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궁금했던 그 여자의 정체(1)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

by 놀마드놀






회사에 오대리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와 같이 일을 하지는 않았다.






몇 발치 떨어져서 보는 오대리는 그냥 괜찮은 사람 같았다.

오며 가며 얼굴을 익힌 상태였고, 마주치면 인사를 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대리에게 업무보고서를 넘겨받을 일이 생겼다.







그런데 이 여자, 좀 싸-했다.






뭔가 자신이 할 일도 남에게 떠넘기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정리해 줘야 될 부분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고, 네가 알아서 정리해서 갖고 가라는 식이었다.


저 여자랑 같이 일하면 참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설마 같이 일하게 되진 않겠지?

그런 일은 없어야 하는데 싶었다.








그러나 불행을 감지하는 촉은, 방금 신내림 받은 무당급으로 쓸데없이 너무 용하다.

신년 업무이동이 생기면서 오대리와 나는 함께 일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 여자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이상했다.


그녀에겐 몇 가지 반복되는 특징이 있었다.











특징 1. 입에 발린 멘트로 친한 척을 잘함





오대리는 나와 직접적으로 일을 하지 않았을 때도 내게 호의적이었다.



지나가는 말로 '고생 많이 하네'라며 위로하는 듯한 말을 건넸다.







또 사람들에게 칭찬 멘트를 잘 날렸다.



'오늘 옷이 너무 멋지시네요'라든가

'머리 자르신 게 잘 어울리세요' 같은 외적인 변화에 대한 가벼운 칭찬이었다.





처음엔 그냥 사교적인 성격이라 저런 멘트를 잘 날리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특징 2. 자신 필요에 의해 남을 이용함





어느 날은 오대리가 '이게 뭐니?'

하면서 내 옆에 뭔가를 내려놓았다.




본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해서 보내라는 내용의 요청서였다.

내용을 보아하니 내가 해야 할 업무는 아니었다.





"아 이거 기획 업무 보고 하라고 하는 거네요?"

(=기획은 네 담당이잖아. 네 일인 거 모르고 묻는 거냐!!)





"아 그러니? 그거 네가 좀 해."







저게 진짜.

얼탱이가 없었다.




항상 저런 식이었다.


자기가 할 일도 슬쩍 눈치를 봐서 적당한 사람에게 떠넘겼다.


한 두 번은 바빠서 그런가 보다, 몰라서 그랬나 보다 하고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해주곤 했다.

그런데 그게 몇 번 반복되고 나니, 그 뒤로부터는 뭐 귀찮은 일만 생기면 나를 불렀다.



호의를 베풀면 그게 권력인 줄 알고 휘두르려고 했다.

남이 나눠준 마음을 본인 치다꺼리를 하는 시녀쯤으로 생각했다.


당연하다는 듯,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

호구인가 싶으면 계속 이용해먹으려 들었다.




가만 보니 항상 저런 식으로 상대에게 일 떠넘기는 것에 도가 튼 여자였다.

몇 번 당한 내가 상대를 해주지 않자, 타깃은 나보다 더 어리고 만만한 직원들에게로 확대됐다.




항상 걱정해 주는 척, 자상한 척 건네는 말들은 뭐였을까 생각해 보니,

귀찮은 일 떠넘길 대상들을 미리 물색하여 친분을 다져놓기 위한 수법이었다.






오대리는 특히 자신에게 이익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친근하게 다가갔다.


고과를 주는 사람, 승진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동료직원이나 후배직원들도 본인이 하기 싫은 일을 시키기 위해 계산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특징 3. 난 나 밖에 몰랑, 남은 아몰랑!





오대리는 겉으로 성과가 보이고 허울 좋아 보이는 일, 실속 있는 일에는 매우 실적이 좋았다.


하지만 그 외에 귀찮은 일, 티가 안나는 일, 실적하고 상관없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자신이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일은 안 하려 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옆에 있는 사람을 후려쳤다.





돌아가면서 주말에 출근을 하는 근무가 있었는데, 그걸 잊어버리고 오지 않거나 지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말 잊어버린 건지 잊어버리고 싶었던 건지,

어머 깜박했다 얘~ 하면서 출근시간보다 늦게 오거나, 슬쩍 빼먹기도 했고,

때마침 회사에 있던 다른 직원에게 대직을 하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



지각해서 출근하거나, 근무를 빼먹고 나서 다음날 나타난 그 얼굴엔 미안한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미안함을 못 느끼는 건지, 미안한 일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지 참 모를 일이었다.



정말 매사에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남에게 피해가 가는 잘못된 행동을 고쳐나갈 의지가 전혀 없었고, 계속 같은 짓을 반복했다.










특징 4. 코너에 몰리면... 뭅니다





오대리의 이기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감지한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게 호의적이지가 않았다.




한 번은 오대리 직속상사가 그녀를 따로 회의실로 불렀다.


그런데 갑자기 오대리가 울고불고 악을 쓰는 소리로 회의실이 쩌렁쩌렁 울렸다.




알고 보니 직속상사로부터 이기적이고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 주의를 받자마자


왜 나한테만 그러냐, 내가 뭘 잘못했냐, 억울하다는 식의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본인의 행동에 대해 지적받거나 코너에 몰리면 억울하다고 자기변호를 했고, 눈물을 보이기도 하며 심지어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특징 5. 남 비난하는 건 일도 아니지





본인이 상대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남을 찍어 누르는 일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공공연하게 남의 잘못을 비방하는 말을 잘했다.


회의시간엔 '그때 그 결정 때문에 지금 이런 일이 발생했다'라는 식으로 타인을 저격하며 책임을 전가했다.


내가 돋보이기 위해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비열한 방법인 '남 깎아내리기'는 그 여자의 특기였다.






회식 때는 술에 취해서 평소 마음에 안 들던 사람에게 독설을 쏟아내고, 약점을 공격했다.


마음에 담아뒀던 말을 술주정으로 포장하여 사람들에게 난사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엔 사과 한마디가 없었다.


술 먹으면서 했던 다른 이야기는 다 알고 있는 걸 보면, 분명 본인이 했던 언행에 대해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그 뻔뻔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없던 정도 다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그 옆에서 몇 년을 일해본 결과 나는 오대리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눈치채셨는가.

그녀는 소시오패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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