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부모님을 용서하는 중입니다. [심리상담사의 용서 일기]

by 상담사 엔

3살인 아이는 요즘 부쩍 자기가 무엇이든 하겠다고 조른다.


문제는 서투름과 자율성이 함께 오는 시기라

이 시기의 부모는 감정조절이란 숙제를 해내느라 바쁘다.


오늘 아침 아이가 불소가 든 치약을 자꾸 먹고

뱉질 못하는 모습에 화가나고 걱정이 되어서 소리를 질렀다.


"삼키면 안된다고 했지!!!!"


아이는 울상이 된 얼굴로 나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내 감정이 아닌 아이 얼굴이 보였다.


입에 든 치약을 투욱 뱉으면서 "이러케요?"

라고 하는데 눈물이 왈칵 날것 같았다.


자기도 잘 몰라서 그런건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그런건데

아직 치약의 달콤함을 조절하기 어려워서 그런건데


그 아이에게 이렇게 크게 소리를 치다니

이건 분명 내 감정을 아이에게 쏟아낸 거야.


그러면서


서글퍼졌다.


아이의 얼굴이 보이구나, 내 감정을 쏟아내다가도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아차'할 수 있고

소리를 더 이상 지르기를 멈출 수 있고

다른 태도를 선택할 수 있구나


아이를 안고 엄마가 소리질러서 무서웠지? 미안해 엄마가 소리질러서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의 내면아이가 원망의 목소리를 보냈다.


엄마 아빠는 내가 보이지 않았을까?


두분이서 치열한 다툼을 하던 그때에 주먹을 꽉 쥐고 벌벌 떨고 있는 5살 아이가 보이지 않았을까?


엄마가 3시간 동안 밖에 나가 아빠에게 두들겨 맞고 피투성이가 되어서 돌아온 그날

"네가 전화해서 아빠 한테 더 맞았잖아"라고 말하는 엄마는

걱정하고 엄마의 모습에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8살 아이가 보이지 않았을까?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차려져서 기뻐할 때 밥상을 엎었던 아버지의 눈속에는

실망하고 상심하고 두려워하는 초등학생 아이가 보이지 않았을까?


보이지 않았을까?


볼 수 없었을까..?


서글퍼진다.


봤어야 했었다.


보여졌어야 했다..


눈에 담겨졌어야 했다..


가슴에 담겨졌어야 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미쳐보지 못했다면

그 이후에라도

다독임을 받았어야 했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받았어야 했다.

두려웠지 라고 위로를 받았어야 했다.

엄마가 미안해, 아빠가 미안해

다가와서 용서를 구했어야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