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슨 말로만 듣던 오피스와이프!(2)

밀대리와 빵부장의 내로남불

by 놀마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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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 빵부장은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다.





어떤 차가 빵부장의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고,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아 며칠 입원을 하며 안정을 취하면 된다고 했다.





당시 차가 없었던 나는 퇴근 후에 밀대리의 차를 얻어 타고 빵부장이 입원한 병실에 같이 병문안을 갔다.





병실에 들어가니 빵부장이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까만색 수면양말을 신고 누워있다가

우리를 보자마자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어머, 빵부장니임~ 몸은 괜찮으세요? 양말이 예쁘네요?”






밀대리는 괜찮냐는 물음과 함께 장난치듯 빵부장의 양말을 보며 이야기했다.







“어어, 괜찮아. 와줘서 고마워.”






“….”







한 밤에 형광등 불빛이 빵부장의 눈동자에 비춰서 빛이 나는 건가라는 착각이 들정도로 빵부장의 눈이 순간 반짝거렸다.






병실침대에서 밀대리를 바라보는 빵부장의 눈은 회사직원을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건,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는 눈이었다.









아....


등골에 쭈뼛, 소름이 돋았다.
















그 뒤로도 둘은 종종 출장도 같이 나가고 은근히(라고 하지만 알고 바라보니 너무 티 나게) 서로 도와주면서 회사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밀대리가 내게 말했다.







"노을씨, 혹시 우리 남편이 물어보면 이번 주말에 나랑 같이 아웃렛쇼핑 갔다가 밥 먹고 영화 봤다고 말해줄 수 있어?"





"...?...!"






저건 뭔 소리인가 싶었다.

밀대리는 내게 본인의 알리바이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음...?


의문 가득한 내 표정을 본 밀대리가 말을 이어갔다.






"아니, 내가 이번주에 오래간만에 혼자 시간을 좀 보내고 싶은데, 남편한테 너무 미안한 거 있지?

남편이 노을씨랑도 잘 아니까 노을씨랑 있었다고 하면 걱정 안 할 것 같아서 그래. 부탁 들어줄 수 있지?"






“….”






사실 말이 부탁이지,


업무적으로 항상 밀대리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나이도 한참 어렸던 나는 밀대리의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밀대리는 나를 팔아 얻은 주말시간에 빵부장과 데이트를 즐기고 다녔다고 한다.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참 어지간한 인간들이었다.






"고마워, 노을 씨~ 덕분에 주말에 엄청 잘 쉬었지 뭐야?"




"... 아 눼..."





저건 내가 바보 등신인 줄 아나.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말하는 건지, 아니면 머쓱해서 둘러대고 싶었던 건지 굳이 굳이 저런 이야기를 주절거렸다.





뒤로도 몇 번, 밀대리는 내게 공범이 되어줄 것을 요청해 왔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처음엔 주말하루로 시작했던 데이트는 1박으로 과감해져 갔고,

두 사람이 퇴근 후 차에 들어가서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던가,

어느 술집에서 스킨십을 하는 걸 봤다는 소문이 점점 더 번지기 시작했다.






나는 때마침 부서이동을 한 뒤라서 그 뒷이야기를 정확히 다 알진 못했으나

같이 일했던 동료들을 통해 간간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 사이를 눈치챈 빵부장의 부인이 회사로 찾아와서 빵부장의 상사에게 밀대리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고,

빵부장이 그런 부인을 화장실로 질질 끌고 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밀대리의 남편인 순대리와 주먹다짐을 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뒤에 밀대리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항상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하기도 했고, 공식적인 이유는 아들을 직접 키우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때마침 밀대리의 남편 순대리가 승진을 하며 타 지역으로 발령이 나서, 아예 그곳으로 이사를 가버렸다.



















내가 조력자로 출연한 리얼리티 내로남불 드라마에

어안이 벙벙하고 꽤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가진 사람이 더 하구나,

사람을 기만하는 인간의 이중성이라는 게 저런 거구나 싶었다.





배부르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고

가정이 있으면서도 본인이 누리는 복을 알지 못하고 끝없는 욕심 때문에 시야를 가린 것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결핍을 채우기 위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유혹에 넘어간 것이었을까.





미혼인 내가 기혼자들의 마음과 입장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준건 확실해 보였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가장 큰 상처를 받을 사람은

바로 당사자들 본인이다.







깨진 그릇은 다시 붙여도 그 선이 뚜렷이 남는 것처럼

배우자와의 신뢰에 선명하게 새겨진 불신의 주홍글씨는 평생 지울 수 없는 낙인이다.



깊게 베인 상처는 계속 덮고 덮어도 피가 번지듯이

실망과 배신감의 상처는 달래고 치료하려고 해도 계속 벌어져서 잘 아물지 않는다.




그 무엇보다도 어느 순간 문뜩 정신이 들어,

본인의 했던 행동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

거울처럼 마주 본 나에게 어떤 걸 느끼게 될까.



자괴감이나 실망감, 혐오일 수도 있고

그 일이 낳은 결과에 대한 후회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결핍에 대한 괴로움일 수도 있고

마약을 탐하듯 다시 커지는 욕망일 수도 있다.





어떤 감정과 마주하든

저들은 평생을 그날의 기억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야 한다.











저들이 저버린 건 남편도 아내도 가족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니었을까.


어리석게도 순간의 욕망에 자신의 미래를 헐값에 넘겨버린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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