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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장윤석 Jan 03. 2021

2021 해갈이글

2020.12.31부터 2021 1.3까지     


그래도 글 한 편 끄적여야 해갈이에 아쉬움이 없겠다. 연말에 붕앙한터라 따뜻한 연말이라기보다 뜨거웠지 뭔가. 모두 끄덕일 테지만 역대급 다사다난한 해였다. 그런데 새해가 더 다사다난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 왜 2020년이 추억의 해가 될 수도 있다는 무서운 말들처럼. 우리 시대의 한 특징은 종말론자들의 경고가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예산 앞자리가 6년으로 바뀌는 걸 보면서, 음 시간 참 빠르군 그래 생각했다. 물론 이 압박감과 불안감, 우울은 언제부턴가 떨쳐냈다. 지금은 그다지 깊게 사로잡히지 않는다. 물론 그 감정과 마음을 알고, 다독이고 그런다. 우울할 때 전화해도 된다.      

다시 그린뉴딜을 잡았다. 그런데 전환을 위해서는 파괴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렀다. 그래서 나는 비판과 형성을, 만듦과 파괴를, 녹색전환과 생태학살(Ecocide)를 동시에 가져간다. 부수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전환의 주체가 생겨난다고 믿는다.      


여러 곳에 깊게 혹은 적당히 어우러져 속해 있다. 활동 공유차 그리고 네트워크차 찬찬히 적어본다. 너도나라, 성공회대 녹색당 GPS 녹평읽기모임, 공기네트워크 공생연구소, 거역 개발공부모임, 생태적지혜연구소 학술위원회, 청년기후긴급행동(aka. 김공룡과 친구들), 아야프(AYARF),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녹색당 정책위원회(준), 기후정의포럼, 녹색전환연구소.     

“열심히”, “바쁘다”는 말은 안 할수록 좋다, 는 누군가의 말을 빌려온다. 바쁜 것이 성실하고 훌륭한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위험하다. 많은 강박과 불안과 조급함(그래서 무언가를 놓치는)이 여기서 연원 한다고 본다. 그래도 몇 년 활동을 해오며 나는 아무래도 다 하거나, 다 못하거나, 인 걸 알았다. 봄 될 때 화르륵 밀어붙이고 겨울 오면 편하게 번아웃 해 있고 그런다. 번아웃은 사실 되게 당연한 거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밀려오는 미안함, 책임감, 부끄러움, 자책이 문제인데 우리 어차피 같이 얼굴 보고 계속 녹색 할 사람들이니 자기에게 서로에게 관대해지자. 동지가 아프다면 마음이 쓰이지 책망을 할 리가. 당신도 그럴 사람인 거 아니, 마음 좀 놓고 편히 아프다 와주라.      

그렇지만 활동가 사회복지(?)는 가장 긴요한 구조적 문제다. 한국형 번아웃의 구조가 분명히 있다. 반짝 아이디어를 슥 내보이자면 노동조합에 가입할지도 모른다. 이름하여 기후활동가 노동조합! 내용인즉슨 나와 동지들은 기후노동자다. 한 일주일 줌에서 밤 샌 다음에 나온 이야기다. 기후노동을 임금도 없이 야근을 일삼으며 하고 있다. 고용형태가 조금 괴상한데, 이를테면 나를 갈아넣는 것은 붕앙-2를 추진한 ‘탄소오적’과 그를 비호한 정부다. 이들이 자본가 못지 않게 나를 착취하고 있다. 붕앙-2를 안 하겠다고 했으면 이렇게 일할 필요가 없다니까. 활동가 일은 아주 뚜렷하게 노동이다. 적녹연대의 신박한 아이디어를 이렇게 공개해본다. 민주노총에 기후활동가 노동조합이 생긴다면?      


ㄴㅍㅈ

“녹색평화전환”에 꽃혀있다. 곧 공들여 쓴 글을 곧 공유하겠다.  

     

코로나를 깊이 사유하지 못하고 질려버린 것이 마음에 남아 단상 조각을 흩뜨려 놓는다. 분명 코로나가 처음 시작될 때 즈음에는 매일 모니터링을 하며 전환의 향방을 짚어내려고 했었는데, 한 세 달 그러다 보니 지쳐버렸다. 그래도 [코로나, 기후위기, 그린 뉴딜] 삼부작 글은 이 아득바득 갈며 써낸 글이고 많이들 좋게 봐주셔 뿌듯함으로 남는다. 내가 덕질해 마지않는 폴라니는 자기 시대의 어떤 변화에 정말 섬세하게 그 향방을 관찰했고, <거대한 전환>에서 그 총체적 시야를 보여냈다. 나도 그리 하고 싶은데.      


