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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지마 Feb 23. 2020

로클럭 지원후기 (2) – 본시험

로클럭 생각 없던 사람이 로클럭 쓴 이야기


*워드프레스의 로클럭 지원후기 – 본시험 을 수정한 글입니다.

*후기는 총 2편이며, 이번 편은 본시험이 어땠는지를 대강 작성한 글입니다. 진짜로 로클럭 생각이 있으시면 학교나 로클럭 된 선배를 찾아가시는 게 좋으며,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재미로 읽으시면 재밌을지도 모릅니다(?).

*첨부된 사진의 원본을  찾아서 사진  도장 주소가 그대로 워드프레스 블로그로 나와있습니다.

*제가 시험을 본 건 2019년이고, 2020년에 요청이 와서 찾아봤는데 본시험 복기본은 못 찾았습니다. 2021년에 중순에 제가 가진 외장하드를 다 정리하면서도 못 찾은 걸로 보아 졸업하면서 유실된 것 같으니 문의하지 말아주세요….



1. 1차합격 발표

서류전형 합격 통지는 메일로 온다. 히히 가보로 물려줘야지. 관련 안내가 첨부파일로 들어있는데, 준비물, 주의사항, 약도 등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1차 붙은 거 알고도 별 대비는 안했다. 아니 지금 변시가 달랑달랑한데 로클럭이 문제여? 그냥… 민재실 형재실때 봤던 모범검보 좀 보고 최판 보고… 근데 시험 끝나고 보니 조금 더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써놨더라 인간아…

근데 진짜로 로클럭 될 거라고 생각해서 쓴 게 아니고! 그냥 교수님이 써보래서 와 내가 이런 것도 써보는 날이 오네 민법 선행도 다 안 한 쌩비가~!! 하면서 써봤을 뿐이고 주변에서도 본시험 보면 나중에 취업할 때 자소서에 적기 좋다더라 해서 썼을 뿐인데!!! 괜히 긴장돼서 기분이 별로 좋진 않았다; 솔직히 저런 이유로 가는 거면 본시험 안 봐도 그만이고 그냥 아무말이나 써도 되는 건데 괜히 가서 긴장하고 쫄고 뭐 못썼다 뭐 몰랐다 하고 자신감 떨어지는 게 싫어서…

(*그리고 다시 취준을 하고 있는 2020년 가을... 취업할 때 좋다며! 좋다며!!! !!)


2. 시험 전날

본시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사법연수원에서 본다는 것이다…; 대체 누가 당일날 연수원까지 갈 수 있는 거지? 애초에 시험이 9시 반부터고 입실은 9시 전에는 해야 하는데? 연수원에서 가장 가까운 로스쿨은 아마 연세대 로스쿨 아닐까 싶은데, 연대앞-마두역 광역버스 타더라도 금방은 아닐텐데. 모 위키에 따르면 빠를 때는 마두역에서 연세대까지 25분대에 주파하기도 한다는데(목숨 걸고 시험보러 가는 건가), 그래도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 물론 나는 아침에 더럽게 못 일어나는 인간이고 내가 연로생이었어도 아침에 광역버스 타고 마두역까지 갈 자신은 없어서 그냥 숙소 잡았다. 엄마가 먼저 그러자고 하셨는데 왠지 본인이 더 가고 싶어하신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숙소는 La Tree 호텔로 잡았는데, 이외에도 주변에 모텔/호텔 등이 상당수 있다. 다만 그, 90년대 신도시 특유의 널찍한 길 양쪽으로 밥집 술집 학원 어쩌구 저쩌구들이 늘어져 있는 유흥가(?) 부근에 있다 보니 조용하진 않다. 시험이 토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미친놈들이 새벽내내 술먹고 소리지르고… 그리고 호텔 자체도 시설은 괜찮은데 청결도는 약간 애매했다. 베개에 머리카락 있었다. 힝.


일단 입실해서 가방 갖다두고 주변을 좀 둘러봤다.


마두역 5번출구 가판대 이전! 또 당첨(2등)! 등의 플래카드가 정신없이 여기저기 붙어 있는 로또 가판대. 그 주변에는 MG새마을금고 365코너, 컨센터블24시독서실 등.

