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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Feb 04. 2018

예쁘게 포장한 현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평당이 비싼 동네에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2014)
감독: 김성호
출연: 김혜자, 강혜정, 이레


아이들의 눈으로 본 어른의 세계는 이런 모습일까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기 전에
예전에 주말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이 영화에 관한 여러 호평을 들어왔다. 늦은 밤 잠에 들기 전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를 보고싶었고, 보고 싶은 영화에 추가해 두었다가 보게 된 영화.

요약 (스포 있음)
지소(이레)는 아버지가 갑자기 떠나 남동생, 엄마(강혜정)와 함께 집 없이 아빠가 남겨놓은 피자배달 차에서 떠돌이 생활한다. 엄마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간다. 한편 지소는 가장 친한 친구를 제외하고는 집 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을 감춘다. 그러던 중 부동산 광고에서 전세 평당 500만원이라는 전단지를 보고 500만원이면 예쁜 집에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마침 잃어버린 개를 찾으면 5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광고를 보게된다. 지소는 친구와 개를 훔쳐 500만원을 받고 돌려주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한편 사장님의 조카(이천희)는 사장이 유산을 강아지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대리인으로 남게 될 것을 알게 되면서 사라진 월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타겟이 된 강아지는 엄마가 일하는 레스토랑 사장님(김혜자)의 강아지 월리. 사장님은 월리를 친자식 아끼듯 애지중지한다. 두 번의 시도끝에 월리를 납치하는데 성공한 이레. 하지만 지소의 생각과는 다르게 며칠이 지나도 월리를 찾는 전단지가 붙지 않는다. 지소는 사장님을 찾아가 월리를 보았다며, 월리를 찾는데 500만원의 보상금을 붙여 전단지를 만들면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제안을 한다. 지소의 생각은 이미 사장님에게 모두 들켜버렸지만, 사장님은 이를 모르는척하고 전단지를 만들어 붙인다.

월리를 보고 마음이 약해진 이레는 월리가 사장님이 보고 싶어 제발로 찾아온 것 처럼 월리를 레스토랑 앞에 놓아주려 한다. 월리를 묶어둔 곳으로 찾아갔지만 월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지소에게 도움을 줘 온 동네 세 손가락 아저씨(최민수)의 도움을 받아 월리를 찾는다. 월리를 잡을 때 (반 협박으로) 도움을 준 피잣집 알바생(이홍기)는 보상금을 노리고 월리를 훔쳤고, 사장님의 조카에게 월리를 넘긴다. 끈질긴 추격 끝에 월리를 죽이려 한 조카를 제지하고 월리를 살려 사장님에게 찾아간다.

지소는 사장님에게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며 500만원 때문에 월리를 훔쳤지만 나쁜 일이라 생각해 다시 돌려주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사장님은 지소를 꾸짖지만 솔직하게 설명한 지소에게 마음을 열어 월리를 산책 시킬 것을 제안한다. 레스토랑은 다시 정상화 되고, 지소는 사장님은 지소에게 전세 500짜리 보금자리를 엄마를 통해 선물한다.

감상
영화를 보면서 잘 울지 않는데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찡하게 울고 웃었다. 먼저 주인공인 세 아이의 연기가 사랑스러웠다. 지소도 훌륭하지만 지소친구(이지원)의 연기의 능청스럽고 어른스러운 연기가 영화를 더 맛깔나게 했던것 같다. 


오 마이 가스레인지~

사라진 월리를 보고 외친 한마디 '오 마이 가스레인지' 를 듣고는 정말 빵 터졌다지.


현실은 더 힘겹고, 버겁고, 궁상맞고, 슬플 것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요즘 주거의 안정성, 소중함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어린시절 부모님과 함께 지낼 때는 집에 살고, 아파트에 사는 것이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내 스스로 아늑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집에 사는 것이 얼마나 스스로를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하는지, 내가 이전에 당연하게 누리던 것을 혼자 힘으로 누리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하며, 예상치 못한 수 많은 일들을 손수 해결해나가야 하는지를 몸소 경험하고 있는 지금 그때 그 시절 부모님이 노력해서 얻어낸 그 집이 아무나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런 안락함을 다시 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런 현실을 영화 속에서 초등학생인 지소는 벌써 뼈저리게 알아버렸다. 하지 않아도 되는 전세값 고민을 너무나 어린 나이에 하고 있다. 그 고민이 너무 어른 같이 진지해서 나도 모르게 지소에게 감정이입을 해버렸다. 다행인건 아직 순수한 지소와 지소의 친구라 그 해결방법도 반짝반짝 순수했다는 것. 그래서 웃음을 지을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씁쓸했다. 현실은 영화처럼 반짝이지도 순수하지도 좀처럼 행운이 따르지도 않기에.


이 영화에서 가장 짠내나는 캐릭터인 지소엄마 강혜정. 약간은 철없는 듯 보이지만, 아이들의 상처를 걱정해 아빠가 멋대로 떠나버린 것임을 끝까지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약간은 철이 없어보일 정도로 아이들 앞에서는 한없이 밝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 쓸데없이 철이 빨리 들어버린 딸아이를 보며 마음 아파하고 반박할 수 없는 이유들로 자신을 몰아세우는 아이에게 역정을 내보지만 결국은 품을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을 지키려는 엄마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끝없이 대립하는 지소와 지소엄마를 보면서 나의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어릴때보다 지금 엄마의 마음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감히 그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지금도 밥 많이 먹으면 살찐다는 딸(나)의 투정을 못들은 척 하며 매일매일 내 밥그릇에 많은 밥을 담아주시는 엄마. 이상하게 요즘은 그런 작은거에서 사랑을 느끼고 괜히 찡하고 뭐..그렇다.

나는 색감 좋은 영화에 점수를 후하게 주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에 +1★. 몽환적인 조명, 말도 안되게 예쁜 피자트럭, 아이들의 공책, 사장님의 옷차림, 마르셀의 인테리어 등. 조금은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동화적인 분위기를 풍길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아이들의 순수함이  효과적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와 대비된 초라한 엄마와 세손가락 아저씨의 옷차림을 통해 현실을 극대화시켜 보여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극 중에서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지만 교복을 입고 나오는데, 그런 설정을 통해 지소의 가난함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는 생각이 든다. 교복을 통해 가난함을 감추었고, 아이들은 부자인지 가난한지를 다른 것으로 확인하려고 한다. 그게 집인가보다.

리뷰를 적다보니 생각보다 숨은 의도, 상징하는 요소가 많은 섬세한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주관적 별점 & 한 줄 리뷰
★★★★☆
지소가 전세마련의 꿈을 이루어 기쁘다
나의 전세 마련의 꿈도 함께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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