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 본능'의 필수 조건
모성 본능이라는 말은 입에도 착착 붙을 만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인식되지만, 그에 반해 '부성 본능'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아빠가 자식을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엄마보다 절대 덜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회사에 다니건 사업을 하건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간이며 쓸개를 다 내놓고 일을 한다.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억지웃음을 지어야 하는 일은 다반사이다. 때로는 내 맘에 맞지 않는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위해 위장약의 힘을 빌려 가면서까지 억지 술을 마셔야 하는 때도 있다. 그렇게 애를 쓰며 반드시 처자식을 호강시켜주겠다는 생각으로 고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기대와는 달라지기도 한다. 아빠가 세상 전부이던 엄마의 관심이 이제 아이를 우선하여 향하게 되거나, 심지어는 아이가 엄마의 품에 안겨 아빠를 거부하며 밀어내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이쯤 되면 매일같이 가족의 안녕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는 아빠로서는 나름 당황스럽거나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왜 나를 몰라주는 거지?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우리는 항상 힘든 상황에 빠지게 되면 그것을 해결할 방법부터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먼저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그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앞서,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가?’이다.
모든 일에는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그것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떤 일이든 자신의 마음 상태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방법론을 탓한다는 것은 계속된 오류만을 생산하게 될 뿐이다. 과연 우리 보통의 아빠들은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치고 난 뒤, 아빠라는 이름표를 달게 되는 걸까?
필자는 지금까지 여러 해에 걸쳐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있고 지금도 역시 놀자! 아빠 육아 연구소에서 '루비'라는 이름의 벨기에산 양몰이 개 한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반려견을 기른다는 것은 한 생명과 약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데 필요한 용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미리 구매해 놓아야 한다. 반려견 온라인 카페에 가입하거나 관련 서적 등을 읽어보는 등 반려견과 생활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에 관해 공부도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반려견을 기르고자 하는 나의 마음에 대해 정확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저 단순히 기르고 싶다는 마음을 넘어,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 생명과 함께 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난관이 발생할 수 있다. 마음이 움직인 이유에 대한 마땅한 이유를 찾아내지 못하고 그저 행한다면 그런 난관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반려견과 함께한다는 것은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될 그 순간까지 지속해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하물며 반려견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오는 일만 해도 그렇다.
부성 본능에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15년도 아닌 평생을 함께해야 할 아이를 맞이하며 보내게 되는 시간은 10개월. 근 1년에 가깝다. 그동안 배 속에 아이를 가진 엄마는 아이와 영양분을 서로 나누고, 감성적 교감을 하며 하루하루를 모성 본능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빠는 같은 기간을 과연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자녀 계획이 있는 아빠라면 아이를 가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내와 함께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사용해야 할 필수적인 물품들을 미리 사 두는 등 물질적인 것에 대한 준비 또한 해 둘 것이다. 하지만 역시 무엇보다 아빠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를 맞이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다.
혹시 아이는 엄마가 낳는 것이고 아빠는 단지 엄마를 잘 보좌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나? 엄마가 아이를 뱃속에 데리고 있는 열 달이라는 기간 그저 본인이 하던 일이나 하면서 엄마가 입덧할 때만 신경을 쓰진 않았는가? 단지 남편의 역할에만 몰두하진 않았나?
그 시간 내내 이미 아이와 함께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 것처럼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다. 그리고 처음 하는 모든 일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아이를 기다리는 아빠의 마음부터 준비하자. 모성 본능이 억지로 생기는 게 아닌 것처럼, 부성 본능에도 역시 노력보다 앞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그 날을 위해, 아빠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