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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의 전 지구적 수탈·착취·파괴 행태

– 코린도의 인도네시아 토지수탈 비리 사태의 공론화를 시도하며

by 노마 장윤석

한국 기업들의 전 지구적 수탈·착취·파괴 행태 – 코린도의 인도네시아 토지수탈 비리 사태의 공론화를 시도하며



1 서문, 교차된 최악


최악이란 말을 연일 반복하고 있다. 마음이 아리다. 숨이 막힌다. 온갖 욕을 퍼붓고 싶어도 욕이 향해야 할 대상이 아직 알지 못한다. 이렇게 끔찍하고 부조리하게 자행된 수탈·착취·파괴에 누가 책임지고 있는가. 엄청난 면적의 열대우림이 이미 잘려나갔고, 그 과정에서 원주민들이 학살당했으며, 살아남은 사람들은 현대판 노예로 주변화 되어 대대로 착취당하고 있다. 인근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은 그야말로 아작이 났고, 이미 무지막지하게 배출되었고 앞으로도 배출될 탄소는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미 죽은 생명과, 죽어가고 있는 생명과, 앞으로 죽을 생명이 아른거린다. 이름도 그 수도 알지 못하므로, 고통의 크기도 헤아릴 수가 없다.


2020년 6월 25일 뉴스타파와 알 자지라(Al Jazeera)가 함께한 게코 프로젝트(The Gecko Project)에서 팜유기업 코린도의 인도네시아 파푸아 열대우림 벌목 비리를 보도했다(아직 한국에 공론화된 바 없다. 검색창에 코린도를 치면 ‘마스크 기부천사’, ‘아름다운 선행’만 뜰 뿐이다.) 이 폭로는 코린도가 2,200만 달러(한화 240억)을 부패한 관리에게 수수해 서울의 두 배 크기 토지 개발권을 따냈다는 내용으로 인도네시아 경찰이 2019년 4월 인터폴 회의에서 처음 의혹을 제기했다. 코린도 그룹의 생태계 파괴·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2016년 5월에 처음 알려진 바 있다.


2020년 6월 30일, 한국전력 이사회에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투자가 승인되었다. “환경단체와 글로벌 금융기관이 석탄 화력 발전 투자에 대해 경고하고 나서면서 남아공에 이어 인도네시아 사업 또한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으나 한전은 고심 끝에 진행키로 했다.”


2020년 5월 7일 LG화학의 인도 비카스파트남 공장에서 가스가 누출되어 35만 명의 주민이 새벽에 대피했고, 수백 명의 사상자(사망 12명)를 냈다. LG화학 산하의 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되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다. 35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갔다. 사람들이 길바닥에 널부러지고 곳곳에서 비명소리 울음소리가 들렸다.

올해 있었던, 남반구에서만 있었던 일들이다. 이외에도 무수하게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다. 앞서 말한 코린도의 인도네시아 토지수탈·노동착취·불법비리, 한국전력과 두산중공업의 해외석탄발전소 투자·건설, LG화학의 비카샤파트남 가스 공장 가스 누출 사고 말고도 삼성의 베트남 공장 노동자 탄압·유린·성 착취, 2018년 SK그룹과 서부발전과 수출입공사가 합작 투자 건설한 라오스 댐 붕괴 사고, 2008년 대우의 마다가스카르 토지수탈·부정비리, 이후 대우를 인수한 포스코대우(지금은 포스코인터내셔널로 변경)의 팜유 플랜테이션 국제조약 위반 등이 있다. 지금 아는 것이 이 정도고, 드러나지 않고 밝혀지지 않은 채 수면 아래 있는 것들은 얼마나 거대하고 끔찍할지 상상조차 않는다.


개별 사태들을 깊숙이 파고들어 가시화하고 공론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사태들은 개별적으로 다 굵직굵직한 악랄한 사건이자 끔찍한 사고였고,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알리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사건사고가 서로 얼마나 닮아있고,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를 주목함을 통해 구조적 차원의 접근을 시도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아직 시도된 바가 없어, 더욱 긴요하다.


