라는 말을 듣고서야 알게 된 것이다. 솔직히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마음은 자주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대법원 홈페이지에 재판연구관이나 법률조사관으로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5명밖에 안 뽑는다. 지금 변시도 오락가락할 와중에 5명 안에 들겠냐 싶겠지만 쓴 이유는 재판연구원이랑 지원서 양식이 거의 똑같아서였다. 어차피 하는 일도 재판연구원이랑 뭐 크게 다르겠냐(????) 싶기도 하고, 공고에 나온 주요 업무에도 대법원에서 사건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조사, 연구업무 담당이라고만 되어 있으니까…!
실제로 요구하는 서류도, 자기소개서 양식도 거의 똑같다. 이력서나 지원서, 인적사항 작성표(엑셀파일) 등이 약간 다른 정도. 어차피 로클럭 썼으면 30분 안 걸린다. ㅋㅋㅋㅋㅋㅋㅋ 자기소개서는 일단ㅋㅋㅋㅋㅋㅋ 복붙하고ㅋㅋㅋㅋㅋ 재판연구원 찾아서 재판연구관으로 바꾸고 다시 읽어보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로 똑같음) 기본증명서와 주민등록표초본을 몇 통씩 요구하는 것도 똑같고. 그리고 이미 재판연구원에 지원했으면 병적증명서, 최종학교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는 안 내도 된다. usb에 파일을 담아가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재판연구원은 접수할 수 있는 사이트 링크가 있어서 거기 업로드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재판연구원이 그랬듯이 이것도 직접 방문제출해야 한다. 대리인제출이 가능하긴 한데 솔직히 수도권에서 학교다니고 있으면서 그정도는 가도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머리 식힐 겸 다녀왔다.
예전 블로그에서 가져온 거라 서명이 워드프레스로 되어 있다. 대법원 앞, 지원자 원서접수장(4층) 화살표 안내문이 서 있다.
이걸 왜 몰랐는지 모르겠지만 대법원은 교대역보다 서초역에 더 가깝다. 근데 살면서 대법원 가볼 일이 몇 번이나 있었겠어. 무튼 서초역에 내리면 5번 출구라고 되어있긴 한데, 6번출구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그냥 타고 올라갔다. 그럼 대법원 후문이 나오는데, 여기서 찾아가는 것도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 다만 게이트에 신분증 찍고 올라가야 하는데, 경비 보시는 분께 저 재판연구관 임용 접수 내러 왔는데요 하면 열어주고 길도 알려주신다. 엄청 친절하셨음.
그렇게 4층에 올라가면… 어… 엘레베이터가 진짜 사람 기죽이게 생겼다. 뭔 산수화를 조각해놨어 엘레베이터 안에… 무튼 401호로 가면, 원래 꽤 큰 회의장이었을 것 같은 곳을 일부 막아서 나눠놓은 공간이 나오는데, 애초에 사람을 적게 뽑는 데다가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나 말고 아저씨 한 분(아마도 자녀분 서류 대리접수)이 계셨다. 담당자는 전화 중이었는데, 대리접수하고 가신 어떤 어머님께 수입인지 빠졌으니 가져오시면 접수해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입인지를 내라고는 되어 있었는데 수입인지가 뭔지 몰랐다. 사실 지금도 모른다.
담당자에게 지금 접수 가능하냐고 물어보면, 준비되면 벨을 누를 테니 그때 들고 들어오면 된다고 한다. 서류를 순서대로 맞추고(지원서-이력서-자기소개서-개인정보어쩌구동의서 등-사진-기본증명서-주민등록표초본 등) 있으면 불러준다. 혹시 자기소개서에 썼고 따로 인증하고 싶은 사항이 있으면 사본과 원본을 함께 가져가자. 확인 후 원본대조필 도장을 찍어준다. 나는 JLPT만 한 장 복사해갔다.
참고로 2019년 당시에는 401호 내에 컴퓨터와 프린터가 있었으므로 한두 장 빠진 것 있어도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근데 재판연구원 쓸 때 갔던 서울고등법원에는 그런 거 없었던 것 같은데. 복사실 가서 천원 내고 컴퓨터 쓰고 울었던 것 같은데…
근데 수입인지가 빠졌다고 사오라고 해서 그게 뭐냐고 하려니 ‘지하 1층 신한은행 가서 만원짜리 사 오세요’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갔더니 이미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는지 직원이 바로 ‘만원짜리 필요하시죠?’ 하고 물어봐줬다. 아… 대체 이게 뭘까… 무튼 사갔다…
대한민국 정부수입인지 사진. 그 외 부분은 블러처리해뒀다.
그렇게 서류접수 마무리. 그럼 내가 제출했던 서류에 도장과 응시번호를 찍은 후 찢어서 응시표로 준다. 왠지 우와… 싶지만 별 건 아니다.
주의사항이 있다면
재판연구원과 중복지원은 가능하나, 중복선발이 불가능하다. 이후 선발절차에서 중복 참석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던가 그랬다. 면접이랑 인성검사가 같은 날이었나.
(재판연구원과 같음) 요구하는 서류가 1통이 아니며, 주민등록번호가 전부 나오게 받아가야 한다. 나는 ‘기본증명서’라는 게 있다는 걸 재판연구원 쓰면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번호 안 나온 걸로 줘서 헛돈썼다. 어째 방청소하다가 이런저런 증명서들이 몇장씩 나오더라.
(재판연구원과 같음) 접수시 신분증이 필요한 것도 똑같다. 재판연구원 쓸 때 깜박하고 안 가져갔었어서 이번엔 전날 자기 전에 책상 위에 올려놨었다.
usb에 파일을 담아오라고 하는데, 담아가면 그냥 파일만 따로 담은 후 돌려준다. 파일 제출 방식이 온라인 업로드가 아니라 usb에 담아가는 방식인 것뿐이다.
그렇게 괜히 겁을 먹었던 재판연구관 지원이 끝나고 엄마랑 서래마을 가서 점심 먹었다. 끝
왼손으로 응시표를 들고 있는 사진. 2019.9.5.공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채용시험이라고 적혀 있고, 내 이름과 생년월일, 응시번호, 접수일자, 도장 등은 블러처리했다.
응시표. 응시번호도 도장으로 찍어준다.
2020년에 변시까지 다 끝나고 워드프레스에서 브런치로 글 옮기면서 하는 말이지만 떨어졌다;
*200802 추가
위에 링크 걸어둔 거 보면 알겠지만, 2020년도 대법원 재판연구관 임용대상은
○ 2020년 1~2월 사법연수원 수료 예정인 사람
○2020년 1~2월 법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 취득 예정인 사람(2020년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 조건). 단, 민사 및 형사 재판실무강의 수강자에 한하여 지원 가능
○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였거나 법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서 2020년 군법무관 또는 공익법무관 의무복무를 마칠 예정인 사람. 단, 법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의 경우 민사 및 형사 재판실무강의 수강자에 한하여 지원 가능
으로 되어 있다.
근데 댓글 달아주신 어떤 분 말씀으로는 실제 채용자들은 변호사들 혹은 교수급의 사람들이라는데...?? 모르겠다... 로스쿨 전에 어떤 법조경력(혹은 법이랑 상관 없는 전문분야?)을 가진 사람이 임용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