왠지 주변에 대박 로또집 같은 게 몇 개 있어서 로또를 사기로 했다. 시험은 토요일이고, 그래 시험 안돼도 로또 되면 돼~ 하는 마음으로 시험 보려고.


밤에 찍은 사법연수원 입구의 차량 진입로. 시험본부/시험장 안내 화살표 표시가 되어 있다.

연수원까지 가는 길도 알아봐놨다. 참고로 저 사진 찍은 위치에서 한… 참 들어가야 한다.


주변에 24시간 식당이 몇 군데 있어서 아침 먹을 만한 곳이 없지는 않았다. 근데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편이기도 하고, 아침을 좀 간단하고 편하게 먹고 책 좀 보다 들어가고 싶어서 마두역 주변 스타벅스 시간을 알아봐놨다. 7시부터라서 안심하고 가기로 했다. 본시험 전날 저녁에도 스벅에서 공부하다 들어갔다. 그 스타벅스는 10시까지였는데, 주변에 할리스 등도 있어서 더 늦게까지 하는 카페를 찾으려면 찾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애초에 그 부근이 워낙 흥성흥성해서 카페든 식당이든 뭐가 많다.


아 맞다 도시락. 시험시간은 정말 긴데 점심시간이 75분 정도밖에 안 된다. 연수원 식당도 이용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도시락을 싸 오라고 되어 있는데, 당일날 거기까지 가는 것도 힘들 텐데 도시락을 어떻게 싸가요… 검색해보니 마두역 주변에 한솥도시락이 있대서 엄마가 거기 열면 사다놓고 점심시간에 갖다주신다고 했는데 실제로 가보니까 임대문의 붙어있었다. 어쩌지 그냥 굶을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마침 선배가 굶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멘션보내주셔서ㅋㅋㅋㅋㅋㅋ… 다시 찾아보니 마두역 주변에 본죽이 있었다. 난 시험볼 때 죽 먹으면 안되는 징크스 같은 거 없는 편이라 엄마가 죽 사다주신다고 하셔서 그렇게 결정했다.


준비물은 신분증과 필기도구, 스테이플러(또는 날클립기), 음식물(도시락), 물통, 방석, 자, 최소형 포스트잇(법전책갈피용), 1단으로 된 가로 50cm 세로 25cm 크기를 넘지 않는 독서대, 귀마개, 휴지. 여기 없는 건 원칙적으로 안 된대서 스탑워치 안 가져갔…는데 다들 쓰니까 그냥 가져가자. 참고로 수험표는 따로 없고, 시험 며칠 전에 수험번호가 문자로 온다. 시험 당일 로비에서도 확인 가능하며 수험번호 확인하고 가라고 외쳐 주시는 분도 계신다.

잠이 안 와서 고생했다.


3. 시험 당일

사법연수원 내부 약도. 연수원은 생각보다 크다.

이건 시험 보고 나오면서 찍은 건데, 위의 밤에 찍은 사진(시험본부 시험장 화살표 사진)이 아마 사진의 동문 위치에서 찍었던 것 같다. 그대로 쭉 들어가면 사진의 약도가 나오는 지점이 되는데, 거기서 B강의동 위치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면 됐었던 것 같다. 넓긴 해도 길 못 찾을 염려는 별로 없고, 아래 사진과 같이 안내문이 곳곳에 서 있다.


2020년도 재판연구원 2차 필기전형 고사장은 오른쪽으로 가라는 화살표가 있는 안내문 팻말.

그렇게 들어가다 보면 시험장 여기예요 하는 팻말이 서 있다. 널찍하고 산책하기 좋은 곳이긴 한데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게 슬프지.


총 5개 시험실이 있는데, 5시험실은 필기면제대상 인성검사만 하는 곳이었던 것 같다. 부럽다. 한 고사장당 45명 정도의 사람들이 들어 있었는데, 그럼 필기 친 사람은 대강 180명 정도 되는 건가 싶었다. 필기면제는 46명인가 된다고 들었는데, 해마다 최대 100명 뽑고 작년에 팔십 몇 명 뽑았다니까 난 안되겠군.


고사장에… 다행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어휴.