본 글에서는 왜 한국 기업이 유독 전 지구적 수탈·착취·파괴 행태에서 악명을 떨치는지 구조적 진단을 시도하려 한다. 사태의 구조와 맥락을 짚는다. 초국적 기업이 전 지구적 생상 사슬 하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온갖 패악질을 저질러 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이어지는 일련의 전 지구적 수탈·착취·파괴 사태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독보적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 기업이 유독 이리 악랄한가. 이 물음을 통해 한국 재계·정계의 기형적인 역사와 구조를 살펴보려 한다. (그렇다고 서구의 기업들이 괜찮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이 자행한 범죄와 빚어낸 참사에 제대로 책임진 적이 없다. 다만 그 억겹의 역사를 통해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사고를 칠 수 없다) 이는 살충제 라운드업-레디로 세계 각지의 자연과 인간을 파괴한 몬산토(합병으로 현 바이엘)와 보팔참사를 일으킨 유니언 카바이드(2011년 다우케미칼이 인수)사 등 해외의 국제 범죄 기업과의 비교를 통해 더 극명히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서구의 기업들이 식민 지배 시기부터 주욱 이어온 행패를 비교 조명해본다. (층위를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맞다. 거대한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초국적 기업의 동학이란 층위 속에 한국 기업의 독자적인 층위가 존재한다.)


그리고 한국의 시민사회와 정부의 역할에도 초점을 맞춘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이러한 국제문제에까지 여력을 집중할 수 없었던 배경과, 정부가 이 과정에서 어떻게 이들을 비호했으며, 부국강병의 구호아래 이 범죄와 사고들을 묵과했는지 살펴본다.



2. 문제의 총체성, 공통되는 시나리오


앞서 열거한 이 사건들은 각기 다 다른 사건이지만, 잘 보면 맥락이 다 비슷하다. 문제는 이렇게 일어난다. 97년 IMF이후 제조업의 위기 어쩌구 바람이 불며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들(혹은 코린도처럼 ‘개척’의 사명을 띄고 처음부터 파견되었던 기업들), 그리고 ‘재벌’이라는 독점적 경영구조 하에서 만들어진 이들의 ‘방탄복’같은 권력, 이 권력으로 말미암아 정계와 공공기관은 (마치 삼성이 국민연금을 건드렸듯) 기업들을 비호하고, 그 과정에서 모든 투자는 ESG 혹은 지속가능성의 방향 없이 ‘단기적’ 수익성만으로 평가되어 이루어지며, 이 행보에 대해서 환경·시민단체 및 국민의 관심과 제재는 크게 없으며, 그렇게 기업·각종 공사 및 정부의 ‘합심’으로 제3세계에 가서 (이전의 1세계가 그러했듯) 지역민들을 착취하고 수탈하다가 결국 사태가 터지고 만다. 사태 전에 있었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착취·개발·수탈·범죄·횡령·비리는 아는 게 빙산의 일각일 듯하다


사태가 터지고 나서도 국내언론은 별로 주목을 하지 않는다. 사태를 알린 건 마다카스카를처럼 서방의 언론(여기서는 파이낸셜 타임즈)이고 심층보도도 주로 국제 저널리즘이 형성된 쪽에서 내놓는다. 국내언론은 대부분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소식들만 기가 막히게 집어 오고, “한국인 사상자가 발생했다”와 같이 사람이 죽어도 한국인의 여부에만 관심을 둔다. 정부는 로힝야 난민에서 보듯 코이카를 파견하고 간단한 입장을 내놓는 식이다. 이 사태를 초래한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다가스카르 국토 수호 단체인 TANY에 따르면, 한국이 2017년 7월 마다가스카르에 대사관을 세운 것은, 한국정부도 이 프로젝트의 부활을 지지하고 있음을 확증하는 것이다. 2013년 발표된 보고서에서 대우 그룹과 한국 정부간의 긴밀한 관계 또한 지적하고 있다.) 국내의 환경·시민 단체는 애초에 힘도 적고, 이 기업들과 정부가 안에서 벌이는 일들과 맞서기에도 여력이 부족하다. 4대강을 다 헤집어놓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파푸아 이야기를 어째 하나. 국제NGO와의 협력이 중요하지만 이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인다.


