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슨 말로만 듣던 오피스와이프!(1)
밀대리와 빵부장의 내로남불
나는 입사한 지 1년 만에 부서가 바뀌면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됐다.
바뀐 부서의 옆 자리엔 얼굴이 허여 멀 건 해서 밀가루 같았던 밀대리가 있었다.
밀대리는 회사 안에서 결혼한 사내부부였다.
나는 전 부서에서 밀대리의 남편과 같이 일을 했기 때문에 그의 남편도 잘 알고 있었다.
밀대리의 남편은 성격이 무난하고 순해서 순대리라고 불렸다.
나와 밀대리의 바로 뒷자리에는 얼굴이 빵같이 넙데데한 빵부장이 있었다.
내가 왔을 때 이미 밀대리와 빵부장은 꽤나 친해 보였고, 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눴다.
둘은 티키타카가 꽤 잘됐고, 농담을 핑퐁게임하듯이 스스럼없이 주고받았다.
밀대리는 항상 ‘빵부장 니임~?’ 하면서 끝글자 인 님 자를 하이톤으로 쑥 올려가며 빵부장을 부르곤 했다.
밀대리와 빵부장은 일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맛있는 반찬만 골라먹듯이 생색나는 것만 쏙쏙 찾아서 취하고, 뒤치다꺼리는 옆사람이 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일은 슬렁슬렁하고, 생색은 본인이 내고, 업무시간엔 시시덕거리며 농담이나 따먹는 꼴을 보고 있자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에휴, 똑같은 것들끼리 친하구먼! 역시 끼리끼리는 진리임!
그러나 입사한 지 이제 1년 넘은 사원이 뭔 힘이 있나.
속으로만 욕에 욕을 하면서 신경 끄려고 노력하는 게 전부였다.
어느 날은 밀대리가 업무 중에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조용한 사무실에 콧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 앉아있던 빵부장이 밀대리에게 말했다.
“어이 밀가루씨, 노래는 나가서 불러!”
갑자기 밀대리의 콧노래 소리가 딱 그쳤다.
아씨 둘이 잘 놀더니 갑자기 분위기 왜 이래 싶어서 나는 슬쩍 곁눈질로 밀대리를 쳐다봤다.
밀대리는 상당히 언짢은 표정으로 뒤에 앉은 빵부장을 본인 어깨너머로 슬쩍 한 번 쳐다보더니 벌떡 일어났다.
“노을씨,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
밀대리는 뒤에 빵부장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나에게 이야기하고선 갑자기 사무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저건 뭐야' 싶어서 벙찐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아직 업무를 맡은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밀대리에게 물어볼게 많았는데, 그렇게 휙하니 가버리니 허둥지둥하며 몰려드는 일처리를 혼자 감당해야 했다.
농땡이 피는 방법도 가지가지구나 싶어서 한참 식은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업무처리를 하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좀 이상했다.
-저것들 혹시.... 사랑싸움하나?
“에엥? 진짜 둘이 진짜 애인사이예요?”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되물었다.
“응, 그렇다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노을씨 눈에도 보일정도면 둘이 어지간하다.”
부서에서 친해진 다른 여자 주임이 둘 사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줬다.
둘은 말로만 듣던 오피스와이프, 오피스허즈번이었다.
꼬부랑글자 써서 에둘러 좋게 말하면 그렇고 정확한 표현으론 바람, 불륜이라는 것이다.
부서사람들은 이미 어느 정도 다 눈치를 챘다고 했다.
너무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뭐 일단은 내가 직접 본 게 아니니까 그렇다 치고.
“아니, 밀대리님 남편분 순대리님하고 사이 엄청 좋아 보이시던데… ”
언듯 보기에 두 사람은 모두 가정에 충실해 보였기 때문에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회사일은 설렁설렁해도 본인 가족에겐 잘하는 줄 알았건만.
밀대리는 시부모님께서 어린 아들을 돌봐주고 계셨고,
수시로 아이, 시부모, 남편인 순대리와 통화를 했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결혼한 밀대리는 항상 신혼 같다며 내게 자랑을 했고, 남들보다 늦게 얻은 아들이 너무 예쁘다는 소리도 했다.
-어, 신랑~ 나야! 오늘도 일 많아서 힘들지?
-어, 아들~ 오늘은 뭐 하고 놀았어?
업무시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맨날 통화해 대던 그 사근사근한 목소리는 대체 뭐였나 싶었다.
나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신이 얼얼했다.
“아니 빵부장님도 완전 딸바보에.. 진짜 가정에 충실하신 줄 알았는데…”
빵부장도 유명한 딸바보였다.
여직원들에게도 젠틀했기에 원래 성격이 다정해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다.
저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빵부장은 여자탐지 레이더를 달고 다니는 사람처럼 항상 부서 여직원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아, 그런 거였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둘 사이가 진짜 애인이구나라고 알게 된 일이 생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