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다음은 바로 2인칭, '당신'이다.
가장(家長)이란, 한 가족 또는 생활 집단으로서의 가정을 통솔하고 대외적으로 이 집단을 대표할 ‘웃어른’을 말한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우리의 부모님 시대만 하더라도 가족원들에게는 집의 통솔자이며 가계계승의 책임자이기도 한 가장의 명령 및 권위에 복종하고 가장을 특별히 대우할 것이 요구되던 시대였다, 예전 아빠들 또한 밖에서의 경제 활동에 대해서는 분명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가져오는 두둑한 월급봉투만으로도 가정에서만큼은 절대적으로 인정받는 존재일 수 있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일단 눈에 보이는 월급봉투가 없어진 것을 포함해서!) 더는 가장의 명령이 예전만큼 절대적이라고 볼 수 없다. 지금의 아빠들은 바깥 활동과 더불어 아이와 더 많이 놀아줄 수 있어야 좋은 아빠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빠의 관점에서는 권위는 줄어들고 해야 할 책임만 더 막중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세상 참 많이 바뀌었네.
이제 아빠는 그저 열심히 돈만 벌어오는 것만으로는 인정받기 힘든 그런 사회가 되어 버렸잖아. 밖에 나가서 일하고 들어오면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집안일을 자기 일처럼 알아서 할 수 있어야 하고, 잠잘 시간조차 부족할 만큼 바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아이를 위한 시간까지 추가로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거 아냐? 무슨 3단 변신 트랜스포머 로봇도 아니고, 정말 슈퍼맨을 원하는 거야? 우리 아버지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왜 내가 아빠가 되고 나니까 이런 상황이 되는 거지?
억울하다!
계속되는 경제 침체 속에 아빠는 시간에 쫓기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항상 피곤하다. 그런 피지 못할 상황 때문에 아이와 많은 시간을 놀아주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이유로 엄마로부터 ‘독박 육아’라는 등의 볼멘소리를 소리를 듣게 된다면, 아빠 입장에서는 나름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지만,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좀처럼 의지가 솟구치지 않거나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아빠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의 처지가 타당하더라도 그 안에 갇혀 버리게 되면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 비즈니스를 할 때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상대방의 입장을 알지 못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우주 미아가 되어 버린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아빠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든든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 아빠라는 햇볕이 따뜻하게, 또 지속적으로 내리쬐어 줄 때 아이는 비로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엄마 또한 그 햇살을 받아 함께 요즘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힘을 내어 나아갈 수 있다.
그런 따뜻한 아빠의 리더십이야말로 가족 모두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그렇게 당연하게 생각되는 아빠의 모습이 현실에서는 단지 기대처럼 남아 있는 경우들이 있다.
힘든 가사에 독박 육아까지 맡아야 하는 엄마에게 아빠는 없으면 아쉽고, 있으면 불편한 그런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항상 아빠가 너무나도 그리운 우리 아이들에게는 잠깐의 시간 동안 놀아주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그저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우리 아이에게 항상 좋은 영양분만 주고 싶은 것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맘이다. 하지만, 엄마도 사람인지라, 혼자의 몸으로 양손과 머리 위까지 한가득 짐을 들고 있다고 느껴지게 된다. 그렇게 끝나지 않는 길을 걸으며 숨통이 막힐 것 같은 현실이 버거울 때면 마음과 달리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되는 때도 있게 된다.
그러고 나면 풀이 죽어 있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엄마인 자신이 미워 눈물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맘속으로 꼭 붙잡고 있던 큰소리를 결국 아이를 향해 놓쳐 버리고 말게 되는 때가 있다. 그때 아빠의 이런 한 마디는 엄마를 더 힘들고 외롭게 한다.
왜 애한테 화를 내?
그래도 고마운 우리 아이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이내 따뜻한 그 작은 품을 내어주며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힘을 북돋아 준다. 이런 아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태평해 보이는 아빠의 모습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남의 편’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결혼해서 살림하고 애 키우느라고 친구들과는 연락 끊긴 지가 오래고 친정엄마한테는 걱정 끼쳐드릴까 죄송해서 가슴속에만 꾹꾹 담아 둔다. 그나마 인터넷에 글이라도 올려 나를 이해해주는 같은 엄마들과 얘기를 나누며 잠시 웃어도 보지만 컴퓨터 전원을 끄고 뒤돌아서면 여전히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세상 사는 것이 힘든 사람들은 많다. 우리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의 엄마는 어쩌면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힘든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그녀는 엄마이기 이전에 우리의 ‘아내’다. 우리가 '당신(You)'이라고 호칭하는 2인칭 아내는, 원래부터 3인칭인 아이보다 순번이 먼저였다는 것을 기억하자. 아내의 존재가 엄마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
우리의 아내는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다.'던 그 백년해로 한 약속을 지키기 바라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녀에게 필요한 건 그저 이런 따뜻한 말 한마디 일지 모른다.
당신, 오늘도 많이 힘들었지?
아이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짜 멋진 아빠라면, 우선 우리 자신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그 날을 위해, 아빠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