폭넓은 거시적 차원에서의 분석을 위해 ‘지구화 프로젝트’ 속 자본 자유화의 흐름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흐름 하에서 온갖 사회가 무너지고 정부가 힘을 잃고 그랬으니 기업이 이 흐름에 별 수 있을까 보는 시선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거시적인 흐름으로 시대의 모순을 설명하는 것의 결론이 정당화 작업이라면 그것은 분석의 게으름이다. 이 사태들이 국제적인 조류 가운데에 있음과 동시에 대기업·정부·공공기관·기업소유언론의 긴밀한 유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3. 거대한 역설


또한 거대한 역설 혹은 모순이 이 일련의 사태 한가운데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전 지구적으로 일어난 이 잔혹한 상황이 드러내고 있는 역설과 모순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1) 주식시장의 가치 반영 2) 기업과 언론의 녹색분칠 3) PF(Project Financing)의 역설 4) 생태계 파괴의 이중 잣대 로 나누어 설명할 수가 있다. 주식시장은 사고를 반영하지 않는다. 주가가 기업가치를 정확히 반영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명제는 틀렸다. 해외에 공장이나 댐 따위를 짓는 프로젝트는 PF의 구조 아래 진행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서 책임소지는 불분명해지고, 한전·산업은행·수출입공사 등이 투자의 명목으로 협력한다. 기후위기·생태계파괴의 프로젝트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지어지는 대형 사업은 이중적 잣대의 환경영향평가를 가진다. 국내의 환경기준에도 맞추지 않을뿐더러 단가를 맞추기 위해 위험하고 해로운(그리하여 이제는 더 이상 쓰지 않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사고가 터지면 언론은, 시민단체에서 진실을 고발하는 기사를 보도하고나 기획을 홍보하면 기가 막히게 분칠된 기사들이 연이어 뜬다. 각각의 사태에 대해 이러한 역설을 중점으로 살펴본다 .


(1) 코린도


a. 기업에 대하여


코린도 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20대 기업 안에 꼽히는 대기업으로, 1969년 승상배 초대 회장(현 회장 친자 승은호)에 창립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인 투자회사 중 대 기업으로서 자원사업분야와 제지 및 중공업, 금융, 화학, 물류 등 30여 개의 계열사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코린도(Korindo)는 Korea와 indonesia의 합성어다.)


기업은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다. “코린도 그룹의 핵심가치는 ‘인간존중 경영, 열린 네트워크, 현지중시 경영’ 으로서 ‘선견, 선점, 선행’ 의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으로 현지인과의 화합된 공동체 의식을 강화, 일명 ‘코린도 문화’ 를 형성해 왔습니다.”


코린도의 사업구조는 크게 8개의 사업부로 나눌 수 있다. 자원, 제지, 중공업, 물류, 금융, 화학, 무역, 부동산사업부가 그것이고, 이 중에서 핵심 사업으로 꼽히며 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자원사업부이다. 자원사업부는 크게 조림사업부, 발릭빠빤 사업부, 빵칼란분 사업부, 아시키 사업부로 나눌 수 있으며, 깔리만딴과 파푸아 섬에 터를 두고 있다. 깔리만딴에 위치한 발릭빠빤과빵칼란분 지역에서는 주로 원목을 가공한 합판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파푸아에 위치한 아시키 지역에서는 합판뿐만 아니라, 팜 오일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 친환경 기업의 비전에 앞장서고 있음을 광고하고 있다.


“최근 치솟는 유가와 환경 파괴로 인해 저탄소 녹색성장이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는데요. 사실 코린도 그룹은 오래 전부터 그린 경영에 주목한 기업입니다. 원시림을 베는 대신 나무를 기르고 자연보호에 앞장서고 있으며, 특히 조림산업과 팜오일 사업 경쟁력은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기업’ 을 추구하는 그들의 비전과 많은 부분 일치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린도 그룹은 사회 공헌으로도 매우 유명한 기업입니다. 자원 개발을 주로 하는 기업이다 보니 대부분의 사업부가 오지에 위치해 있는데요. 하지만 코린도 그룹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일환으로 이 지역에 직원들을 위한 숙소와 식당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종교, 체육 시설을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의 복지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b. 그간의 의혹과 고발


하지만 멋들어진 광고와 분칠(Green Washing) 이면에는 수많은 의혹과 고발이 존재한다. 코린도 그룹의 생태계 파괴·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2016년 5월에 처음 알려진 바 있다.


