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다니면서 별의별 생활용품을 다 알게 되었다. 학부 때는 공부는 조금만 하고 온 세상을 나다니느라 이런 것들이 있는 줄 모르고 살았는데, 앉아서 공부만 하다 보니 무너져가는 몸을 지탱해줄, 힘든 수험생활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줄 각종 아이템들이 필요해졌다. 이것 말고도 세상엔 별의별 좋은 것들이 많으니 이 힘든 세상 별의별것들을 찾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더 즐겁게 살아 보아요!
(*아래는 제가 써본 것 위주로 작성하고 다른 분들이 알려주신 것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작성했어요)
답안지용 펜
-나는 만년필을 썼다. 라미 만년필을 원래 가지고 있기도 했고, 이것저것 써봐도 가장 편하고 적당히 굵게 나오는 게 만년필이었다. 글씨가 원래 좀 작은 편이라 약간 굵게 나와서 글씨가 잘 보이게 하는 게 좋겠다 싶기도 했고. 라미 사파리 ef가 가장 싸고 좋았다. 그보다 비싼 라인인 Alstar는 생긴 건 똑같고 몸통 재질이 좀 다르다(그보다 더 비싼 것도 당연히 있지만 그건 찾아보지도 않았다...). ef는 극세필이라고 해야 하나, 세필이라고 해야 하나 잉크가 가장 가늘게 나오는 건데, f를 선물받아서 써보니 이것도 괜찮긴 한데 좀 굵다는 느낌이 있었다. 잉크는 파커 큉크나 오로라 블랙을 주로 썼다(라미 잉크는 답안지에 줄 생기는 느낌이 있어서 잘 안 썼다). 친구가 고시용으로 유명하다는 것 같은 세일러 극흑 잉크를 줘서 다이소 만년필에 넣어서 써보긴 했는데, 좋긴 진짜 좋은데 물로 안 씻겨진대서 도저히 주로 쓰는 만년필에 넣을 엄두가 안 났다;
-그 외에 그냥 에너겔, 트라디오 에너겔, 사라사, 제트스트림, 제트스트림 통에 에너겔 리필, (엔젤그립 쓸 수 있는 펜에) 엔젤그립 끼우기 등 다양한 펜과 다양한 방법이 있다. (트위터로 알려주신 분들 감사해요 이 글 트위터에 발행한 후 답멘으로 인용해서 출처 달아둘게요!)
-답안지용 글씨체가 안 예뻐서 고민인 경우 '백강고시체' 책을 사서 연습한 사람들도 있었다.
필기용 펜
-프릭션: 로스쿨에 오기 전엔 몰랐다. 왜 지워지는 펜을 쓰지? 지울 거면 펜을 왜 써?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에 가서 프릭션 리필을 엄청나게 쟁여왔다. 실제로 지우지 않더라도 지울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마음이 얼마나 편안한지... 이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컬러와 종류가 상당히 다양해져서 형광펜 종류도 나오고, 앞부분이 좀 더 날카롭게 되어 있어서 더 가늘게 쓸 수 있는 것도 나오곤 했다.
-그 외에 파이롯트 쥬스업. 가늘기도 하고 왠지 책에 빵꾸낼 것 같은 느낌도 가끔 있었는데; 내 손에 가장 잘 맞는 필기용 펜이었다. 비싸고 기분좋은 펜.
형광펜
-다이소 빈티지컬러 형광펜: 다섯 개 묶음에 천원. 색깔에 따라 세 가지 버전이 있는 듯하다. 애초에 형광펜 자체를 잘 쓰지도 않거니와 다이소 형광펜을 쓸 생각도 안 해보고 살다가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보고 사봤는데, 세상에 이럴수가 정말로 뒤에 거의 안 비쳤다. 이렇게까지 뒷면에 안 비칠 수 있는가 형광펜이? 정말로? 물론 종이 종류에 따라 비치기도 하지만 다른 형광펜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안 비친다. 그리고 5개에 천원이라는 가격도 괜찮고... 다만 나는 파란색만 자주 쓰는데 무조건 5개씩 사야 하다 보니 남는 색만 여러 개 남기도 했다. 시험 끝나고 친구들 나눠줘서 해결했다.