나는 아무래도 사람들이랑 얘기도 잘 안 하고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학교 내 소문에도 별 관심이 없어서 그나마 가까이 지내는 동기들로부터 '너 대체 뭐하고 다니냐?'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별 쓰잘데기 없는 걸로 다 쫄고 우울해하기 때문에 남들이 대체 뭘 보나 궁금했는데 뭐 그냥 별 거 없었다. 연수원 책(*민재실 형재실때 보던 민사실무2 등)부터 로만 핸드북 등 이거저거 많았다. 자기가 정리한 자료 같은 거 들고온 사람도 있었고. 그보다는 누가 높낮이 조절 가능한 독서대 들고왔던데 그거 어디 건지 물어보고 싶었다. 나 지금 독서대 4개(2단독서대 2개, 알라딘 독서대 1개, 그냥 독서대(?) 1개)인데 그건 아직까지 궁금하다.

그러고 뭐… 또 쓰려고 하니까 뭔가 할 말이 없다. 올해의 경우 고사장은 3인용 책상의 양쪽 끝 자리에 한 명씩 앉고 가운데 자리를 비우는 식으로 되어 있었다. 옆자리 사람이 가운데 빈 자리 의자에 도시락 얹어놓고 자기가 편히 쓰기에 내가 책상을 넓게 써버렸다(?).


4. 형사 시험 : 09:30 ~ 12:15 (2시간 45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고. 내가 그 시간 동안 꼴랑 그거 썼나 싶기도 하고 뭐 그랬다. 사례형은 따로 없었고, 형재실 때 한 그거 그대로라고 생각해도 된다. 조금 더 어렵고 조금 더 긴 정도? 큰 차이는 없었다. 솔직히 내가 목숨걸고 준비했고 당장 어제 존나 열심히 책 파놨으면 문제 없이 썼을텐데 내가 검보 양식도 제대로 기억 안 나는 채로 요즘 형법 못 보고 들어갔더니 좀 헤맸을 뿐이었다. 민사는 진짜 이게 뭐지 싶어서 공부했어도 못 풀었을 것 같은데 형사는 다 어디서 본 거고 알 만한데 검보 양식이 오랜만에 보니 낯설어서, 또 당장 기억이 안 나서 헤맸다. 솔직히 들어가기 전엔 아 난 로클럭 되려는 거 아니니까~ 하고 별 생각 없으려고 했는데, 막상 또 들어가고 보니 이게 사람 마음이… 좀만 더 할걸… 아… 이런 생각이… 허참…….

(*형사 문제 복원한 게 궁금하면 트위터 @nolawschoolstay 로 연락주세요. 10기 친구가 로클럭 준비할 것 같아서 나오자마자 스토리 복원해서 전해줬는데(민사는 못함), 이건 돈주고 팔아야겠다 낄낄 하고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포스타입에 블로그파서 결제 버튼 만들라고 함ㅋㅋㅋㅋㅋ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보고 싶으신 분 계시면 찾아둘게요!)

(*2020 가을에 친구가 부탁해서 찾아봤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임)

(*2021년에도 안 나오니 더이상 문의하지 말아주세요…)


법전은 현암사에서 나온 5급공채 등 법전이었다. 파란색 인조가죽 표지에 금장 글씨 박힌 그런 건데, 처음 보는 거라 잘 모르겠다. 우리 시험용 법전하고는 다르게 종이가 두툼했다. 민재실 형재실용 법령집 시험볼 때 주는 읽기 힘든 그 법전 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나마 제일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보자면 이 링크의 법전이 가장 비슷하다. 딱 이 법전을 나눠줬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생긴 법전이었다는 뜻이다. 각 시험시간마다 배부하고 걷어간다.

핸드폰 기타 전자기기는 포스트잇에 이름 써붙여서 제출하면 된다.


5. 점심시간

생각보다 짧다. 부모님께서 죽 사다주셨다. 도시락을 가져왔을 경우 고사장 자기 자리에서 먹어도 되고, 본시험 당시에는 날이 괜찮아서 밖에서 먹어도 괜찮았다. 나 말고도 부모님이랑 같이 온 사람 꽤 되더라. 연수원 건물 내에도 밥 먹을 만한 자리가 없진 않았다. 그 왜 구내카페(*본시험 날에는 안 열었었음) 같은 거 있고 그 앞에 있는 테이블이랑 의자 등에서 먹을 수 있었던 기억.


