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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지마 Feb 23. 2020

로클럭 지원후기 (1) – 고민부터 지원까지

로클럭 생각 없던 사람이 로클럭 쓴 이야기

*워드프레스의 로클럭 지원후기 – 고민부터 지원까지 를 새로 쓴 글입니다.

*후기는 총 2편이며, 이번 편은 작성자가 왜 로클럭에 지원했는지, 형재실과 민재실을 어떻게 대비했는지, 지원방법은 어떻게 되는지 등 위주로 작성했습니다. 진짜로 로클럭 생각이 있으시면 학교나 로클럭 된 선배를 찾아가시는 게 좋으며,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재미로 읽으시면 재밌을지도 모릅니다(?).



1. 내가 로클럭을 왜 쓴 거지

워드프레스 블로그에 썼던 글에 보면 '왜 지금 후기를 쓰느냐? 면접은 오라고 해도 안 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써놓고 면접대상자라고 하면 호다닥 가겠지만 그럴 일은 없다…'라고 해뒀던데 물론 면접은 못 갔으니 이런 후기를 브런치에 쓰고 있다. 로스쿨 생활 뭐같네 마네, 죽네 사네, 자살하네 마네 하는 이야기 하려고 만든 계정에 로클럭 지원후기를 쓰고 있자니 참 이게 뭐하는 놈인가 싶긴 한데 그냥 블로그에 글 쓰는 걸 좋아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로클럭 생각이 전-혀 없다가 2019년 여름 들어서 뜬금없이 뿅! 하고 쓴 것은 아니었다. 로스쿨 입학하면서 좋은 진로가 무엇이냐 하면 검클빅(클검빅이라고도 하는 듯한데 뭐든)이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다면 한번 사는 인생 큰 꿈을 꿀 것이면 무슨 꿈을 꿀 것이냐! 빅펌… 우리학교에서 빅펌 가기는 매우 어렵다. 일단 나부터 학부 학벌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고, 애초에 빅펌 가서 잘돼서 살아남네 마네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 모순적이긴 한데 난 적당히 살고 싶어서 로스쿨에 왔...다... 그러니까 적당히 살아남기 위해서 온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그런 의미에서... 검찰… 나는 검찰 조직문화랑 안 맞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안 맞을 듯한 걸 제하고 남은 것이 로클럭이었다. 대충 이야기하자면, 판사는 요즘 경력을 n년 쌓아야 될 수 있으며(기수마다 조금씩 다르다) 판사 밑에서 직속으로 일하며 배울 수 있는 것이 로클럭이며 어쩌구 저쩌구… 인 것. 판사 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로클럭이 되는 건 좋은 길인 것 같군. 이것도 공무원이니까 다른 것에 비해서 학벌 문제도 좀 덜하지 않을까? 마침 5~6기 정도에서 로클럭 되신 선배 한 분이 학교 오셔서 일회성 멘토링도 해주셔서 조금 얻어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로클럭을 일단의 목표로 하고 공부하…기는 개뿔; 사는게 힘들어서 그렇게 막 열심히 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2학년때쯤 주워들은 게, 로클럭 되려면 변시준비는 2학년 1학기까지 마쳐놔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게 말이나 되냐 이놈들아? 물론 난 2학년 1학기까지 되어 있는 게 없어서 그냥 안 해야지 하고 말았다. 어차피 정말로 막 잘 나가고 싶은 그런 게 아니라… 좋은 목표를 잡고 싶었던 것 뿐이니까…


