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주년을 축하하며, 계속 착각하기를
주말이 빠르게 지나갔군요? 한바탕 감귤소동이 지나가고 덕담을 건네는 모습에서 묻어나오는 애정이 참 좋았습니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남겨봅니다. 토마토의 첫 토에 하고 싶었던 말이 오래 입에 감도네요. 환란의 시대에 참 귀한 장면이었지 싶습니다. 용사대와 같이 태어난 구름에게 선물한 책은 허수경 시인의 ‘오늘의 착각’이라는 산문집입니다. 왠 착각이냐고 묻길래, 농담 삼아 착각 좀 하지 말라고~ 하다가 멈칫했습니다. 실은 우리는 착각을 계속해서 해오고 있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을 막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해왔습니다. 성공이니 실패니 나누는 버릇은 좋지 않은 것입니다만, 한국의 녹색 운동은 승리의 경험 없이 이어왔습니다. 수돗물 불소화 투쟁, 동강댐 백지화 말고 생각나는 게 마땅치 않습니다. 그에 비해서 4대강 공사는 녹색사에 큰 상처를 남겼고, 설악산 케이블카는 아직도 지난한 논쟁 중에 있고, 공해공장 영풍 제련소의 굴뚝은 쉬지를 않으며, 망할 ‘신규’석탄발전소와 ‘신’공항은 각기 대여섯 개씩 추진되고 있지요. 선거철이 다가오며 들썩이는 토건 물결을 보자면 기후고 나발이고 다 알바 아닌가 봅니다. 이런 한국 사회가 기후위기 앞에서 무사할 리가, 없지요. 한국의 마지막 석탄발전소라던 붕앙도 결국 12월에 착공에 들어간답니다. 결국 일 년도 넘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욕찌거리와 착작함 마음 다스리기 정도 뿐이네요. 그것이 주는 공허함이 참 씁니다. 운주가 근황으로 이야기한 해운대 풍력발전소와 외국 자본의 투기는 우리가 ‘그들에 비하면’ 얼마나 허약한 지 보여줍니다. 다윗과 골리앗 어쩌구 비유도 웃음 나오는 그런 차이죠. 우리가 마주하는 회의감 혹은 공허감은 이런 것에 많이 적을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녹색’의 배신감과 동지와의 사랑과 전쟁이 얹히면 금상첨화지요. 사실, 이런 말들로 이야기 될 것은 아닙니다. 같이 활동하던 이들이 극심히 아프거나 죽음의 기운 얹어리에 머무르면 마음이 찢어지지요. 비겁하고 나약하고 힘없고 멍청한 내가 참 못 견디게 미워질 것입니다. 그들이 혹은 그것이 미운 것인지 네가 미운 것인지 내가 미운 것인지 헷갈릴 것입니다. 용사들이 겪었던 시름이 느껴져서 마음이 저릿했습니다. 조금 눈물 났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희망은 발굴하는 것이자 연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민주당인지 깡패조직인지 헷갈리던 무리들에게 큰소리치던 운주의 뺨마디 위에 솟은 핏대와, 혼란의 도가니에서 미래를 ‘환전’하지 말라던 다희의 목소리가 드리운 용기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틀 만에 쓴 우리의 공동성명서를 저는 올해의 가장 인상적인 글로 꼽을 것입니다. 우리가 만든 공동연구방 가덕이네는 뜨거움이 식어 느슨한 정보공유방이 되었지만, 부산경남울산 연구원 서른 명이 동남권 메가시티를 구상해서 회색전환을 그리고 기후 이야기는 단 한 줄 “부산 기후는 온화하다”고 쓰고나 있을 때 우리들은 느슨하고 낭만적이더라도 녹색전환을 그려보았습니다. 용사대의 강령을 참 좋아합니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기 좋은 곳으로 일군다’는 언사를 참 귀하게 여깁니다. 우리가 지금 뭐 없어 보이더라도, 저는 잠재태 혹은 가능성을 보려 합니다. 용사대가 겪었던 시련은 어떤 공(共)동체를 형성한 것 같습니다. 죽이지 않는 모든 갈등은 연결의 다른 이름이지요. 이것을 디뎌내면 우리는 더 연결됩니다. 지금이 힘들면 멀리 봅시다. 나무의 시작은 언제나 새싹이었을테니 신공항이 지어질 때 즈음에는 숲이 되어있을 수 있겠지요. 그런 점에서 황무지는 불모지처럼 보이지만 실은 싹이 자라나기를 기대하고 있는 땅입니다. 이 밤은 저 자신으로서는 가덕도를 놓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품고 돌아오는 시간이었습니다. 명예 용사(?)로써 앞으로도 도움 되는 존재고 싶습니다. 신공항이 다 지어져도 2029년입니다. 2030년에도, 2050년에도 생명은 살아가니까. 우리는 그때도 젊으니까. 아직 안 끝났습니다. 계속 착각해갑시다. 허수경 시인은 늘 우리 시대의 표정을 물었던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요? 간밤에 엿보고 온 것 같습니다. 다시 축하합니다.
덧, 다음에 긴급행동의 동지들이 부산으로 꼭 오겠다고 하네요~ 환대로 맞아주시길!
덧덧. 첫 편만 쏘아올리고, 뒤를 잇지 못했던 연재가 오랫동안 절 괴롭혔는데 연말까지 털고 가덕이네에서 발제하겠습니다~ 부족하고 부족할텐데, 저는 이 시도가 ‘부산이라는 공간에서 (동남권메가시티랑 가덕도 신공항 말고) 녹색전환의 청사진’을 그리는 연구팀-작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이해요. 저도 청사진을 놓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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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4.
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