파푸아는 몇 년 사이 혼란을 겪고 있다. 2019년 8-9월 하반기 인종차별과 수탈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었다. 1969년 인도네시아에 병합된 이후 50년간 인종차별과 수탈에 시달려온 파푸아 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시위의 촉발은 인도네시아 군 장교와 민병대의 인종차별과 과잉 진압이 화근이었지만, 갖은 수탈로 인도네시아 내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었고, 한 해 전에는 홍역과 영양실조 위기로 어린이 70여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팜유농장은 잔혹한 노동환경과 생태파괴로 유명하다. 팜농장이 지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열대우림을 대규모로 베어낸다. 베어낸 나무를 원목으로 쓰거나 합판으로 가공하거나 제지로 만들어 수출한다. 그리고 그 땅에 팜(야자)나무를 심는다. 혹은 불을 놓아 다 태워버린 후 농장을 조성하기도 한다.


바이오디젤(생물연료)로 팜유가 주목받지만 바이오디젤이 친환경적이라는 것은 헛소리에 가깝다. 친환경적이라는 근거는 식물이 성장하는 동안 흡수한 탄소량과 내연기관이 내뿜는 탄소량이 비슷하다는 것인데,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기 위한 과정에서 원래의 원시림을 대규모로 밀어버리고 그 때 나오는 온실가스, 그 원시림이 흡수하는 탄소량을 감안하면 오히려 경유보다 3배 이상(최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그 과정에서 이탄습지(석탄 이전 단계의 유기물 퇴적층)라도 파괴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수십배로 치솟는다.


이는 코린도 만의 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에는 포스코대우(포스코인터네셔널)가 마찬가지로 진출해있고, 이 기업이 저지른 횡포는 코린도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종합상사들은 인도네시아에서 팜 농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만5500㏊ 규모로 팜나무를 재배하는 것을 비롯해 LG상사는 농장 3곳에서 총 4만5000㏊, 삼성물산은 2만4000㏊ 땅에서 팜을 기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현지에 팜 오일 생산 공장도 갖추고 있다.)


코린도 그룹은 2016년 세계 최대의 팜유 유통업체 월마(wilmar)와 거래가 정지되었다. 미국 환경단체 마이티(Mighty)는 코린도의 열대우림 파괴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세계 최대 팜유 취급 업체인 윌마(Wilmar)는 지난 7월에, 무심마스(Musim Mas)는 지난 8월에 코린도그룹과 거래를 중단했다. 여러 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산림 파괴·이탄습지 파괴·주민 착취 금지(NDPE) 정책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포스코 인터네셔널은 논란 후 5년이 지나서 2020년 3월에야 겨우 NDPE(No Deforestation, No Peat, No Exploitation) 정책’을 선언했다.


이는 해외의 연기금 및 투자처들이 모조리 투자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연기금이 인도네시아 팜 농장을 비윤리적 투자로 규정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와 모회사인 포스코의 주식을 매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2018년에는 네덜란드 공적연금이 포스코인터내셔널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또 영국 최대 드럭스토어 부츠(Boots)도 2018년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c. 게코 프로젝트의 심층보도, 불법비리 고발


2020년 6월 25일 뉴스타파와 알 자지라(Al Jazeera)가 함께한 게코 프로젝트(The Gecko Project)에서 팜유기업 코린도의 인도네시아 파푸아 열대우림 벌목 비리를 보도했다. 이 폭로는 코린도가 2,200만 달러(한화 240억)을 부패한 관리에게 수수해 서울의 두 배 크기 토지 개발권을 따냈다는 내용으로 인도네시아 경찰이 2019년 4월 인터폴 회의에서 처음 의혹을 제기했다.


놀랍게도 인도네시아 코린도 비리 사태에 관여된 김남구라는 사람은 마다가스카에서 탄핵까지 이어진 땅뺏기 계약 로비 관련자이다. 이쪽 토지 수탈 전문가('developer')로 봐야 할 성 싶다. 그리고 그가 자기가 설립한 (유령)회사의 계약을 포스코에게 팔아 넘겼다. 이 과정에서 수출공사, 금융감독원 등 연결된 공사들은 무엇을 했을까.


