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스물둘

속도. 온도

by 노마 장윤석

1월 31일 늦밤

윤석, 마음이 씨끌씨끌한거야? 동지 하연은 물었다. 그러니까 나도 모르겠어. 연의 물음에 뒤늦게 대답해본다.

마음에 대해 너무 많이 말했나 싶기도 하다. 이제는 마음 다잡고 확실한 방향으로 전력질주 할 때도 되었지 않나. 흔들리지 않고 앞에 놓인 것들에 충분하게 충실할 수 있지 않나. 읽을 것도, 할 일도, 쓸 글과 논문도,

구상들이 여럿 있었는데, 다 구상으로만 머물러 있다. 한 달간 생각만 했다. 꿈만 꿔봤다.

마음에 확신이 없는 탓일까. 혹은 자신이 없는 탓일까.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갈 기회들을 여럿 놓쳐버리는 날 보면서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조금 달래주고 싶기도 하다.

한 주 전에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 워크숍을 했었다. 거기서 정혜신 선생님이 던진 물음표가 기억에 남는다. 오늘도 여러 번 떠올렸다. “자기 삶에서 비상선언을 했나요?” 나는 비상선언을 했나.

사태가 급박하다는 이야기는 여럿 했다. 이제는 다 대강 언저리는 아는 이야기다. 문제는 온도차다. 지구의 온도는 올라가는데 사람들의 온도는 낮다. 어쩌나. 어떤 간극, 온도차가 계속 무언가 괴로움을 가져오는 것 같다. 혹은 혼란, 혹은 인지부조화. 그래서 널뛰는 마음이다.

2020이 그렇게 중요한 해라고 되뇌었는데, 나는 이전과 큰 변화 없이 한 달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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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정오

마음이 중요하다. 우린 무엇이 소중한지 쉽사리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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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자정 전

요새 뭐를 많이 잃어버렸다. 모자. 카드. 목도리. 우산. 없어지고 나서야 아차. 엄마는 말했다. 자꾸 잃어버리는구나. 머릿속 정리가 필요할 듯 싶구나. 생각이 많아서리. 소중한 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두렵다. 잃을까봐 두렵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두려운 것처럼. 그래서 속도를 늦추게 된다. 의식은 가속을 바라는데 마음은 밍기적 밍기적 움직인다. 야 해보자. 달려보자. 그래도 쉬이 동하지 않는다.

일과 사람은 운동과 마음은 같이 갈 수 없는 걸까. 어찌해야 같이 갈 수 있을까.

나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의 질환은 이리 방심했을 때 찾아오는구나. 하기야 요새 운동도 하지 못했고 규칙적으로 살지도 못했지. 끼니도 제 때 제대로 못 챙겨먹었고. 어김없이 찾아오는구나. 2월부터는. 나는 다짐빼면 남는 게 없으니까.

구상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일과 열정들이 나에게 없을까 두렵다. 공상가. 화가. 멋들어진 말과 낭만적인 감상만 일삼는 몽상가일까 두렵다. 그리고 태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건 아닐까 걱정되고 성공하지 못하고 후회할까 두렵다.

항상 내가 온도가 높았다. 그래서 더 조급했고 실수도 많이 했다. 지금은 내 체온계가 고장나서 온도 측정이 어렵다. 마치 지금 날씨처럼 겨울인데 따뜻하다. 추워야 하는데 이상하게 따뜻하다. 지금의 내 온도를 가장 적확히 표현하는 비유다. 어쩌면 사실에 가장 근접한 것은 이런 비유이겠다.

쓰다보니 후련하다. 다행이다. 글은 치유의 기능이 있으며 글쓰기는 치유의 과정이다.

속도와 온도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할 것 같다. 2월의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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