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 30
9.24
언제부터 이 길을 걷고 있었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제가 그랬다. 물론 다 이어지는 길이다.
처음에 ‘실존’을 들고 철학한다며 나설 때부터, ‘학벌’들고 수능 거부한 다음 사회의 민낯을 보고, 경제학을 선택하면서 주류와 모순의 한복판에 가고, 토지공개념을 공부하면서 불평등과 땅의 감각에 대해 보고, 녹색공부가 생태학으로 이어졌다. 기후위기에 마주해서 모든 생각과 인식과 행동이 뼈가 다시 붙는 것처럼 다시 맞춰졌다. 다 나였다. 꽤나 압축적으로 살았다는 것을 알고, 이게 오롯한 나의 길만은 아니기에 나는 계속 ‘자유인’보다 ‘채무자..?’의 위치에 서려 한다. 누린 것도 받은 것도 운도 많아서 할 수 있는 한 큰 일, 호근 크지 않더라도 너무나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싶다. 사실 해야만 한다에 가까운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처음 선생님을 만났을 때 이후로 나는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바쁘다 바쁘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보다 나쁜 게 없다는 데 요새 인생에서 가장 바쁠 때라는 말을 종종 내뱉는다. 뭘 많이 하긴 한다. 많이 맡았고, 어깨도 어느 정도 무겁고, 마감도 촤르륵 있다. 그런데 구이 바쁘다 툭 내뱉는 것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고즈넉하게 잘 보내는 게 더 나을텐데. 굳이 바쁜 척 하지 말고, 조용하게 부지런히 와글와글 있으면 되는 건데.
아까는 시장을 걸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엄청 고령의 할머니가. 시장에서 밤을 까고 계셨는데 내가 그 할머니보다 바쁜가. 마음이라도 느긋하게 먹으면 보이는 것도 느긋할텐데, 현대인에게 바쁨은 일종의 엑세서리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고. 그냥 잔잔히 일하고 건강과 기분 잘 챙기고 총명하게 있고 그런 습관을 몸에 배이도록 하는 게 낫겠다. 왜 움베르토 에코는 친구를 대접하면서 차를 끓이는 와중에 그날 읽을 책 후루룩 읽고 그랬다지 않는가.
일도 일인데, 사람도 사람이고 삶도 삶이다.
그보다 디안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제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를 모조리 복기하고 싶지만 그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 일단 조금 더. 정말 사람이 죽어가는 곳 옆에서 힘을 내 활동하는 이가 있다. 나이도 국적도 다 필요없다. 너도 울고 나도 울 수 있으면 된다.
9.30
때 지난 끄적임을 이래 올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그보다, 9월이 간다. 갔다. 가나? 이 다사다난함을 정리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 다만 나를 살피는 일에 힘을 쓰지 않으면 붕괴의 위험이 상존한 채로 달려가는 것과 똑같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게 무엇인가 생각하며 걸어가야한다. 안다.
사람에게 힘을 얻는다. 도시에서 사는 건 힘들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롭다. 그래도 힘 낸다. 그럼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