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신청서 작성부터 강제집행까지 해본 후기
어디에나 있을 법한 가압류 및 가처분 사건이 들어왔다. 가압류는 부동산가압류였고, 가압류신청서 써서 신청했더니 담보제공명령(공탁해라. 아니면 지급보증위탁계약을 체결한 문서를 제출할 수 있다)이 나왔다. 주임님한테 여쭤보고 공탁보증보험 증권발급확인서를 받아서 법원에 내서 가압류는 아주 간단하게 해결! 근데 가처분은... 강제집행을 해야 했다... 대표님은 저를 채용하실 때... 모르셨겠지만... 당시 만 1년이 안 됐던(그리고 수습때 펌에서는 이런 일을 한 적이 없었던) 병아리변호사는 이것도 모릅니다.... 난... 아는 게 뭘까....?
어쨌든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가처분 강제집행을 해봤다. 참고로 이건 몇 달 전 일이고, 글을 대강 써놓고 몇 달 묵혀둔 이유는 귀찮아서였다.
내가 이번에 작성했던 건 (부동산)인도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꽤 쉬운 건이라 작성하면서 별로 문제될 건 없었다. 보전소송(연수원 책)이랑 변협연수 내용 정도 참고하면서 쉽게 쓸 수 있는 정도. 써서 신청하면 오래 지나지 않아 담보제공명령.....이 아니라 보정명령이 왔더라고;
보정명령
부동산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피보전권리는 '부동산에 대한 인도청구권'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충 땅 위에 있던 것)에 대한 철거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은 부적절하므로, 위 부분을 철회하거나 위 피보전권리에 적합한 내용의 가처분으로 변경해 주시기 바랍니다.
판사 김갑동
이 사안의 경우 사실관계 자체는 상당히 간단한 편이었다. 임차인이 지상에 컨테이너 비슷한 걸 설치해서 쓰고 있었는데 임대차 기간이 끝났으니 나가라고 했는데 안 나가서 소송을 하려는데 일단 가처분 가압류부터 하기. 그래서 인도청구권이랑 철거청구권(컨테이너의 경우 수거청구권으로 쓴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철거청구권으로 쓴다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을 피보전권리로 했는데 저걸 빼라고 하는 거였다. 대표님은 저거 빼면 해줄 것 같으니 그냥 빼는 걸로 보정하라고 하셨다(?).
그러면 담보제공명령이 온다. 공탁을 걸든가, 공탁금액을 보험금액으로 하는 지급보증위탁계약을 체결한 문서(=공탁보증보험 증권발급확인서)를 제출하라고. 그럼 당연히.... 보증보험서류를 제출하지 공탁을 하겠나....ㅋㅋㅋㅋㅋㅋ
담보제공명령
위 사건에 대하여 채권자들에게 담보로 이 명령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채무자들을 위하여 금 n만 원을 공탁할 것을 명한다.
채권자들은 위 금액을 보증금액(보험금액)으로 하는 지급보증위탁계약을 체결한 문서를 제출할 수 있다.
그럼 이제 당사자에게 계속할건지 말건지(?)를 묻자. 채권가압류(흔히 통장가압류)의 경우 현금공탁을 세~게 걸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봤다. 이 케이스는 얼마 안 되는 돈에 보증보험증권 내고 해결할 수 있어서 당연히 하겠지만; 일단 당사자한테 사안을 설명하고 진행하기로 한 대로 잘 되었으니(?) 보험회사 갔다오라고 하면 된다. 그러고 주임님한테 가서 "하신대요~" 라고 하면 알아서 해주신다(????).
그러면... 나중에 개업해서 직원을 잘 뽑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깨닫게 된다...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그분들이 알아서 해주시니까... 그럼 각종 서류를 주임님이 서울보증어쩌구 회사로 보내서 견적을 받으시고, 견적을 받으면 당사자에게 계약(위의 '지급보증위탁계약')을 하라고 시키면 된다.
견적서도 처음 보니 신기해서(;;) 파일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라졌다. 사실 나한테 필요한 건 아니다. 그냥 당사자한테 보내고 이거 이렇게 나왔으니 거기 가서 진행하라고 하면 돼서... 얼마 정도 나오는지 나는 잘 몰랐는데(만 1년도 안 된 사람이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주임님한테 물어보면 음 대충 얼마 나올 것 같아요~ 하고 말해주시기도 하고 그런다.
그럼 당사자한테 가서 돈 내고 계약하라고 시키면 된다. 근데 꼭 그 회사까지 가서 해야 하는가? 그럴 리가 없다. 근데 왜 가게 했냐고? 우리 당사자가... 공인인증서가 없어서였다....; 당연히 공인인증서 있으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회사에 물어보게 시켜서 금방 그렇게 하면 된다;
일단 계약을 하면 곧 '공탁보증보험 증권발급 확인서'가 나오고, 그러면... 주임님이 알아서 보정서를 내서 처리해주신다... 전에 잠깐 있었던 펌 대표는 “야 솔직히 여직원들 하는 게 뭐가 있어?” 이러면서 비하해댔는데, 이분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처리해주시는데 그딴 타령을 하는 건지.... 솔직히 이분들 없으면 사무실 안 돌아갈걸 ㅡㅡ 직원들 하는 일 없는 것 같으면 니가 다 해 이자식아.