6. 민사 시험 : 13:30 ~ 17:00 (3시간 30분)

… 으 XX …

사례형 4문제 도합 45점, 기록형 55점인데 알고 쓴 게 한 개도 없네 아니 대체… 이게 뭐… 형사는 그냥 내가 어제 안봐서 모르는 그런건데 뭔 민사에서 이런 듣도보도 못한 사실관계가…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우리 학교에서 무조건 들으라고 하는 교수님의 민사례 수업 시리즈가 있다. 총 세 개인데, 나는 이 세 개를 다 A+ 맞았다. 그런데 이렇게 민사법 시험 망쳐본 건 처음이다. 변시 모의시험 기록형은 한 번 빼고 다 학교에서 1~2등 했었는데;

시험 얘기는 하기 싫고 부수적인 이야기나 좀 해보자면, 답안지는 민사의 경우 총 서른 장 묶음으로 준다(형사는 안 세봄). 더 달라고 하면 준다는데 누가 그걸 다 쓰냐 싶다. 민재실 때도 누가 답지 더 달래서 저놈은 뭐여 했는데. 위에 날클립이라고 하나? 그걸로 찝혀 있어서 클립을 빼서 풀 수 있다. 맨 앞에 답안지 표지가 있는데 거기 이름 수험번호 적으면 된다. 답안지를 다 작성하고 나서 쓴 것과 안 쓴 것을 분리해서 쓴 것을 따로 묶어서 표지+답안지로 철해야 하는데, 스테이플러를 지참해가서 찍으면 된다고 유의사항에 나와있었다. 근데 당일 가 보니 감독관이 스테이플러보다는 날클립을 추천한다고 하면서 손들면 감독관이 철해준대서 그냥 손들고 날클립 철해달라고 했다. 글고 답안지 우측 하단에 몇페이지인지 적어야 한다. 내가 답안지를 총 20장 작성했다고 치면 1/20, 2/20 과 같은 식으로 페이지를 매겨야 하는 것. 귀찮다 이거… 안하면 감점… 참고로 표지는 페이지를 매기지 않는다. 그니까 표지 빼고 답안지 장수만 세어서 1/20 2/20 적어야 하는 것이다.

안내방송은 시험종료 30분 전, 5분 전, 3분 전, 1분 전인가? 뭐 그런 식으로 간혹 나온다.

사족) 시험 끝난 김에 친구 찾으러 내려갔다가(나는 2층 고사장이었고 나머진 1층에 있었음) 동기를 만나서 인사했다.


7. 인성검사

다면적인성검사? 그 MMPI-2 풀고 가면 된다. 다 풀면 먼저 집에 가도 된다고 해줌. 한 시간도 안 돼서 후딱 풀고 나와버렸다. 솔직하게 안 하면 해석 안 된다고 솔직하게 하라고 방송도 나왔다. 5고사장은 필기면제자들이 인성검사만 하는 곳이었는데 너무너무 부러웠다.


8. 사족

내가 뭘 더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뭐 하고자 하면 연수원 심화를 나갔다 오거나 그 기록만 빌려서 보거나 할 수 있었겠지 싶다. 연수원 심화 기록이나 연수원 4n기 기록은 고시서점에서 구하려고 하면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다 파는지는 모르겠는데 비슷한 거 본 적은 있다). 아, 고시서점 가면 씨앤비에서 나온 로클럭 대비 자료가 있다. 시험후기(문제 복기)나 면접 관련 후기 같은 걸 모아서 인쇄한 거. 그 외에 검보 쓰는 연습도 좀 더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소문으로 듣기로는 어떤 분은 일주일 중 5일은 변시 준비, 2일은 본시험 준비 하셨다던데. 아휴 좀 더 해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모르겠다.


로또 명당 "고양시 1등 최다 당첨점" / 로또 1등 9명 당첨, 로또 2등 19명 당첨이라고 적힌 붉은색 봉투. 복주머니 그림이 있다.

참고로 로또는 안 됐다.

이제와서 글 옮기면서 하는 말인데 로클럭도 안 됐다. 그래서 면접 후기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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