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온도
1월 31일 늦밤
윤석, 마음이 씨끌씨끌한거야? 동지 하연은 물었다. 그러니까 나도 모르겠어. 연의 물음에 뒤늦게 대답해본다.
마음에 대해 너무 많이 말했나 싶기도 하다. 이제는 마음 다잡고 확실한 방향으로 전력질주 할 때도 되었지 않나. 흔들리지 않고 앞에 놓인 것들에 충분하게 충실할 수 있지 않나. 읽을 것도, 할 일도, 쓸 글과 논문도,
구상들이 여럿 있었는데, 다 구상으로만 머물러 있다. 한 달간 생각만 했다. 꿈만 꿔봤다.
마음에 확신이 없는 탓일까. 혹은 자신이 없는 탓일까.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갈 기회들을 여럿 놓쳐버리는 날 보면서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조금 달래주고 싶기도 하다.
한 주 전에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 워크숍을 했었다. 거기서 정혜신 선생님이 던진 물음표가 기억에 남는다. 오늘도 여러 번 떠올렸다. “자기 삶에서 비상선언을 했나요?” 나는 비상선언을 했나.
사태가 급박하다는 이야기는 여럿 했다. 이제는 다 대강 언저리는 아는 이야기다. 문제는 온도차다. 지구의 온도는 올라가는데 사람들의 온도는 낮다. 어쩌나. 어떤 간극, 온도차가 계속 무언가 괴로움을 가져오는 것 같다. 혹은 혼란, 혹은 인지부조화. 그래서 널뛰는 마음이다.
2020이 그렇게 중요한 해라고 되뇌었는데, 나는 이전과 큰 변화 없이 한 달은 지나갔다.
.
2월 1일 정오
마음이 중요하다. 우린 무엇이 소중한지 쉽사리 잊는다.
.
2월 1일 자정 전
요새 뭐를 많이 잃어버렸다. 모자. 카드. 목도리. 우산. 없어지고 나서야 아차. 엄마는 말했다. 자꾸 잃어버리는구나. 머릿속 정리가 필요할 듯 싶구나. 생각이 많아서리. 소중한 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두렵다. 잃을까봐 두렵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두려운 것처럼. 그래서 속도를 늦추게 된다. 의식은 가속을 바라는데 마음은 밍기적 밍기적 움직인다. 야 해보자. 달려보자. 그래도 쉬이 동하지 않는다.
일과 사람은 운동과 마음은 같이 갈 수 없는 걸까. 어찌해야 같이 갈 수 있을까.
나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의 질환은 이리 방심했을 때 찾아오는구나. 하기야 요새 운동도 하지 못했고 규칙적으로 살지도 못했지. 끼니도 제 때 제대로 못 챙겨먹었고. 어김없이 찾아오는구나. 2월부터는. 나는 다짐빼면 남는 게 없으니까.
구상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일과 열정들이 나에게 없을까 두렵다. 공상가. 화가. 멋들어진 말과 낭만적인 감상만 일삼는 몽상가일까 두렵다. 그리고 태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건 아닐까 걱정되고 성공하지 못하고 후회할까 두렵다.
항상 내가 온도가 높았다. 그래서 더 조급했고 실수도 많이 했다. 지금은 내 체온계가 고장나서 온도 측정이 어렵다. 마치 지금 날씨처럼 겨울인데 따뜻하다. 추워야 하는데 이상하게 따뜻하다. 지금의 내 온도를 가장 적확히 표현하는 비유다. 어쩌면 사실에 가장 근접한 것은 이런 비유이겠다.
쓰다보니 후련하다. 다행이다. 글은 치유의 기능이 있으며 글쓰기는 치유의 과정이다.
속도와 온도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할 것 같다. 2월의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