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결국 생일에 글을 쓰지 못했다. 진심으로 글을 쓴 게 언제인지 이제 기억이 가물하다. 너도나라에서 썼던 글은 그래도 빼곡한 진심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야윈 것 같다. 일의 양과 진심은 반비례하는가. 시간이 갈 때 어떤 속절없음을 느끼곤 한다. 정리할 것이 산더미다. 예부터 공부에서 가장 중한 것은 예습과 복습이라는데, 나는 이런 나약함으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절박한 마음과 절실한 역치가 진심이라면 나는 이렇게 하였으면 안 되었다. 늦장과 여유를 부리고 그것을 자책하는 레퍼토리의 반복은 더 용인되어서는 안 되었다. 물질적인 탐욕을 끝내 정당화하고 마음의 변화와 노력의 가치를 낯춘 후에 나에게 남는 것은 허망함이다. 우주 정거장 같은 곳에서 집을 짓고 사는 꿈을 꾸었다. 역시 허망했다. 결국 나는 어떤 뿌리박고 있지 못하다는 감각을 온몸에 두르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심이란 말인가. 당신에게 진심이 있기란 한가. 그그제는 발제를 준비하면서 밤을 새었고, 그제는 술을 먹다가 밤을 지샜고, 어제는 노트북을 찾다가 밤을 새었다. 내 손 끝에서 좀 더 좋은 글과 일이 나오길 바랬다. 내가 참을 수 없는 것들을 참지 않고 살기를 바랬다. 마음속에 켜켜이 묵혀 기억에서도 지워버리지 않고 그저 살려두어 훗날을 도모할 수 있게 하기를 바랬다. 그러니까, 삶은 어떤 좌절의 굴레 연속선상에 있다. 이경룡 선생님이 보고싶다. 김상봉 선생님이 보고싶다. 유철규 선생님이 보고싶다. 내가 무로부터 탄생한 것이 아닌데 자꾸 무에서 시작하는 기분이다. 이렇게 연결되지 못하는 문장들을 나의 이름으로 꺼내놓는 것이 두렵다. 글이라 불리기에는 다소 우뭉스럽다. 알면서 사는 것이다. 그래, 그런 것이다. 그렇게 웃고 넘어가는 것이다. 명상을 시작해야겠다. 내가 쓰려는 글들을 깔끔하게 털고 내려놓기로 했다. 모든 마감을 마치면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 밤에,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시간들에 정리하지 못했던 마음의 짐들을 하나씩 비워내면 나는 조금은 숨을 잘 쉴 수 있겠지. 건강을 위해서 일을 해야하는 것이다. 피하지 말고 책임지는 게 필요하다. 너무 돌아돌아 왔다.
* 마음을 비우기
* 책임을 지기
* 완벽할 수 없기
* 쫓기지 않기
* 다만 진심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