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자세로 선물을 기다려야 하는가
아빠한테 애를 좀 보라고 하면 정말 보! 기! 만! 해요. 왜 그런 걸까요?
아이가 아빠와 애착을 형성하는 정도가 아이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새로울 것 없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당사자인 아빠에게 그것은 큰 동기부여가 되지 못한다. 마치 이미 흡연의 즐거움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담배를 피우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말이 주입되는 정도와 비슷하다고 할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 예상 결과가 가시권에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위기의식이 발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올바른 자세가 신체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아빠의 ‘마음 자세’는 육아에서 매우 중요하다.
육아는 노동이 아닌 즐거움이다
예쁜 화초를 단지 눈으로 즐기는 일은 누구에게나 편하고 행복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가꾸고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항상 화초가 잘 자라는지 지켜보면서 성장 발육에 신경을 써야 한다. 햇빛을 잘 받는지, 물과 영양분은 적당한지, 벌레는 없는지 살피고 잎사귀는 정성껏 헝겊으로 닦아 항상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분명히 노동이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그렇게 살아있는 화초에 관심과 손길을 주며 서로 교감을 하다 보면 결국 애착이 생기게 된다. 힘들게 키우는 과정에서도 나의 손길로 조금씩 성장하는 변화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재미를 느끼게 되면서 그렇게, 나의 시간과 노력을 쏟는 일이 단지 노동이 아닌 놀이처럼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엄마가 아이를 갖게 되면 임신 기간 엄마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엄마와 함께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한다. 엄마가 먹는 음식은 아이에게도 그 영양분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엄마는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또한 엄마가 편안해야 아이에게도 좋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기분이 좋아지는 편안한 음악을 듣기도 한다. 그리고 배 속에 있는 아이와 대화로써 유대감을 쌓을 수 있기에 엄마는 평소의 말투보다도 훨씬 더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배에다 대고 얘기를 하기도 한다.
엄마도 처음 해보는 일이기에 다소 서툴 지만 따뜻한 애정을 담아 태교를 한다. 무려 열 달이라는 임신 기간 이루어지는 그러한 교감들을 통해 엄마와 아이 사이에는 이미 얼굴도 보기 전에 충분한 애착이 형성되게 된다. 모성애는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더욱 깊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기간에 아빠들은 아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몸이 불편해진 엄마를 보조하는 일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마치 화초를 사러 마트에 간 엄마를 두고 아이가 그저 아무런 준비 없이 ‘기다리고만’ 있는 것과 같다. 그렇게 수동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건, 혹시 화초를 가꿀 사람이 결국 내가 아닌 엄마라는 인식 때문이 아닐까?
애착 형성은 태교에서부터 시작된다
영어로 ‘아이를 낳는다’라는 표현은 ‘give birth to a baby’이다. 아이를 낳는 것을 아이에게로 ‘생명을 이동시켜 주는 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출산은 단지 이동 과정일 뿐 생명은 이미 그전에 태어난 것이고, 생명은 바로 엄마 아빠의 사랑 결실로 태어난다. 아이를 배고 낳는 것은 엄마가 맡게 되는 일이지만, 아이가 가진 생명의 반은 엄연히 아빠로부터 전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뻔한 이 사실을 얼마나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느냐에 따라 애착 형성을 위한 불씨인 아빠의 마음, 아빠의 진심이 결정된다.
아이는 예고 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는 우리를 찾아오는 그 순간부터 절대 짧지 않은 기간을 통해 좋은 아빠가 될 준비를 할 기회를 준다. 엄마 껌딱지가 된 아이를 보면서 가정 안에서 혼자 겉도는 사람이 되고 싶은 아빠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결과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엄마의 가사도우미 역할이나 하면서 태교 하는 걸 구경만 하기보다 아빠도 나름의 태교를 해야 한다.
틈날 때마다 배에다 대고 아기한테 목소리도 들려주고 책도 읽어 주면서 아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게 엄마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아기에게 똑똑히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아이가 태어나 생활하게 될 공간을 꾸미는 일에도 주체적으로 참여하면서 아이와 함께 하는 머지않은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도 좋다.
시험공부할 시간을 스스로 날려 먹고 성적을 비관하는 학생을 위로해 줄 사람은 없다. 엄마의 임신 기간 아빠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엄마의 도우미 역할보다도, 배 속에 있는 아이와 진정한 애착을 쌓아가는 아빠가 되는 것이다.
아이를 기다리며 아기와 함께할 즐거운 미래를 설계하고 주체적으로 준비하는 아빠가 되어 보자.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면, 아빠는 이미 모든 준비가 다 되었으니 넌 맘껏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
"어서 와,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 아가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그 날을 위해, 아빠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