2. 2학년 2학기와 형사재판실무

사실 형사재판실무를 꼭 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주변 선배들이 2-2에 형사법 관련과목 이것저것 다 몰아들어서 형사법을 싹 잡아놔야 한다고 해서 들었다. 형재실만 해도 당연히 들어야 하는 것인 줄 알았다(민재실쯤 되니 전체 재학생 중 민재실 수강비율이 80% 이하로 떨어졌다). 형재실이랑 검실이랑 형소랑… 뭐 더 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무튼 정말 오래 헤매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도 모르고 엉엉 울면서 듣고 검보 작성하기 위해 하는 메모 방법도 못 배워서 다른학교 선배가 자기 메모 스캔떠서 보내주고… 너무 여러 번 얘기하는 것 같지만 아직도 감사드리고 있다. 무튼 그렇게 고생해서 형재실이… A가 나왔다; 사실 우리 때 좀 쉽게 나온 것도 있고(그때 신빙성 판단 자체를 할 줄 몰랐고 배우지도 못해서 종봉님한테 물어봤었던 게 기억난다. 종봉님이 어떤 책 보면 된다고 알려주시긴 했는데 그거 볼 시간이 도저히 안 나서 포기하고 들어갔는데 다행히 안 나왔었음), 면소 하나 놓친 것 정도 외에는 크게 문제된 게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때만 해도 형재실 A+ 안나오면 로클럭은 물건너간 줄 알고 그냥 편안하게(?) 3-1을 맞이하기로 했었다. (*사족: 검실도 같이 들었었는데 망했다. 당시 형재실에 비해 검실이 어렵게 나왔었는데, 신용훼손죄를 명예훼손죄로 바꿔야 하는데 신용훼손죄가 뭔지 도저히 기억이 안 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걸 바꿀 이유를 못 쓰겠어서 안 바꿨는데(?) 나와서 생각해보니지불능력/지불의사에 관한~으로 바꿔야 했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사서명위조랑 사문서위조 잘못 판단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이고. 검사 되려면 검실1->검심->검실2인가? 그런 식으로 루트 짜야 할텐데 검심은 애초에 써보지도 않았다)

잠깐 형재실 이야기를 남기자면, 수업 잘 듣고 모범검보를 싹싹 익힌 다음 시간 내에 다 쓰기만 하면 정말로 생각보다는 잘 나온다. 아주 열심히 하려면 고시서적에서 파는 연수원 기록 등도 사서 볼 수 있긴 한데 도저히 그럴 엄두는 안 나더라고. 나는 수업 안 빠지고 듣고 모범검보만 여러번 보고 손목 잡고 울면서 시간 내에 다 쓰는 걸 목표로 하고 했는데 정말로 저렇게 잘 나올 줄은 몰랐다. 모범검보 잘 익히면 간혹 시험에서 '아 이거 그거네~'하는 게 떠오르기도 한다.


3. 3학년 1학기와 민사재판실무

민사재판실무… 대체 왜 드랍 안 한 건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는데 그만큼 힘들었다. 듣기로는 학점은 잘 안 본다느니, 본다고 하면 형재실 민재실만 본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민재실도 그냥 당연히 들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또 그게 아니라는 말도 있더라고(*요즘은 변시 성적이 공개되기 때문에 학점을 잘 안 본다는 뜻인 듯하다. 사실 내가 사람들이랑 얘기를 잘 안 하고 다녀서 변시 이후 이야기는 잘 모른다). 무튼 정말 힘들게 민재실을 들었는데, 사례형이 정말 오지게 어렵게 나왔었던 데다가 시간배분에 실패한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피고 5명 중 4명까지 쓰고 5번째는 시작도 못 한 사람들도 꽤 나왔다. 나는 선배(위에서 형재실 메모 알려준 분)가 ‘끝까지만 쓰면 생각보다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라고 한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맴 돌아서 거의 울면서 5번째 피고를 결론 띡 청구원인 띡 어쩌고 띡 이런 식으로 양식이고 뭐고 최소한의 내용만 대강 흘려썼는데, 진짜 끝까지 아무렇게나라도 쓰자마자 그만 쓰고 나가세요 해서 나가서 팔 잡고 반쯤 울었다… 팔이 너무 아파서…. 근데 그랬더니 A+ 나왔다. 솔직히 내가 다 맞아서, 잘해서 그랬다는 생각은 안 든다. 그냥 정말로 끝까지 다 쓰기만 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거지. 이거 보고 계시는 10기 분들 계신가요. 끝까지 쓰세요 꼭!!!

그리고 이때 이런저런 과목 사례 수업을 들으면서 한 과목 교수님과 학기초에 상담할 일이 있었는데, 교수님이 “이 정도면 로클럭 한 번 써봐도 되겠다. 민재실 듣니? 들으렴.” 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민재실 드랍을 못하고 울었던 거였구나… 교수님이 판사 출신이시고 수업을 잘 하셔서 다 시키는 대로 해야 할 것 같았어서….