신년 계획.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에 노정되어 있는 한계가 있음을 안다. 생태학적 접근은 미래를 설계하는 것과는 분명하게 거리가 있다. 하긴 경제개발 5개년, 학점관리, 미래 시나리오 같은 것들은 모두 ‘구획된’ 시간을 전제하고 ‘미래’를 향해 ‘진보/성장’한다는 틀을 공유하는 듯하다. 그래서 그린뉴딜의 접근법을 고민할 때 관변 주도의 가부장적 탑다운 위기 강조 탄소중심 경향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다. 미래에 존재하는 위기에 맞추어 남은 시간(탄소 예산)에 사회를 짜 맞추는 것이 아닌, 녹색전환. 무엇일까.     


그래서 새해에는              


1. 양치하고 불 끄고 자기


2. 아침에 일찍 인나 요가하고 등산 다녀오기


3. 영어단어 자근자근 카드 만들어 외우고 다니기


4. 책 좀 차근차근 읽고 좋은 책 공유하고 나누기


5. 좋은 글이나 기사 자료 수집 말고 자주 공유하고 알리기


6. 선한 플랫폼(녹색전환을 위한 도서관) 일 잘해보기. 걸어 다니는 도서관 파이팅.


7. 급진과 근본. 기후 활동가 3년 차 초심 가져가기.


8. 생태경제학 기초는 뗐으니 심화로 가보기 (생태경제학의 문제의식을 넘어 방법론 공부로)


9. 마르크스 좀 겉핧기에서 씹고 뜯고로. (무어 책을 시작으로 생태사회주의 기획에 깊숙이)


10. 한국철학에 대한 고민을 실현해보기. 김상봉 선생님 그리워만 말고. 먼 곳의 제자는 늘 마음만 보냅니다.


11. 연대를 꾸준히 하기. 가방에 피켓 메고 배지 달고 스티커도 붙이고. 있어야 할 곳에 있기.


12. 사람에게 소홀해지지 않기. 생일 메모해두고 좋은 책 꼭 보내주기.


13. 생명을 소중히. 노수(노란수염 안시 L-144)에게 미안하다. 새해에는 애어를 찾아보마.


14. 분리수거 잘하기


15. 손톱 그만 물기


16. 손 엄마가 꺾지 말래서 안 꺾기


17. 자주 밥 사기. 사람과 동지에 돈 펑펑 쓰기.


18. 후원 늘리기. (녹색당 당비도 올리기)


19. 아껴 쓰기. 아껴서 남 주기. 평균 지출 75만 원으로 살아남기.. | 평균지출 100: 주거20+식비35+교통5+만남15+선물10+학비10+기부3 -> 평균지출65: 주거15(전기가스수도절감)+식비20(밥해먹기)+교통2(자전거타기)+만남10(카페말고산책)+선물10(내선물없어도됨)+학비3(책값은연구비로)+기부5(두곳늘리기) + 저축 40도전(어려우면 25라도). 다음 연말에는 500만원 (300이라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크나큰 소망. 


20. 밤에는 책을 읽자. 이른 아침(7~9) 등산 독서, 야밤(10~12) 독서 타임을 만들자. 페북과 유튜브를 이기려면 나부터 이겨야지.


ㅈㅅ


2020의 음악

한수진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연주를 들으면서 글을 쓴다. 나는 내 일에 진심이었나 싶어 마음이 정갈해진다.     


2020의 앨범

정밀아 3집, ‘서울역에서 출발’. 참 멋진 사람이지 싶다. 

우효 Silence, 도 참 좋았다. ‘2020’을 들으며 도서관을 배회했던 기억이 난다.     


2020의 책 

필립 맥마이클 저 조효제 선생님 역의『거대한 역설』, 나를 개발(Development)에 데려다 놓은 책, 읽으면서 폴라니 생각을 많이 했다. 개발 공부 모임 이름도 책 제목 따라 ‘거역(거대한 역설)’이 되었고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이반 일리치와 그 동지들이 지은 『반자본 발전사전(Development Dictionary)』을 읽고 있다.  

마니 모니크 로뱅의 『에코사이드』도 소중한 책이었다. 생태학살, 이라는 말이 계속 남게 된다. 이건 곧 연구로 답하겠다.

허수경 시인 유고집『가기 전에 쓰는 글들』. 이 글들은 참 마음이 묘했다. 여러 권을 샀는데 매번 필요한 이들에게 가서 지금도 내 수중에 없다.       


2020의 영화

이길보라 감독, 곽소진 촬영감독의 <기억의 전쟁>. 2021년에 이 영화를 따라가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은 언제부터 가해의 나라가 되었나. 붕앙-2를 많이 생각했다.

카트린 하르트만의 <위장환경주의>는 그린워싱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가 나를 생태학살 연구로 이끄는 듯했다. 

엔리꼬 모리코네 음악감독의 <미션>을 깊게 봤다. 많이 울었던 듯하다. 잔혹한 역사는 변주된다.      


2021의 해갈이는 이렇게 갈무리한다. 고마운 사람들과 마음 쓰이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부치지 못해서 조금 씁쓸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람과 염원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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