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스물셋

이 봄빛을 빼앗지 마오

by 노마 장윤석


나에게 수만가지 영혼들이 있다는 기구한 축복 탓에 괴로워하고 있다. 나에게 있는 시인의 영혼은 이럴때면 미울만치 나를 괴롭힌다. 무엇하나 올곧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하지는 못하고, 쌓인 일 리스트와 해야 한다는 강박과 초조함 속에서 자꾸 본질과 덧없음에 대해 생각한다. 이로 손에 안 잡히고 째각 시간이 넘어가면 또 다시 괴로워하고 하루의 말미에는 다시 그 사실로 미간을 찌푸리기를 반복. 참회록도 세찬 다짐도 그만두고 싶고, 다만 나에게 부여된 이 생을 조금 여유롭고 충만하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 하는 물음 뿐이다. 시간의 흘러감에 이리 안절부절 한 것은 나 개인의 못남인가 실제하는 세계의 한계 시간 탓인가. 혹은 사회에서 습득된 못된 경향 탓인가. 때로는 원인을 찾는 것은 부질없다. 그 근인이 무엇이든간에 이미 현실로 주어져 피부 속을 파고드는 시공간은 존재하니.

허수경의 문장에 이리도 끌리는 것은 지금 나의 이 한탄이 그이의 고민들과 닮아있는 까닭일까. 아, 그러나 그는 시인이고 나는 아니지 않는가. 마치 신내림처럼 받아들이지도 거부하지도 못하는 한탄의 이 운명이 유난히 기구해보이는 2시 51분. 곧 정각이 다가오면 나는 마음을 다잡을 준비를 한다. 작은 것이라도 의미부여 없이는 아무것도 못 움직이는 사람이라.

언젠가 저 부부 꾸꾸 멧비둘기 소리가 그리워질 날이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그 그리움에 감사하게 될까. 아니면 미워하게 될까.

친절할 용기가 끝내 사라지는 날이면, 그리고 무언가 변화의 길에 발을 들여놓을 용기를 내지 못하는 날이면. 다짐을 반복하는 짓에 지쳐버린 날에. 그런데도 햇살 한 번 화창한 날에. 어둠 속에 파묻혀 온수를 펑펑 낭비한 날에.

매거진의 이전글끄적임 스물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