4. 2019년 여름 – 서류접수

여름이 되면 선발공고가 뜬다. lawclerk.scourt.go.kr 에서 확인하거나,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뜨는 걸 기다리면 된다. 2019년의 경우 아래와 같다.

2019.7.17. ~ 2019.7.29. 지원서 서식 다운로드

2019.7.25. ~ 2019.7.29. 서류접수

참고로 저 기간 동안 지원서 서식을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야 하는데, 애초에 다운받을 때 인적사항을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인적사항 입력해서 다운받은 적 없으면 접수가 안 된다고 한다; 사실 공고 제대로 안 읽고 서류전형 9월이라는 것만 보고 자빠져 있다가 다운 못 받을 뻔하고 엄마한테 맞아죽을 뻔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는 일정도, 접수 방식도 비슷한데 미묘하게 다르다. 로클럭은 파일 업로드 후 방문접수를 해야 하는데, 재판연구관은 업로드 방식이 아니라 usb에 파일을 담아 가는 방식이고 재판연구관이 좀 더 늦고 그랬다. 이후 워드프레스 블로그에서 옮겨온 후 링크 걸어둘 예정)

관련 서류는 지원서, 자기소개서, 이력서 정도. 이때 필기면제 전형의 경우 각 고등법원 중 1지망만, 일반전형의 경우 3지망까지 골라 접수해야 한다. 참고로 필기면제와 일반전형 1지망이 다를 경우 필기면제 기준으로 접수하는데, 난 어차피 민재 형재 둘 다 A+이 나온 것은 아니므로 필기면제는 날아갔지 싶어서 필기면제를 서울로 쓰고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하러 갔다. 사람일 또 모르는 거니까 하면서 일반전형은 어디 썼더라, 대전 광주 수원…? 무튼 서울 부산은 뺐다.


자소서 내용은 대강 아래와 같다. 별 일 없으면 매해 비슷한 양식인 듯했다.

가정, 성장 환경, 결혼 여부 및 가족관계

성격적 특성과 장․단점

전공분야(대학, 대학원), 저술관계(학위논문 포함) 및 출강경력

사법연수원/법학전문대학원 이전 경력(공무원 경력, 해외연수경력 포함) 및 취득한 자격(공인회계사 등)

주요기관․단체 활동 내역

외국어 능력, 특기, 취미 및 종교

건강, 병력(구체적 기재)

재판연구원 지원 동기

재판연구원으로서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본인의 성격적․업무적 특성

희망 전문분야


본시험 본 아는 선배한테 자기소개서 부탁해서 받아서 참고했는데, 와 진짜 이거야말로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아래에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아닌가 낄낄 하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죄송…) 내가 더 심하게… 구리게 쓰게 되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 헌데 이게 법원에 대한 편견인지 아니면 합리적 의심(?)인지 모르겠는데, 진짜로 좀 bothu적으로 쓰는 게 나은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있었다(*진짠지 모른다 그냥 내 느낌). 그래서 쓰는 내내 부모님의 조언을 열심히 구하고 그랬는데, 가족관계 쓰면서 “엄마 이거 뭐라고 써?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으며… 외동딸입니다?” “무남독녀 외동딸이라고 써” “그건 좀 이상하잖아” “괜찮지 않아?” …결국 뭐라고 썼는진 기억 안 난다.

저걸 다 같은 분량으로 쓴 건 아니고, 없으면 없는대로 '없음' 쓰고 말았다. 이전경력이고 취득한 자격이고 뭐가 있겠는가 학부 졸업하고 별 일 없이 로스쿨 왔는데;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로클럭 자소서에 적합하냐고 하면 좀 애매했다.


사실 이걸 다 읽어주신 분이라면 내가 어떤 타입인지 대강 아실 것 같은데, 나는 별 꿈이 없다. 그냥 변호사 돼서 적당히 살아야지 하는 정도의 모호한 생각뿐. 그러다보니 내가 왜 로클럭이나 판사가 되고 싶은지 별 이유가 없다; 로클럭이 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는 훌륭하신 판사님들 밑에서~ 학교에서 배운 법리를 현실에 적용하는 법을~ 열심히 현장에서 배우고 싶다 같은 이야기를 썼고. 솔직히 판사가 되고 싶은 이유… 고민해봤자 성별정정에 관한 연구…밖에 안 떠올랐는데 그게 나로서는 간절한 꿈이지만 로클럭 자소서에 쓰기에 적절하냐 하면 좀 모르겠어서 그건 패스했다.