그럼 아래와 같이 결정문이 나온다. 결정문 자체는 어디서 많이 본 바로 그거다.
결정문
채무자들은 ~ 각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풀고 채권자들이 위임하는 집행관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집행관은 현상을 변경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채무자들에게 이를 사용하게 하여야 한다.
채무자들은 그 점유를 타인에게 이전하거나 또는 점유명의를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
집행관은 위 명령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
몰랐다;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당연한 거긴 한데 그게 당연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짬밥의 차이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결정문에 2주 내에 하라고 다 써있는데...
일단 모르면 법원에 전화하자. 집행법원에 전화해서 가처분 강제집행하려는데요,,, 라고 하면 어떻게든 된다. 딴 얘긴데, 수습기간 지나고 바로 개업한 분에게 "어떻게 바로 개업하셨냐, 저는 한참 나중의 일인데도 무서워 죽겠다. 나는 아는 게 없다"라고 했더니 자긴 나홀로소송하는 사람인 척하고 법원에 전화하기도 했다고 하셨다. 참고해야지(?).
그럼 신청문을 작성하고, 그와 함께 결정문을 3부(이 사건의 경우 채무자가 두 명이어서 2명 분+1부인 것 같다) 보내라고 한다. 방문하든가 우편으로 보내라고 하는데, 또 주임님한테 가서 보내달라고 하자...
의외로 법원이 친절하게 알려줬다. 당사자가 아니라 법률사무소면 당사자 막도장 만들어서 찍어서 어쩌구하세요 같은 것까지.
내가 이런저런 강제집행 후기를 봤을 땐 집행관이 먼저 연락을 하는 것 같았는데, 집행관이 연락을 안 줘서 대표님이 또 나를 쪼아댔다. 아 근데 이건 좀 억울한데 대표님 이건 제가 잘못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진짜 많이 찾아봤거든요 이건... 무튼 그래서 집행관실? 어디냐... 거기에 또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오늘 내로 연락을 줄 거라고 했다. 아 역시 좀 억울하다. 그럼 진작 연락 주지 그랬냐 어? (나중에 대표님이 말씀하시길, 그 사람들은 자기가 갑인 줄 안다나. 먼저 연락 안 하면 영원히 연락이 오지 않고 그러다 기간 넘어버리고...)
그럼 집행관이 나한테 연락을 준다(드디어). 언제 집행할 거고, 증인 2인 대동하라고. 그러면서 열쇠공 전화번호까지 준다. 근데 집행을 언제 할 거라고 하면 혹시 나나 당사자가 그때 시간이 안 되면 어떡하지? 사실 약속을 잡으면 되는 것 같은데, 이번 집행관은 그냥 당연히 자기가 불러준 때에 하는 것처럼 말한 것 같다.... 안 되면 그날은 안 된다고 하면 될 듯. 다른 블로그 후기(자꾸 블로그 후기 얘기해서 민망한데 구글에 쳐서 찾아지면 단톡에 안 물어보기 때문에...) 보면 집행관과 약속을 잡는 것 같다.
그러고 열쇠공에게 전화해서 언제 집행할 건데 와달라고 얘기하면 된다. 출장비 기본 5만원, 만약 디지털 도어락 뜯어야 하면 7만원. 나는 디지털 도어락을 뜯을 일이 없어서 추가비용이 7만원이라는 건지, 출장비+도어락 뜯기 합해서 7만원이라는 건지는 모른다. 참고로 뜯을 일이 없었어서 5만원만 날렸다(내 돈 날린 거 아님).
집행관과 이야기한 시간에 집행할 장소로 가자. 그럼... 케바케인가본데 집행관이 한 시간 늦은 적도 있다는 후기도 있다(이전 집행이 안 끝나서). 난 시간 딱 맞춰 갔는데 집행관이 이미 집행을 끝냈ㅋㅋㅋㅋㅋㅋㅋ다ㅋㅋㅋㅋㅋㅋ.... 가서 사진을 찍자. 나는 대표님한테 보고하려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집행관이 증거로 남겨두도록 사진을 어떻게 찍으라고 알려주기까지 했다.
도어락을 열 일이 없어서 열쇠공은 그냥 와서 5만원을 받아갔다.
우리는 당사자가 오고 싶어하지 않아서 대리인인 나와 증인 2인(사무실 직원분들)만 갔고, 사진을 찍고 집행상 문제는 없는지 확인했다.
그러고 채무자들의 억울한 타령을 들어줬다.... 참나....
그 와중에 이 사건 담당자는 나인데 당연하다는 듯이 내 옆에 있는 남자변호사님(일 있어서 같이 나옴)만 쳐다보고 말을 해서 나한테 얘기하라고 내가 담당자라고 한소리 했다. 그랬더니 변호사님이 돌아가서 대표님한테 나 무서웠다고 얘기했다. 쉬익.
이김에 직원분들과 법카를 썼다(???). 주변 카페에서 간식을 먹고 들어가자.
그럼 다시 자리에 앉아서 서면을 쓰면 된다. 좀 놀아서 기분이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할 일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므로 눈물젖은 키보드를 두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