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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지마 Mar 09. 2020

형재실이란 무엇인가

2018년 2학기 고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과목에 대하여

*2018년 말에 작성한 워드프레스의 형재실이란 무엇인가를 2020년 3월에 약간 수정한 글입니다.

*이것을 보고 이대로 형재실에 대비하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냥… 무엇을 궁금해해야 하는지 정도만 보고 가십시오… 제일 중요한 건 '끝까지 써라'하나이고 제대로 된 공부방법은 다른 데 가서 찾으십시오 힝



형재실이란 무엇인가. 로2 여름방학에는 형법과 형소 공부를 하여 형재실에 대비를 하여야 한다는 말은 들었으나 당췌 이것이 무엇하는 과목인지 어디에 물어보기도 그렇고 선행을 하자니 그렇게 열심히 해야 하는 건지 몰랐으며 뭐에 쓰는 과목인지도 몰랐다.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안 듣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나도 안 들을 걸 그랬다...고 하자니 로클럭 본시험까지 본 후에 이렇게 말할 수는 없게 되었다.

로클럭 생각이 있는 경우 형재실과 민재실에 목숨 걸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한다. 로클럭 선발 필기면제를 형재실 민재실 성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로클럭 생각이 없었으며 그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수업 들어갔다가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다. 일각에서는 다른 내신보다 형재실 민재실 잘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더라 취직할 때 그건 본다더라 하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또 어따 검색해보니 회사에서 그 과목이 뭔지도 몰랐다는 이야기도 있더라. 다만 딱 하나 확실한 것은, 로클럭 지원할 때 로스쿨 졸업예정자의 경우 형재실, 민재실을 안 들으면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단 형사재판실무는 실무 느낌이 들긴 하는 수업이다. 실제로 사법연수원 교수인 판사가 와서 수업한다. (*다만 판사-교수들 간에도 강의력의 차이는 있다고 한다) 그냥 생각나는 것부터 써보자면, 이 과목은 기말고사 한방으로 모든 게 결정나는 수업인데 그 기말고사라 함은 기록을 보고 판사님께 보고서를 드려야 하는 재판연구원의 마음으로 검토보고서를 쓰는 것이다. 17년 2학기에는 없었을 텐데, 2018년 2학기의 경우 형사법 사례문제도 있었다. 배점이 크거나 아주 어렵게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냥 빨리 쓰고 지나가면 되는 수준. 일반 사례형 문제보다 양식을 좀 덜 신경쓰고 풀어도 되고, 분량 자체도 적은 편이었다. 검토보고서가 제일 중요하다.

대강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보자면, 피고인 서너 명이 한번에 기소되어 온다(물론 공범인 놈들도, 공범 아닌 공동피고인인 놈들도 있음). 이들에 대한 공판기록 및 수사기록을 보고 메모를 한 후 각 놈들의 각 죄에 대하여 공소기각/면소/유죄/무죄 판결을 내리는 것. 사실 이전까지는 공소기각 면소 무죄 하나도 구분 못했는데 이거 들으면서 머릿속에 딱딱 박혔다. 그거 하나 건졌네; 그 외에 처단형 계산 문제도 있는데, 이는 피고인 갑이 몇 개의 죄를 지었고 이 죄들이 상상적/실체적 경합에 해당하니 죄다 계산하면 갑에게 총 몇년에서 몇년정도 징역을 때려야 한다는 것을 계산하는 것이다. (항상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처단형 부분은 기록과는 별도의 문제로 나온다. 기록에 나온 각 놈들의 유죄판결을 하게 하고 나서 처단형까지 계산하게 하면 맞출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라고 한다;

…이 짓을 (2018년 기준) 총 4시간 동안 강의실에 감금되어 한다. 중간에 화장실 한 번 갔는데 공기가 다르더라. 2시부터 6시까지 시험치고 8시까지 팔아팠다. 뭐야 이번에 그렇게 안 어렵네! 하면서 술술 썼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기 5분 전까지 팔 붙잡고 울면서 썼다. 어렵게 나오면 대체 얼마나 힘든거여.


교재는 대강 다음과 같다.

– 형사재판실무 강의노트: PPT를 인쇄해서 제본한 책인데, 메모 공간이 있다. 대체로 이거 가지고 수업 많이 했다.

