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우석 소장 Jan 14. 2019

아들과는 앞을 보고 딸과는 마주 보라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현명한 방법

아무리 재미있어 보이는 놀이라 하더라도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면서 옆에서 누가 껴들게 되면 아들은 바로 “싫어요!”라고 거부해 버린다. 함께 놀아주려는 마음을 가지고 접근했던 어른이 무안해지리만큼 단호하게 거절하는 아들의 반응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아들의 특성은 두 가지다. 첫째는, 공감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자신의 그런 반응으로 인해 상대가 어떤 느낌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그만큼 자신의 주도하에 모든 일을 해나가는 것이 아들에게는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딸은 아무리 재미있어 보이는 놀이라 하더라도 아무도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이내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집에 딸과 아빠가 단둘이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분명 집에만 해도 장난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아빠는 딸이 혼자서도 얼마든지 재밌게 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딸에게 중요한 건 장난감이 아니다. 아빠가 자신과 함께 놀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딸은 저만치 멀리 떨어진 한쪽 방구석으로 가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자세로 몸을 웅크리며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아빤 날 사랑하지 않나 봐”     


얼마 전에 딸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가 공연 전 입장 대기하는 장소에서 딸과 함께 바짝 붙어 앉아 핸드폰을 손에 쥐고 게임 삼매경에 빠진 아빠를 보게 된 적이 있었다. 키즈카페를 가건 어딜 가건 아이를 저 멀리서 혼자 놀게 내버려 둔 채 핸드폰 게임에 빠진 아빠의 모습을 본 것이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 그 모습이 유독 들어왔던 이유는 우선 아들이 아닌 딸과 함께였다는 점과 그 순간 아빠가 딸에게 던진 한마디 말 때문이었다.     


“우리 이제 같이 왕을 죽이러 한 번 가볼까?”      


안타깝게도 아빠는 아이가 자신과 함께 핸드폰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엄청난 착각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빠의 그 말에 아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어떤 말을 하고 있을지 너무도 또렷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아빤 언제쯤 나를 바라봐 줄까? 


딸은 공감 능력이 아들보다 무척 강하기 때문에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우울함을 느끼게 된다. 공감 능력이 강한 딸에게 필요한 건 장난감이나 함께 놀 거리 아닌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상대’다.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단지 같은 장소에 함께 있더라도 아빠의 마음이 자신과 닿았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딸에게 그것은 결코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딸의 표정을 살펴보자. 지금 우리의 딸은 아빠를 향해 마음속으로 어떤 말을 하고 있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딸에게 경험을 선물하는 아빠가 돼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