(2) LG화학의 인도 비카샤파트남 가스누출 사고 – 주식가치의 이중성, 녹색분칠

(3) 한국전력의 해외 석탄발전

(4) 라오스 댐 붕괴 사고

(5) 대우-마다카스카르

(6) 삼성 베트남 공장



4. 원인 진단 – 재벌지배구조, 공사의 투자구조, 한국정부의 비호와 묵과, 언론의 매수됨, 시민사회의 여력 부족


주목할 원인으로는 다음을 지목한다. 첫째, ‘방탄복’같은 한국기업의 재벌 지배구조, 오너의 독점적 권력. 둘째, 국민연금·한국전력·수출입공사·산업은행·금융감독원 등 공사의 수익성만으로 평가되는 투자구조. 셋째, 한국 정부의 비호와 묵과. 넷째, 언론의 몰지각과 매수됨, 다섯째, 시민단체의 견제와 여력 부족. 이 원인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얽혀있고 연결되어 파국을 빚어내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1) 한국 재벌의 ‘방탄복’ 같은 기업지배구조


첫째가는 원인으로 한국 기업의 재벌 지배구조를 꼽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의 기업들이 특히 전 지구적 환경, 노동 수탈과 착취에 악명을 떨치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소급해서 올라가면, 한국의 재벌지배구조가 연결된다. 박근혜 탄핵 이전, 이명박 정권에서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권력은 최고조에 달했고 오너의 지시는 절대적이었다. 삼성이 국민연금에 손을 댄 것이 대표적이다.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하고, 효력 없는 국제법을 피해가는 것은 물론, 국제시장논리까지 어겼다. 옥스포드 사전에도 등장했다는 '재벌', 삼성으로 대표되는 무소불위 의 ‘방탄복’ 같은 권력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폐악을 저질렀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은 땅뺏기(대우), 토지수탈(인도네시아), 전 지구적 노동착취(LG, 삼성 외), 암묵적 성산업까지 손을 댔다. 삼성이 베트남 공장에서 그러한 것처럼 현지 주민과 정부의 반발에는 주민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정부에는 뒷돈을 준다. 삼성 반도체 사태처럼 피해자 혹은 산업재해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돈으로 입을 막았고, 경찰과 변호사들을 끌어 모으는 건 그들에게 충분히 익숙한 수법이었다. 가장 가성비가 좋은 ‘대처’이기도 하고 말이다.


언론과 정부와 피해자까지 다 돈줄을 쥐었는데 누가 이를 막을 수 있을까. 한국 재벌일가의 독점적 횡포에 대해서는 국내고 국외고 갖은 목소리들이 등장했지만 소용이 없어 보인다. 경영구조는 SK-소버린 사태에서 보듯 해외의 투자(기)기관과의 마찰도 여럿 낳은 적 있다. 지금 한국 기업이 해외 자금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렇게 폐쇄된 경영구조가 한 몫 한다고 짚어볼 수 있다.


재벌의 지배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유용한 낱말은 ‘순환출자’가 되겠다. 계열사가 서로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몸집을 키워가고 지배구조를 서로 연결해서 하나의 ‘일가’를 만들고 만다.


마다카스카르 사태 이후 대우는 파산했고, 이 파산은 책임효력의 회피성 성격도 분명히 지닌다. 그리고 포스코대우가 인도네시아에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업의 행보에는 사실상 장소만 달라졌지 변화가 없다. 그렇다면 대우는 파산하고 사라진 게 맞는가? “이름만 바뀌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지배구조의 전면적인 개선이 내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다. (마다카스카르 사태의 대우처럼 해외 언론들에 의해 폭로되어 파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밝혀지지 않은 것도 꽤 될 거고, 밝혀져도 자기 책임 아니라고 잡아떼거나, 국제법의 미비와 구멍을 십시일반 활용해 발 뻗고 잘 있는 기업도 많을 것이다.)


이렇듯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견제도 없었고, 사회와의 접점도 없었다.


(2) 공사의 기형적 투자·경영구조

(3) 한국 정부의 비호와 묵과

(4) 언론의 몰지각과 매수됨

(5) 시민사회의 여력과 견제 부족



5. 대안, 나아가야 할 방향


파국을 조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최선이 타락하면 최악이 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비극들이 서로 얽히고 얽혀 일어났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뭉친 타래들을 한번에 끊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간 각계에서 별개로 싸워왔던 이들이(학계고 광장이고 국제기구고 할 것 없이) 함께 싸울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이는 노동운동의 방향이 주식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져야 하고, 환경운동의 방향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즉 기업을 민주화하거나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노동과 생태의 공존을 꾀해야 하는 점은 분명하다. 노동자경영권의 녹색 측면을 부각시키고 탄소세와 토지세를 부과하는 움직임(movement)를 이쪽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적녹보라연대의 가능성의 지평이 여기에 있다. 남반구의 토지수탈 철폐, 노동자경영권, 사회적책임투자(ESG), 지속가능금융, 해외석탄발전소 폐쇄, 기후위기와 전 지구적 그린뉴딜, 탄소세, 토지세, 보편적 인권, 지구법, 소농과 여성소농운동(Eco-Feminism), 등 다양한 대안적 시도를 이 문제를 조명하며 엮어낼 수 있다. 이는 고통에 대한 상상력의 확장으로 가능할 것이다.