그 외에 쓴 걸로는 학회 활동(학회장 경력 있어서), 외국어(토익, JLPT), 외부활동 두어 건 한 거, 법원(일반) 실무수습 정도. 쓰다보니 로클럭 생각 있어서 법원심화 나갈까 하던 동기가 있었는데 왜 나가려던 건지 알겠더라. 나는 자꾸 주변에서 뭘 시켜서(그냥 있었는데 학회장 선거할 때 다들 나 쳐다보고… 갑자기 친구가 뭐 활동하자고 하고….) 다행히 뭐가 좀 있었는데 입학 당시 계획한 대로 아무것도 안 했으면 어땠을지; 로클럭 지원을 위해 이거저거 하려고 했으면 좀 힘들었을 텐데, 그냥 공부만 하자니 지쳐서 곁들여 했던 활동들이 좀 도움이 됐다. 글고 로펌 인턴 자기소개서 쓰기 귀찮아서 지원한 법원 실무수습…. ㅋㅋㅋㅋㅋㅋ….


5. 서류제출

그러고 서류제출. 법원에 직접 방문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신분증을… 안 가져갔네~…. 엄마랑 같이 갔었는데, 도저히 집에 다녀올 엄두가 안 나서 엄마 신분증 있으시냐 묻고 그냥 대리인 접수로 변경했다(대리인은 직계가족만 되던가 그랬다). 참고로 대리인접수를 하려면 위임장도 첨부해서 다시 파일 업로드해야 하는데, 법원에 컴퓨터 쓸 만한 곳이 잘 없다. 서울고등법원의 경우 작게 복사실 같은 곳이 있는데, 거기서 컴퓨터 10분에 천원인가 내고 인쇄 한장에 몇백원 내고 비싸게 해결함.

사족인데, 서울교대 졸업한 친구가 있어서 교대역 주변에 맛집 뭐 있냐고 물어봤더니 게르마늄 감자탕을 추천해줬다. 시간 안 맞아서 못 가봤는데 이름은 저래도 맛있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200731 추가

믿을 만한 정신과나 상담센터를 추천하는 걸로 유명한 트위터 계정에서, '강연을 다니다 보면 로스쿨 입시나 법관임용 등에서 정신과 관련 이력이 있으면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된다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실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가'라고 질문을 주셨다.

일단 당연히 로스쿨 입시에서는 아무 영향이 없다. 그냥 입학 후 병이 심화될 우려가 있을 뿐; 그냥 대학원 가는 건데 스스로 자기소개서나 면접 과정에서 밝히지 않는 한 영향을 줄 리가 없다. 그냥 자기소개서 쓰고 학점이나 관련 대외활동 자료 내고 면접 보는 게 다니까.

로클럭 임용에서는 내가 2차(본시험)까지밖에 못 가봐서 이후 임용 절차에서 그런 서류를 요구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법관/검사 임용 단계에서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본인이 직접 기록을 떼서 제출하게끔 하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기록도 다 노출된다고 한 트위터 친구분께서 알려주셨다. 이때 정신과 진료기록이 있으면 소명을 요구한다는 것 같은데(정확히 찾아본 건 아니고 뭔 위키 같은 데서 잠깐 봤다), 솔직히 한국 분위기 봐서는 소명을 해봤자 제대로 들어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간단한 병이거나, 한 번 정도 방문만 했거나 하는 게 아닌 한 어차피 비슷한 지원자들이 수도 없이 많은데 과연 그러한 기록이 있는 게 괜찮을까 하면 의문이 든다. 물론 로생이 겪을 만한 우울 불안 공황 같은 것은 후다닥 병원 가서 약 먹고 상담 받으면 훨씬 나아질테니 빨리 병원에 가는 게 나을 거고 그렇게 하면 길지 않은 기간 내에 나아지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거 가지고 임용에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르는 절차가 있는 것이... 아이고...

(*혹시나 글 보다가 검클 생각 있다고 해서 아픈데 병원 참지 마시고 꼭 병원 가보시기 바랍니다 제발 꼭...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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