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스물

잘 하고 싶은 마음,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 완벽주의

by 노마 장윤석

그니까. 다 좋은데. 마음에 잡아먹히곤 한다. 이건 완벽주의에 대한 이야기 일테다. 하물며 이 끄적임 스물 조차 쓸지 말지 오분을 고민했다. 답 안나오는 고민에 헛되이 쓰는 시간이 많다. 오늘은 문단을 띄우지 않겠다. 어디서 띄워야 할지, 어떻게 문단을 배치해야 할지, 첫 문장을 마지막 문장을 뭐로 할지 고민하는 것도 피로하다. 완벽주의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작업이다. 잘 하고 싶은 마음에 매여버리는 거다. 별 생각 없이 무던하게 툭툭 하는 게 아니라 어떤 틀을 만들고 순서를 고민하는 그 일련의 과정에 묶여버리는 것이다. 항상 역작을 쓰고 싶어하고, 그렇게 인정받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나보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더 중요한 책은 <텍스트의 포도밭> 이겠다. 학자가 무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한가. 즐기는 게 중요한가. 어떤 마음이 있는 순간 그 순간을 즐기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면 아프다. 인생 막 살자. 남일성 교수님의 마인드를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교수님은 송해를 가장 존경한다 했다. 하루에 소주를 두 병씩 마셔서. 그 유연하고 퍼석한 자세가 좋았단다. 항상 수업을 듣고 든 감정과 단상들이 사라지는 게 아깝다. 하루가 사라지는 게 아깝고, 소중한 대화와 문장들이 사라지는 게 아깝다. 모든 것은 양면이 있기 마련이라 이는 독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참고문헌을 잔뜩 쌓아놓지 않는가. 문장을 못 버리지 않는가. 그것 좀 버려도 되는데. 버린다음에 다시 안 쓰면서도. 참. 가엽지 뭔가. 그냥 버리면 되는데. 결국 글쓰기수업에서도 지적받은 게 그 버리는 연습이었다. 이 정리에 대한 강박은 집에 있을 때 청소해야지 하는 마음에 날 휩싸이게 하고, 해야지 해야지 하는 생각이 남아 괴롭히는 것이다. 청소를 하면서도 공부를 해야지 싶었다. 완벽주의는 병이다.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은 나에게 판옵티콘이 되어서 나를 옥죈다. 삶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다. 흘러가는 것일 뿐이다. 이 마음으로 말미암아 카톡 같은 것도 잘 못한다. 뭐라 답장을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의 메시지를 받고 상대가 어떤지 저쩔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느라 못 보내는 것이다. 그냥 좀 별 생각 없이 살아라. 인생 좀 막 살아라. 그게 더 잘 사는 거야. 충분히 잘 하고 있는데도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에 나를 편하지 못하게 하는 거 그만둘란다. 마음가짐이라도 편하게 먹자. 그럼 더 잘 될걸? 꼭 정리해야 돼? 흘러보내는 법을 익혀야겠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흘러보내자. 수업에서의 이야기 다 기억 못해도 괜찮아. 다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과제 좀 미완이면 어때. 항상 얼마나 대단한 걸 하려고. 그냥 나에게 충실해. 잘 하고 있잖아. 더할 나위 없을거야. 나를 사랑하는 연습. 마음을 편하게 두는 연습.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어디로 흘러갈지 몰라도 괜찮아. 인생이 주는 불확실성과 우연을 즐겨. 확실하지 못하여 불안한 것들은 다 잘될거야. 잘되게 되어있어. 나는 불확실성이 주는 묘미를 불안에 가려 못 느끼고 있었구나. 불확실성과 확실성의 교차에 대해서 고민고민고민. 빙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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