– 형사판결서작성실무: 검토보고서…라기보다는 판결서 작성에 가깝긴 한데, 기재례나 (부록)죄수론 등을 봤다. 우리는 이거 가지고 수업 많이 했는데, 친구네 학교(다른 교수)는 거의 안 봐서 새 책이라 내년에 팔아먹을까 한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 형사소송절차실무, 형사증거법 및 사실인정론: 그냥 형소 같은 느낌의 책인데 우리는 이걸로 수업 안 해서 별로 안 봤다. 친한 후배가 있으면 물려줘도 되고 버려도 그만이긴 한데 나중에 사무실에 꽂아놓으려고 그냥 뒀다. ㅋㅋㅋㅋㅋㅋ

– 형사실무수습기록Ⅰ: 연습기록이 몇 부 실려있다.  사법연수원 기록도 구해서 볼까 했는데, 숫자('59-6' 뭐 이렇게 생긴 거)가 비슷하면 거의 비슷한 기록이라 굳이 이거저거 볼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애초에 바빠서 뭘 더 구할 시간도 없었다.


참고로 우리 학교의 경우 8기 교수와 9기 교수가 같았는데, 8기 선배 하나가 말하기를 “뫄뫄 교수가 너네 때도 수업을 한다면 수업 굳이 들어가지 말고 과제만 열심히 해서 내라. 난 수업 거의 안 들어가고 과제 열심히 풀어서 B+ 나왔다.” 라고 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 선배는 법학사 사시출신이었다(본인은 1차만 준비했었다고 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나보단 낫잖아…). 이 말 중에서 확실히 맞는 것만을 고르자면, 출석과 과제는 학점에 거의 반영되지 않고 기말이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어차피 과제 올려줘도 답도 같이 올려주고 그냥 내기만 하라고 하더라고.

직접 들어보니, 교수가 수업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면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거 안 들어도 혼자 공부하는 데에 큰 지장이 없기 때문. 죄수론이나 형사소송법 같은 거 혼자 공부 못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기재례를 교수가 알려줘야만 쓸 수 있는가? 딱히 그것도 아닌 듯한… 모범검토보고서 잘 보고 익히면 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리고 이 수업의 정말 무서운 점은, 3학점 주제에 4시간짜리 수업이라는 것이다. 망할놈… 수업 한 번 들으면 하루가 다 간다. 아 근데 생각해보니 종강이 빠르구나. 올해 기준 12월 1일 토요일에 시험봤으니 12주 정도 수업한 것 같다.


수업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지는 모르겠으니 시험 대비하면서 후회했던 점을 조금 써보자면, ① 진즉부터 메모 연습을 하지 않은 것 ② 쉬운 모범검보 가지고 기재방식 보다가 신빙성 탄핵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운 것 정도. 로3 여름을 지난 선배들한테 메모법 물어보기도 뭣하고, 교수는 메모법은커녕 헛소리만 해대서 헤매다가 결국 다른학교 선배;가 자기 메모 스캔해서 메모법 설명하는 글을 보내줬는데(다시한번 큰 감사 드립니다 꽃길만 걸으소서),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여름방학에 미리 누구라도 잡고 물어보고 이게 뭐하는 과목인지, 메모는 어떻게 하는지, 뭘 공부해서 대비했어야 하는지 등을 좀 알아놨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힘들었던 11월… 다 죽이고 싶었다…


 -메모법은 2019년엔가 위의 선배가 알려준 메모법을 기반으로 해서 워드프레스에 대강 올린 적 있었는데, 그걸 수정해서 여기 올릴지는 잘 모르겠다. 워낙 대충 쓴 글이라. 나는 본 적 없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씨앤비 같은 곳에서 나오는 '형사재판실무/민사재판실무 메모법' 같은 책이 있다고 한다. 근데 10기 친구가 이 책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신빙성 탄핵은 이놈이 유죄인가 무죄인가 할때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해서 유죄냐 무죄냐를 판단하는 거 말하는 건데 매우 쉬운 검토보고서에는 이런 게 없다. 피고인의 진술과 증인의 증언들이 갈릴 때 누구 말을 믿을 것인지 본 후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식을 좀 익혀놨어야 하는데, 이걸… 사흘 전에 또다른 다른학교 선배(…)에게 물어보고 급히 변시 형기록 책을 봤다. 이번에는 그렇게 어렵게 나오지 않았지만 큰 감사 드립니다 변시 고득점합격하소서… 참고로 신빙성 탄핵 자체에 대해서는 따로 가진 자료가 없다면 노수환 저 <핵심형사기록>을 보는 게 가장 좋다. 나는 학교 형사기록형 수업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많이 보진 않았는데, 정말 좋은 책이고 웬만하면 책장에 저거 한 권씩은 다 있다. 나는 저 책을 아직 모르는 채로 변시 형기록(그 왜 유니온 같은 거) 책을 봤었는데, 그러다 보니 신빙성 탄핵이 뭔지는 알겠는데 (생판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더라.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선배 없는 아싸같은데 딱히 그런 건 아니다 그냥 그들을 괴롭히기가 너무 미안했을 뿐… 사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거 좀 물어봐도 되는 거였는데…

