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용서하는 중입니다.

심리상담사의 용서 일기

by 상담사 엔


아빠한테 카톡이 왔다.


"일요일에 아빠 집에 와 같이 밥 먹게..

그리고 아기 사진 좀 보내주고.."


비난도 불평도 원망도 할 것 없어 보이는

매우 평범한 요청과 대화가


내 마음을 짓누른다.


하필 버스에서 이 카톡을 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려는 걸 또 꾸역꾸역 참는다.


가슴은 무거워지고 돌덩이가 한 움큼 잡히는 것 같다.


'아니, 내가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상태인지 도무지.. 당신 마음에 내가 담기지 않는 거야? 내 마음에 대한 한 톨의 고려 없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반응하면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고 이 평범한 요구에 가슴이 짓눌리고 아빠가 미운 내가 이상한 년이 되는 것 같잖아요.

왜 왜 도대체 내 슬픔을 봐줄 수가 없는 거예요.."


내 슬픔을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것인지


어렴풋이 느껴지는데 당신의 수치 때문에

모르는 척 비겁하게 회피하는 것인지


그 당신의 비겁함 때문에 나는 오늘 또 무너졌어요..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서 자주 들리던

자기 비난의 메시지가 울려 퍼진다.


'아빠가 이 정도로 손 내밀었으면 너도 그냥 모르는 척 잊고, 덮고 아빠한테 달려가야지. 아빠 손을 잡아야지. 그래야 네가 신앙인이지. 너는 그리고 상담사잖아.

넌 지금 용서를 못하고 있는 거야'


자책의 목소리가

나를 더 짓누른다.


마음의 갈피를 어디로 둬야 할지 모르겠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서러움과

처절함을 느껴야 하는지


얼른 덮고 신앙인답게

상담사답게 용서라는 것을 빨리 해야 하는지


그것이 가능은 한 것인지..


그 용서의 과정을 이야기들을 적어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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