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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장윤석 Aug 23. 2018

083 버스 안에서 있었던 일

무례한 사람에게 웃지 않고 대처하는 법


버스에서. 조그만 083 버스 안에서.

뒤에서 두 번째 좌석에 앉았다.

내 뒤에는 중3 내지 고1로 보이는 남학생 A, B가 앉아있다.


갑자기 욕이 들려온다.

A가 B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요지는 '왜 진지를 빠냐는 것' (A가 B에게 한 말에 B가 무덤덤하게 대답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20초가량 '왜 진지를 빠냐고' + '욕(계속 변화한다)'의 조합을 시전했다.

심지어 목소리도 컸다. 왜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자기 목소리 크기 모르는 사람.

그런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작은 버스가 울리도록 욕을 내뱉는 게 몹시 불편했다.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불편한 상황에서 나의 사소한 습관은 상대에게 할 말을 고르고 되뇌이는 것. (가끔 말을 열심히 고르고 준비도 되었지만 용기가 없는 경우도 있다.)


첫 번째 후보, "야! 닥쳐" 내가 지닌 모종의 나이 권력을 이용해 상대의 말문을 막는 것, 기싸움이 중요하다. 화가 가미되어 있다. 상대가 "네가 뭔데"하고 나서면 일이 커진다. 요즘 중고딩이 그렇게 무섭다는데. 패스.


두 번째 후보, "버스 안에서 욕은 무례한 것 같은데, 조용히 좀 해줄래?" 정중하면서도 임팩트 있지만, 반말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무례'라는 단어가 마찰의 여지를 내포한다. 패스.


세 번째 후보, "저기, 좀 조용히 해주실래요?" 내 화를 드러내는 단어가 없어서 아쉽지만 꼰대 논란을 피할 수도 있고, 딱히 반발할 거리도 없다. 좋다.


말을 정했으니, 목소리와 표정을 정할 차례다.

적당한 분노를 보이는 눈빛과, 꾹 다문 입술, 진지한 표정으로 골랐다.


슬슬 욕에 귀가 따가워지려 할 무렵, 뒤를 휙 돌아보고는 A와 눈을 맞추고 말했다.

저기. (0.2초의 공백) 좀(힘 싣고) 조용히 해주시겠어요? (끝을 올리지 않는다)

돌아오는 답변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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