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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Feb 04. 2018

식어버린 사랑의 마지막,
블루 발렌타인

사랑이 그렇게 사라지는데, 감정이란걸 어떻게 믿죠?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2010)
감독: 데릭 시엔프랜스
출연: 미셸 윌리엄스(신디), 라이언 고슬링(딘)



영화를 보기 전에
위태로운 모습을 연기하는 미셸 윌리엄스의 모습은 무척 흡입력있다. 지인에게 "우리도 사랑일까"를 재미있게 보았다고 말하니 추천해 준 영화. 또 그 영화에 높은 별점을 주자 왓챠플레이에서도 추천해 준 영화이다. 실제로는 상상했던 내용과는 조금 달랐지만, 모르는 척 하고 있던 감정의 마지막을 너무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어서 공허하고도 슬펐던 영화.

요약 (스포 있음)
의사를 꿈꾸던 신디는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으면서도, 그런 사랑을 꿈꾼다. 이사센터에서 일하던 딘은 사랑을 믿는 낭만주의자. 딘은 신디를 보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지고 신디도 다정하고 로맨틱한 딘에게 푹 빠진다. 그러던 중 신디는 임신을 하게 된다. 딘의 아이라고 확신을 할 수 없는 와중에 신디는 임신 중절수술을 시도하지만 중도 포기하고 딘은 가족이 되어 아이를 함께 키우기로 한다. 

어느덧 아이가 훌쩍 자랄만큼 세월이 흐른다. 신디는 산부인과의사로 근무하고, 딘은 불안정한 직업을 이어간다. 함께 기르던 개가 사망하고 딘은 슬픔에 빠진다. 기분전환으로 새로운 공간 (모텔) "퓨처 룸" 으로 일탈을 제안하고, 신디는 탐탁치 않아하지만 함께 길을 나선다. 어둡고 푸른 조명의 비좁은 퓨처 룸. 딘은 끊임없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둘만의 노래를 틀고 여러 명분으로 분위기를 잡아보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신디는 이를 전혀 받아주지 않는다. 

일을 핑계로 신디는 잠이 든 딘을 남겨두고 방을 나선다. 술에 취해 신디의 병원으로 찾아온 딘은 신디와 큰 말다툼을 하고, 서로의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한다. 사랑을 이야기 하는 딘과, 사랑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신디. 신디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시간이 이 둘의 감정의 골을 해결해 줄 것 같지 않다.

감상
사랑의 허무함, 권태, 변덕에 관한 영화. 마냥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해피엔딩의 영화보다 이런 영화가 좋다. 현실과 더 가깝다. 겪지는 못했지만 늘 상상하던 그런 사랑의 결말 말이다.


두 배우의 표정, 대사, 화면의 구도, 색감에서 느껴지는 온도차


신디와 딘. 그들이 가장 사랑했던 순간과 가장 사랑하지 않는 순간이 번갈아가며 나오며 대비된다. 서로의 눈빛, 손길 한번에도 설레하던 그들은 이제 대화를 조금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서로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을 하며 상처가 될 말들을 내뱉는다. 어쩌면 그들은 서로에게 맞지 않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감정을 믿지 않던 신디는 아이러니하게도 감정에 이끌려 한 남자에게 빠지고 만다. 하지만 그녀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 딘은 현실보다는 사랑을 믿고 상당히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이상주의자. 영화 초반 딘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로맨틱해요
남자는 이 여자다 싶으면 올인하지만 여자는 이것저것 따지고 결혼하니까요


딘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은 여자와 만나 결국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아마 남녀가 서로를 선택하는 이유가 다른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를 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의 눈으로 돌아온 신디는 눈 앞에 펼쳐진 자질구레한 현실들은 모르는 척 한 채 이상적인 감정을 우선시하는 딘이 철없고 못마땅해 보였을것이다. 딘의 입장에서는 나만 영원히 사랑할거라 맹세한, 신디의 가족이 되어주겠다 선뜻 손을 내민, 그리고 그 가족을 지키는 것이 꿈이 되어버린 자신 앞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노력을 무시한 신디앞에서 끝없는 허탈감과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 그들은 끊임없이 노력했을거다. 그런 장면들이 곳곳에 보인다. 강아지의 죽음에 딘을 위로하던 신디, 말다툼을 끝내기 위해 손을 내민 신디. 그런 모습들. 하지만 언제부터 였을까 그런 노력들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마음의 벽, 현실의 벽은 그들 사이를 너무나 두텁게 가로막는다. 그런 어려운 노력들은 허무하게 허공에 흩어지고만다.


나한테 맹세했잖아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함께 하겠다고 했잖아


이야기의 초반 그들은 함께 키우던 강아지를 잃는다. 그들과 함께 했던 것들 중 커다란 부분이 사라져 버렸다. 이런 현실에서 딘은 함께 했던 영상을 꺼내어보며 끝없이 슬퍼하지만, 신디는 이를 빠르게 잊으려는 듯 집안일에 정신이 없다. 딘이 제안하여 떠난 일탈.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머문 곳의 이름은 "Future Room"이다. 이 방에서 딘은 "과거"의 그들을 꺼내려 하지만 신디는 헤어질 "미래"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 그 방에서 무조건 거부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그들의 복잡한 시간이 보이는 것 같아 슬펐다. 이미 너무 깊게 와버렸지만 더 이 곳에 있을 수 없는 마음들인것 같아서.

신디가 순수한 딘을 버린 나쁜 bitch로 욕하는 리뷰를 보았다. 그렇게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슬프지만 현실의 차이는 어쩔 수가 없는건가보다. 어른들은 말한다 사랑이 밥먹여주냐고. 이게 다 결혼과 인생을 경험한 어른들이 말하는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20대 초반과 다르게 이것저것 따지고 있는, 의식하지 않아도 자꾸 머릿속으로 이런 저런 계산을 하고 있는 내가 무척 속물 같지만 사랑이 밥먹여 주지는 않으니깐. 사랑과 현실은 그 둘사이의 균형이 아주 중요한가보다.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같은 포옹, 다른 온도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나오는 만큼 비슷한 장면에서의 온도차가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사랑했을 때의 포옹과 헤어질 때 포옹의 온도차란. 이렇게 쉽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아서, 영화만큼 지독하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겪어봐서 누군가를 만다는 게 더 쉽지 않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야 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을테니까.

마지막으로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 듯한 신디의 인상적인 대사.


사랑이 그렇게 사라지는데, 감정이란걸 어떻게 믿죠?



주관적 별점 & 한 줄 감상
★★★☆☆
그래도 사랑은 있다고 믿고싶다. 그리고 그 사랑을 오래 지속하기 위한 방법도 분명히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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