6. 추후


이제 막 서론을 썼다. 구조의 총체성을 진단하고, 이 모순적인 일련의 일들을 설명하고 해결하는 이론틀을 모색해서 분석을 이끌어 가보려 한다. 통합적이고 섬세한 이론틀의 부재가 이 사태들을 별개의 사건사고로 여겨지게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마르크스 에콜로지가 보이는 통찰을 활용할 수 있다. 과학기술과 인간을 분리하려는 차원, 의도된 무지, 자본의 방향성 등 널리 알려진 마르크스의 날카로운 지적 뿐 아니라 ‘물질대사의 균열’ 면에서 자본을 조명해야 한다. 전 지구적 자본의 동학을 관찰할 때 우리는 앞선 사례들에서 계속하여 봤듯이 자본이 인간과 자연을 동시에 소외시키며 동시에 착취시키는 동학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과 자연, 인간과 환경은 그 보호에 있어서는 분리될 수 없다. 이를 바탕으로 삼는다.


또 하나의 틀로는 칼 폴라니의 노동(인간), 토지(자연), 자본(화폐) 상품화와, 그의 섬세한 방법론을 이어가고자 한다. 그는 사람과 자연과 조직이 시장의 유토피아적 확장으로 모두 악마의 맷돌에 갈려나간다고 통찰한 바 있다. 그가 식민 지배 시대 남반구의 토지수탈과 토착적 공동체의 절멸을 비춘 통찰에 빚을 진다.


한편으로는 마리아 미즈와 반다나 시바에게서 보이는 전 지구적 토지수탈에 연계된 여성 농민의 착취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한국 기업의 고유성 혹은 특수성을 조명하기 위해서는 김종철, 김상봉, 정희진의 연구를 살핀다.


삼성이 베트남 공장에서 보이는 사태를 주목함으로써 정희진이 말하듯 한국의 ‘식민지 남성성’이 어떻게 기업의 마수를 거쳐 성 착취로 이어지는지를 살펴보고 싶다. 한국의 공장들 옆마다 형성된 홍등가는 예의 미군이 가는 곳마다 생겼던 기지촌 그 다음 버전이다. 왜 가해의 굴레를 끊지 못했나. 정희진이 개념이 유효하리라.


김종철은 ‘금융과 회사의 본질’에서 재산권과 계약권의 이종교배를 바탕으로 현대 기업과 금융의 본질적 측면을 탐구한바 있다.


김상봉은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에서 썼던 것처럼 기업 자체의 이중적 구조를 밝히고 법인격 차원의 분석에 들어감으로써 소유권과 경영권을 분리해낸다. 그럼으로 기업의 독단적 지배구조는 해체되고, 그 공간에 노동자의 경영권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근원적인 통찰과, 현실의 추잡한 역동성에 대한 냉철한 조감도 모두 놓치지 않는다.



* 개별적인 사태에 대한 집중연구는 추후에 진행한다. 전반에 걸쳐 보완하고 조사해야 할 일들이 많다.

** 이 개요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환경, 노동, 젠더 착취, 약탈, 사고를 파보려고 한다. 올해 빚어졌거나 수면 위로 올라온 인도네시아 벌목과 해외석탄발전, 인도 가스 누출 사고를 중심으로. 작게나마 연구팀을 꾸리려 한다. 공부하고 활동하고 공론화하리라. 이 문제가 유독 아프게 다가오고 막막함에 덮여있는 이는 연락 주시라.

*** 이 사안은 혼자 팔 수 있는 게 아니다. 사회학(개발학, 국제적 맥락), 정치학(동남아 지역학, 아세안 지정학), 경제학(기업지배구조, 주식시장 동학, 금융학), 국제법(제소 사례 및 법적 대처 방안), 생태학(침탈 지역 피해 파악 및 근원적 관점의 파악)등 공부할 것들과 모아야 하는 사람이 많다. 전력으로 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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