-프릭션 형광펜: 이 역시 지워지는 것. 근데 프릭션 시리즈가 다 그렇듯이 비싸긴 오지게 비싼데 닳기도 빨리 닳고 색도 금방 연해진다. 힝.
-스테들러 텍스트서퍼: 안 번진대서 사 봤는데 진짜 안 번지긴 했다. 필기를 먼저 하고 형광펜을 그으면 비치는 게 스트레스라서 적당한 길이로 형광펜을 먼저 그은 후 그 위에 필기를 하는(??) 요상하게 귀찮은 방식으로 필기를 해보기도 했는데 텍스트서퍼를 쓰면 그런 문제는 없다. 심지어 만년필 잉크로 작성한 것도 잘 말리기만 다른 형광펜에 비해서는 별로 안 번졌을 정도. 근데 뒷면에 비치는 문제가 있어서 결국 다이소 형광펜에 정착했다. 내 필기 위에 형광펜 그을 일도 별로 없었고.
스테이플러
-더블에이 스마트 스테이플러: 웬 스테이플러를 다 쓰나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좋았다. 집에 이유없이 스테이플러가 서너 개 있었는데 이거 산 후로 그거 다 필요없어졌다. 40장을 한 손으로 가볍게 제본할 수 있다고 해서 사봤는데 40장은 약간 힘들지만 한 손으로 제본할 수 있다는 건 거짓이 아니었다. 그리고 뒷부분이 둥글지 않고 납작하게 되는 것도 맘에 들었고. 40매 이내로 자료를 뽑아 쓸 때에 유용한데 사실 그럴 일이 생각보다 별로 없긴 한데...; 민재실 형재실 때 답안지를 철해서 내야 할 때 만족스럽다. ㅋㅋㅋㅋㅋ
문구점
-대한문구: 정말 싸다. 이걸 로스쿨 입학 전까지 몰랐던 게 더 이상하다. 배송비 무료 기준이 좀 높긴 했는데(5만원인가?) 어차피 뭐 살거라면 동기들과 함께 주문하면 되니까! 일단 들어가 보세요! 그리고 여기서 라벨스틱을 처음 봤다.
고시서점
-나는 주로 상원서적, 법문서적을 많이 이용했었다. 상원서적은 주문하면 고시자를 하나씩 넣어줘서 주로 상원서적을 이용했던 것 같다. 이외에도 고시서적 등으로 검색하면 많이 나오긴 하는데 딱히 큰 차이는 없다(할인율, 무료배송 기준 등). 그리고 나중에 법고을서적이란 곳도 알게 되었고...
라벨스틱: 책이 하도 무거워서 분철해서 다니다보니 스프링제본이 한두 권이 아니라서 책 분간이 안 가서 어쩌나 했더니 이런 게 있었다. 스프링 안쪽에 끼워서 어떤 책인지 볼 수 있도록 하는 도구. 싸다. 대한문구에서 판다!
손목보호대: 나는 집에 있던 거 가끔 하고 다니긴 했는데 어디 건지도 르겠고 별로 효과도 못 봤다. 한두 번 정도 한의원에 가서 스트레칭하는 법을 배우곤 했다. 트위터에서 많이 나온 건 에이더 손목보호대.
파워볼: 난 윈마이 자이로볼 썼었다. 줄을 감아서 확 당겨서 돌아가게 하는 종류와 손으로 감는 종류가 있는데 윈마이 자이로볼은 후자. 줄 당기는 것도 좀 무섭고 생각만큼 쌩쌩 돌아가질 않았다. 손목운동에 유용하다는데 손목이 별로 안 아파서인지 귀찮아서인지 별로 안 쓰게 되더라... 참고로 '파워볼'로만 검색하면 무슨 번호예측 타령만 나오니 손목운동기구 등으로 검색해야 한다.
