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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Feb 04. 2018

말하지 못해 더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스윗 프랑세즈

스윗 프랑세즈(Suite francaise)(2014)
감독: 사울 딥
출연: 미셸 윌리엄스(루실),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브루노),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마담 안젤리어) 



영화를 보기 전에
왓챠플레이를 이용하기를 잘한 것 같다. 내 취향을 보고 이런 저런 영화를 추천해 주는데 그 중에서 잘 골라보면 완전 취향 저격인 영화를 발견. '스윗 프랑세즈' 라는 처음 들어보는 영화가 추천으로 올라왔다. 제목에서는 굉장히 달달한 로맨스 영화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약

1940년대 프랑스가 독일 나치군에게 점령당한다. 파리에 이어 브쉬도 독일군에 의해 점령당한다. 남편을 군대에 보내고 시어머니와 지내던 루실의 집에 독일 장교 브루노가 머물게 된다. 브루노는 루실의 피아노로 어떤 곡을 연주한다. 루실은 그의 곡에 호기심을 가지고, 브루노와의 짧은 대화에서 그가 군인이기 전 작곡가였고 직접 작곡한 곡이었음을 알게된다. 브루노는 루실과 가까워지기 위해 다가서고 루실은 처음 거부하지만 그의 배려와 진심에 마음을 열게 된다. 마을에서 한 독일군이 루실의 세입자에 의해 살해되고, 루실은 은신과 도주를 돕는다. 브루노는 수색과정에서 이를 알게 되지만 눈을 감아주고 끝까지 그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감상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이 '가만가만' 하다. 그렇지만 그 안의 에너지는 매우 강렬했다. 그 전체적인 느낌이 매우 좋았다. 브루노가 루실에게 왜 갑자기 호감을 느꼈는지는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갑작스럽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 하나씩 설명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니까. 남자가 먼저 들이대고 여자가 하나씩 마음을 여는 진부한 패턴이지만 이 영화가 더 좋게 느껴졌던 이유는 두 주인공 모두 그들이 속한 문화에서 조금씩 반하는 태도를 취하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위태로운 감정이 이렇게 조용하게 표현될 수 있을까


비인간적인 시대에 인간적인 두 주인공 

루실은 약자의 어려움을 무시하고 지나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마을 사람들이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루실은 사회가 형성한 계급구조나 국가주의적 사고보다는 인간간의 마음을 더 우선시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브루노는 말도 안되게 착하고 젠틀하다. 익숙히 들어왔던 독일 나치군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가 속한 집단의 다른 군인들과도 다르다. 그리고 전직 작곡가답게 가만가만한 피아노 곡을 작곡한다. 처형을 거행할 때도 굉장히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장면에서 마티아스의 연기가 일품이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루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사회 구조와 동시에 윤리를 거스르는 로맨스는 내로남불의 막장으로 치닫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더불어 비인간적인 시대에 인간적인 성격의 주인공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잔잔하고, 슬프고, 아름다웠다. 

최근 세계사 관련 책을 읽었다. 고등학교때 공부로 세계사를 배울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 인간과 국가이기주의로 발생한 전쟁의 잔혹성에 더 감정을 실어 이야기를 이해했다. 그리고 이어 본 이 영화를 통해 전쟁이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삶을 어떻게 피폐화 시키는지,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이기적으로 변해갈 수 있는지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집에서 장교를 지내지 못하게 한 시장부부, 세입자를 창고로 내보내고 피란민에게 두 배의 월세를 받아챙긴 안젤리어 등) 그렇기 때문에 두 주인공의 이타적이고 인간적인 태도와 그 틈에 싹튼 감정이 더욱 아름답고 귀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전쟁은 없어야한다. 

배우
미셸 윌리엄스

늘 위태롭지만 내면은 누구보다 강한 루실

이전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참 예쁘고, 잔잔한 연기를 참 잘한다. "우리도 사랑일까"에서도 그랬지만 미셸 윌리엄스는 위태로운 사랑과 그로 인한 불안한 감정상태를 참 잘 표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시대극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 그리고 이 영화에서 미셸이 입은 모든 옷과 소품, 가방, 신발, 모자 다 너무 예뻤다. 지금 입어도 손색이 없는 것들. 그리고 이를 너무 잘 소화해내는 미셸의 비주얼과 비율.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이토록 이타적이고 감수성 깊은 군인이 있을까

너무 사기캐릭터 아닌가 싶을 정도로 .. 멋지고 젠틀하다. 태도도, 표현하는 방법도 모두. 게다가 피아노 치는 남자라니. 이를 연기한 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의 절제된 연기에 절로 빠져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루실과 시어머니에게 꼬박꼬박 마담을 붙이는게 왜 이리 멋져보이던지. 영화보는 내내 궁금했던건 .. 그가 원래 일반적인 독일군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던 건지, 루실을 만나면서 성격이 변화했는지 하는 것이다. 아마 전자 였던것 같지만 그런 성격으로 어떻게 장교로서 그 길고 참혹한 전쟁을 견뎌왔는지가 궁금했다. 소설 원작이라고 하는데 책에서는 그런 내용은 좀 찾아볼 수 있을까. 

영상&음악
영화에서는 흔히 갈등이 고조되는 장면에서 요란한 음악과 "여기가 하이라이트야!" 라고 외치는 듯한 장면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잔잔하다. 총이 오가는 장면도 크게 요란하지 않았다. 영상는 전반적으로 회색, 어두운색, 채도가 낮은 묵직한 색감으로 가득하다.

주인공 브루노가 작곡해가는 피아노곡이 영화 전반을 이끌어간다. 엄청나게 강렬하거나 귀에 맴돌거나 하지는 않지만, 영화 전반에 피아노 소리가 흘렀다는 것, 음악이 전쟁 이야기의 한 복판에 있었다는 점이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rOrvvz-Q8gk&feature=youtu.be


주관적 별점 & 한 줄 감상
★★★★☆
말하지 못해 더 아름다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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