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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by 노마 장윤석

진심을 다하여 진실로 살고 싶어졌다. 우리가 만나고 눈마주고 배우는 많은 것들이 우리를 살릴 것이다. 나의 삶은 녹색을 닮아 있는가? 정말로, 우리의 삶은 녹색의 빛을 띄고 있는가. 명료한 물음들이 우리를 살릴 것이다. 탐욕, 버거움, 진저리, 실증, 나약함, 자괴감, 자책, 무로의 충동, 우울, 역치감, 한계 이 모든 파도들을 수월하게 지나보내고 곡선의 힘으로 살자. 유연하게 살자. 힘을 빼고, 기대라 부르는 욕망을 지우고, 인정하고 그리고 남은 삶을 힘을 잘 주어가면서 살자. 치우고, 정리하고, 새 삶을 예비하고 그렇게 조금씩 하나씩 살자. 글을 쓰는 것은 많은 경우에서 헛된 짓이다. 진심을 쉽게 언어화되지 않는다. 그저 주어져 있다. 주어져서 놓여져서, 있다. 침묵은 존재의 필연이라고 사람이 정직하게 바로서면서 부딪히는 많은 굴레들로부터 그저 있자. 있으면 있는 것이지 왈가왈부할 것 없다.

마음 속에 걸치어둔 짐들을 걷어낼 수 있을까. 그럼 조금 더 자유로워질까. 무책임의 말로 끝에서 나는 얼마나 울 것인가. 변명들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 살고 싶지 않다. 녹색을 택하고, 녹색 곁에 있기로 한 것이 온전한 선택일까. 괜찮은 길일까. 그런 의문이 계속 일어났다가 지워졌다가 한다. 드문드문 솟아오르는 나의 패기들은은 내가 감당하기에도 벅찬 것들이 많았다. 넘어가야지. 그것들을 넘어가고 잘 살아가야지. 숨을 깊게, 잘, 유연하게 쉬자. 11월이 시작되고 열흘이 지났다. 바쁜 삶을 살았지만, 그것은 온전한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감정적으로 부패한 것들을 내려놓자. 관념의 종속관계에서 해방을 실천하자. 이런 나의 자기암시와 글들은 다짐인 동시에 나의 상태를 늘 나타내는 것이었다. 즉, 대안과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다. 죽어가기 전의 것들이다. 그저. 그런 것들이다.

마지막 문단은 늘 무언가를 길어내고 싶었다. 길어내어 살리고 싶었다. 언어와 생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진리를 길어내고 싶다. 그 바람은 아직도, 다음도 유효한 것이다. 그런 유효함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나, 그리고, 너, 그리고 우리. 우리. 평화를 꿈꾸는 것이 생각보다 놀랍고 어려운 것처럼. 명이 선물한 그림은 밤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나는 물었다. 왜 해야? 왜 달이 아니고 해야? 그는 부적이라고 답했다. 산에서 떠오르는 해, 야산에서 떠오르는 해, 그 장면은 어찌나 경이로웠는가. 나는 다음에도 그 심야의 버스를 타고 지리산으로 가 해를 보려고 할 것 같다. 해를 보면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의 문제라는 것은 참 귀하다. 살아가요. 잘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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