독서대: 독서대는 역시 나이스독서대 2단. 비슷하게 생긴 에*스 독서대도 있는데 나이스가 훨씬 좋았다. 책을 잡아주는 부분이 훨씬 힘이 좋고 책 고정을 잘 해주니까. 30cm과 60cm이 있는데 취향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다(웬만하면 정독실 책상에 60cm 정도는 놓을 수 있을 테니까!). 나는 60cm 썼는데, 위에 스터디플래너랑 법전 놓고 아래에 기본서 놓고 보곤 했다. 그 외에 아이레벨 높낮이조절독서대 쓰는 사람도 봤다. 예전에 로클럭 본시험 때 이거 가져온 사람 보고 그거 이름 뭐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댓글 남겨주신 분 덕분에 드디어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 외에는 알라딘에서 책 많이 사면 주는 사은품 독서대가 가벼워서 수업 때나 열람실 외 다른 데서 공부할 때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혹은 접이식인 카미노 독서대를 쓰기도 했고.
발받침대: 듀오백 이지풋 2단 발받침을 썼었는데, 책상 높이나 의자 높이를 잘 맞춰서 쓰면 편하다. 학교에선 별로 좋은지 모르겠던 것이 시험 후 집으로 가져오니 다리도 덜 꼬게 되고 좋네. ...그러고 지금 검색해보니 왠지 지금까지 거꾸로 쓰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음.......
방석: 밸런스시트나 로얄퍼플방석이 제일 유명하다. 이름 기억 안 나서 트위터에 '로스쿨 방석'으로 검색하니 정말로 나왔다... 이것들은 푹신~한 타입이 아니고 좀 신기한 타입인데 말로 설명이 잘 안 되네. 쫄깃한(?) 재질의 방석이라고 해야 하나? 근데 하도 비싸서(밸런스시트가 10만원 넘음) 그 비슷하게 생긴 밸런스온 FIT시트 와디즈에서 펀딩할 때 사서 썼었는데, 허리 아파서 힘든 일은 별로 없었으니 효과가 있었던 것 같긴 하다.
자세교정쿠션: 윤앤수 케어디스크 자세교정쿠션을 선물받았는데, 약간 폭신하면서 약간 단단하면서 보들보들한 것이 기분좋고 아까워서 학교에 가져가질 못하고 집에서만 가끔 썼다ㅠㅠ 상체가 자꾸 앞으로 쏟아지는 분들이 쓰면 도움받을 수 있을 듯하다.
포커스타이머, 열품타: 자꾸 핸드폰을 보게 돼서 핸드폰 안 보고 싶거나 순공부 시간 재고 싶으면 취향대로 쓰면 된다. 열품타는 열정품은타이머의 줄임말인데, 사람들을 모아서 서로 공부 중인지 아닌지, 공부시간 누가 일등인지 등을 비교하기에 좋다. 포커스타이머는 혼자 고독하게 쓰고 싶을 때 좋은데 아이폰은 유료였다.
스탠드: 파파 LED 와이드스탠드 800S를 졸업하고 시험보고 한참 놀다 취직하고 나서 몇 달이 지난 이제서야 샀는데 지금이라도 산 게 잘했다 싶다. 열람실 스탠드마냥 위에서 빛을 내려주시는(?) 느낌의 T자형 스탠드인데, 열람실에야 스탠드가 달려 있지만 집 책상에는 그렇질 않으니 초등학교 때부터 쓰던 스탠드부터 왠지 집에 있던 이케아 스탠드까지 이것저것 써봤는데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던 와중에 어차피 공부는 학교나 카페에서 하므로 별 신경을 안 쓰다가 이제서야(ㅠㅠ) 이걸 발견했다. 사실 지금도 집에서 할 일은 많지 않지만 책상 환경은 중요하니까... 쩝.... 정 안 되면 아빠라도 자택근무하면서 쓰겠지...
이건 책상에 고정해서 쓰는 방식이고, 위의 하얀 부분을 앞뒤옆으로 꺾어서 조명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터치식으로 껐다 켜고, 4가지 색 5가지 밝기를 조절할 수 있고(개인적으로는 흰색 말고 다른 색은 안 쓸 것 같지만 무튼 옵션이 있으면 좋으니까...). 어느 트친님 말씀으로는 책상고정형이 아닌 책상 위에 세워두는 형태가 필요하면 프리즘 사에서 나온 걸 쓰면 된다고 하신다(프리즘이 원조라는데 난 이런 게 세상에 있는지도 처음 알았어... 그렇게 문구류 좋은거 타령을 해댔는데 이제 안 게 웃길 지경이다). 책상 형태 등으로 인해 책상고정형을 사용할 수 없는 분들은 이쪽을 찾아보시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