참고하기에 좋은 책은 노수환저 <핵심형사기록>, 씨앤비에서 나온 <형사소송실무 단박기재례> 정도가 있다고 한다. 어디서 생겼는지 왠지 내 책장에 단박기재례 복사본이 있던데 물론 내가 그것을 기억해서 볼 인간이 아니었고, 핵심형사기록을 안 본 것은 조금 후회했다. 이건 형재실용 교재는 아니고 변시형기록용이긴 한데, 나름 도움받을 만한 지점들이 있었기 때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게 아니고 조금만 훑어서 몰랐는데 형재실용, 검실용 판례들이 체크되어 있다는 것 같다..고 써놨는데 그랬나...??? 이후에 로3때 보긴 봤는데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인강도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이 바쁜 인생에? 안들어봐서 모르겠다.


시험도 참 대단하다. 전국공통으로 보는 시험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매우매우 중요하며 심지어 자기학교 담당 판사님께 슬쩍 물어보면 판사님에 따라서는 전국등수도 알려주신다고 하니(!) 관리가 매우매우 빡세다. 심지어 시험시작 15분 전까지 입실해야 하는데, 그때 문을 잠근다… 이때까지 못 들어가면 시험시작 15분 후에 들어가야 한다. 시험 중간에 화장실 갈 수 있긴 한데 시간이 없어서 뛰어서 다녀왔었다. 뛰어서 급히 일보고 나왔더니 감독관이 따라나와있었는데, 신경 못 쓰고 그대로 뛰어서 돌아갔다. 그렇게 4시간 내내 미친듯이 쓴 후 답안지를 스테플러로 철해서 책상 위에 가지런히 모셔두고, 시험이 끝나면 바로 퇴실해야 한다. 답안지는 답지묶음 같은 것을 하나씩 주는데, 뜯어서 쓴 후 순서대로 맞춰 시험종료 전에 미리 철해서 책상 위에 올려둬야 한다. 공용 스테플러가 있는 것과는 별개로 자기 것을 준비해오라고 하며 준비해가는 게 편하다. 참고로 나는 그렇게 많이 쓴 것 같지도 않은데 작고 강하지 않은 스테플러 가져갔더니 와그작 하고 고장났다. 퇴실 후 한 20분 정도를 복도에서 덜덜 떨며 동기들과 서로 팔을 주물러주다 보면 짐을 챙기러 도로 들어갈 수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여름에 형각 및 특별법을 빡세게 공부해두며 + 메모법을 여름 후반기에는 배워서 쉬운 기록 한두 번 보면서 어떤 과목인지 감을 좀 잡고, 학기 중 매주, 하다못해 격주라도 메모연습을 했으면 (더 잘 했을 것 같진 않아도) 11월에 시험 준비하면서 덜 당황했을 것 같긴 하다. 메모할 때마다 양식이 새로워서 울고 싶었다. 게다가 검실과는 다르게 답안 쓰는 양식이 까다롭다 보니 좀 더 연습을 했었어야 한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고. 뭐 선배 하나는 답만 잘 맞춰 양식 안 중요해! 라고 하는데 사람 맘이 그게 됩니까 선배님!!!

그나마 잘했다 싶었던 건, 검실 교수님이 시킨 대로 매주 몇개 파트씩 형각을 돌렸던 것. 이번 검실1이 화딱지나게 어려워서 검실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됐던 것 같은데 형재실에서는 그나마… 뭐 그나마 과제 열심히 한 건 잘했다. 그건 수업 잘 못하는 교수님의 수업보다 더 도움이 됐다.


형재실 시험에 대한 팁도 생각보다 세상에 많이 널려 있다. 각 교수들이 마지막 시간에 은근히 힌트를 흘리니까 서로 다른 학교에서 흘러나온 팁을 모으라든가(우리 교수님 아무말도 안해주더라), 공소기각이나 면소가 전혀 안 나오면 의심하라든가(면소 안 나오는 걸 의심 안 하고 놓쳤다). 형재실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긴 한데, 검실을 같이 들으면 여러모로 좋고 검실 교수님이 시킨 대로 형각을 1/14로 나눠서 매주 1/14씩 공부해두면 형재실에도 도움이 되고 다음 학기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몇 번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가장 도움이 된 건 '끝까지 쓰세요'였다. 메모법 알려준 선배가 마지막에 '끝까지만 쓰면 생각보다 좋은 결과 있을 거다'라고 했는데, 말투가 평온해서 몰랐는데 이게 형재실/민재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만 쓰면 정말로 생각보다는 잘 나오니까 끝까지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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