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쫓아내도 좀 지나면 엄마 생각나지요

DMZ국제다큐영화제 / 안녕, 미누 - 지혜원 감독

by 노마 장윤석

목포의 눈물

막이 오르자 파란 하늘 아래 강 위 둥둥 뜬 나룻배가 보인다. 나룻배 위에서 들려오는 구슬픈 곡조, '목포의 눈물'이다. 한 가득 담아 곡조를 뽑는 이는 영화의 주인공 미누 씨(본명 미누드 목탄), 네팔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 한국에 와 2009년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전까지 18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이 다큐는 그의 이야기다.


목포의 눈물은 미누가 한국에 와 처음 배운 노래다. 시장에서 이런저런 일을 할 때 ‘아즈매’들이 가르쳐 주셨단다. 미누는 이때의 기억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다. 미누가 안색이 안 좋으면 ‘아즈매’들은 뭐라도 주면서 따뜻한 말을 건넸단다. “아프지 말고 아프면 나에게 말해요.” 미누가 한국을 잊지 못하는 이유다.

ⓒDMZ국제다큐영화제

미누는 '스탑크랙다운' 밴드의 리드보컬로 활동했다. 스탑크랙다운은 이름부터 탄압을 멈추라는,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을 막기 위해 탄생한 밴드다. 처음에는 '운동'에 목적이 있다 싶었는데 (다른말로 연주실력은 없을 줄 알았는데)온갖 곳에서 잔뼈가 굵어서 그런지 굉장한 실력파다. 이주 노동자의 애환을 노래하는데, 박노해 시인의 '손무덤'을 노래로 부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미누는 스탑크랙다운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가족과 돈 걱정만 하며 살아왔지만, 밴드와 함께 노래하고 사람들과 변화를 만들어가며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미누가 한국을 그리워하는 이유다.

https://www.youtube.com/watch?v=QI4GHmlpvrg

손무덤 - 스탑크랙다운
ⓒDMZ국제다큐영화제

미누는 2009년 네팔로 강제추방당했다. 벌써 10년 가까이 지난 이야기다. 다문화 사회에 기여한 점을 들어 선처를 부탁했으나 어림 없었다. 네팔에서 미누는 한국학원, 카페, 공정무역 등 어엿한 사회적 기업가가 되었다. 다큐는 미누가 지난해 한국 방문을 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미누는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네팔 한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비행기를 타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거부를 당한다. 어차피 못 들어가니 사인하고 돌아가라. 미누는 몇 시간 후 네팔로 돌아갔다. 어떤 조항, 시스템이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 싶었다. 미가 한국에 간다며 산 새 신발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제 3세계의 서러움


네팔에서는 스무 살 되면 해외로 나가라고 등을 떠민다고 한다. 네팔 안에 있어봤자 일자리도 없고 벌이도 변변찮으니 말이다. 밖에 가서 돈을 벌어오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족부터 국가까지 고, 이는 안타까움을 낳는다. 이를테면 자살. 다큐는 이주노동자 자살간담회의 한 장면을 비춘다. 한 젊은 학자가 말한다. 만약 우리가 해외에 있는 우리의 친구, 가족들에게 "휴가가 언제니?", "이제 고국으로 돌아오렴."이라고 말한다면 그들이 목을 매달았겠냐고. 우리는 "몇 달만 더 일해라." "돈 더 부쳐줄 수 없니?"라는 말만 하고, 갈 곳도 돌아올 곳도 없는 우리의 형제자매들은 산재보상이라도 받을 줄 알고 목을 맨다고.


경제학도로서 이런 제 3세계 착취구조에 한이 많다. 한국은 어느새 아시아권의 청년층에게 꿈의 직장이 되었다. 우리가 '아메리카드림'을 꿈꿨던 것처럼 그들은 '코리아드림'을 꿈꾸고 한국으로 온다. 얼마 전, 몽골에 다녀온 후 적잖이 놀랐다. 여기저기에 ‘미누’가 많았다. 한국에서 이십 년을 일한, 한국말을 무척 잘 하시던 택시기사님, 한국에 친척이 십 년째 일하고 있다는 음식점 아주머님까지. 몽골친구 아따는 한국에 꼭 가겠다며 한글연습장을 가지고 다녔다. 마침 나도 몽골어를 배우던 터라 서로 가르쳐주며 우정을 쌓았다. 아따는 한국에 가서 일할 거라는 말을 반복했다. 한국에 가면 도와달라고. 꼭 도움 주겠다고 답했다.

ⓒDMZ국제다큐영화제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어렵기만 하다. 제 3세계가 계속해서 가난해지는 이유는 뭘까.


그래도 확실한 것 하나는 외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당국이 손끝 하나 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주노동자가 자살하거나 체포당해도 이주자의 본국에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약소국의 서러움이려나.


누가 '한국사람'인가


처음에는 묘한 눈초리로 미누를 본 것 같다. 과연 이 사람이 얼마나 '한국사람'같을까? 라는 눈초리. 하지만 영화가 막을 내릴 때 즈음 이 눈초리가 편견의 일환임을 알았다. 다음 질문을 던져보면 된다. "그렇다면 ‘한국사람’은 누굴까?" 한국사람은 이렇고 저래야 한다는 관념이 없었더라면 미누가 얼마나 ‘한국사람’에 가까운지를 잴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고정적 에스니시티 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스탑크랙다운 기타리스트의 말을 빌리자면, '한복 입히고 김치 먹이고, 행사 좀 떠들썩하게 한다고‘ 다문화가 아니다. 행사해주는 게 이주노동자 대접인가. 한복 입히기가 다문화인가. 특히나 이번 제주도 난민 청원 이후 우리는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하지 않은가. 그렇게 사회문제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난민 들어온다니까 청원 40만 훌쩍 넘겨버렸다.


'한국사람'이라는 틀을 깨는 게 중요하다. 한민족이 있을 수는 있어도, '한국사람'은 정해져 있을 수 없다. 한국에 살고 있으면, 혹은 자신을 한국인으로 생각한다면 한국사람 아니겠는가. 한국사람은 김치를 먹고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누런피부에 검은 머리를 가져야 한다는 자격론은 이제 그만 들이밀자. 다음 영상을 보면 우리가 생각해 온 '한국사람'이라는 게 참 부질 없구나 하는 생각이 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fJSQHWsotxM

스브스뉴스, '한국인'이란.. 무엇?

'한국사람'은 고정되지 않는다는 말 덧붙여 '고향'에 대해서도 몇 마디 하고 싶다. 고향은 어떤 정해진 장소가 아니다. 고향은 자신이 부여하는 공간이다. 카트만두의 시장을 걸으며 동대문 시장 남대문 시장을 떠올리고, 창신동 할머니들을 떠올리는 미누, 그런 미누에게 고향은 서울이다. 자기가 생각하는, 그리워하는 그곳이 고향이다.

ⓒDMZ국제다큐영화제

인천공항에서 쫓겨나 다시 네팔에 온 미누. 처량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미누에게 다큐 제작진이 한국이 밉지 않냐며 질문을 던진다. 이어지는 그의 말. "그래도 한국 땅 밟으니 좋더라고요. 고향에 온 기분이 들었어요." 이어지는 또 다른 말.


"엄마가 쫓아내고 나가라 해도 조금 지나면 다시 엄마 생각나지요. 어떻게 미워할 수가 있나요."


다큐의 마지막 장면, 구슬픈'목포의 눈물'로 끝맺어진다.









참조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_m.aspx?CNTN_CD=A0002468944#cb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9061106001


매거진의 이전글철학이 필요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