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숲과나눔 환경학술대회
1. 서론: 한국의 마지막 석탄발전소 붕앙
한국 정부는 국가 정책으로 그린뉴딜(2020.7.14.)을, 국가 목표로 탄소중립(2022.10.28.)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인도네시아(2020.6.30.)와 베트남(2020.10.5.)에 해외석탄발전 수출을 주도하고 승인하였다.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밥코(VAPCO)에는 한국전력, 수출입은행, 하나은행(중도하차),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등 팀코리아로 칭해지는 한국의 공기업, 공적금융기관, 은행, 기업이 참여하였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행위는 안으로는 녹색을 표방하면서 밖으로는 회색 투자와 사업을 일삼는 녹색분칠(Green Washing)이었다. 기후활동가들은 이를 저지하고자 모여 기후정의 비폭력 직접행동 단체인 청년기후긴급행동을 설립해 해당 ‘사업’을 ‘생태학살(Ecocide)’ 범죄로, 참여 기업을 ‘탄소오적’이라 칭하며 기후행동(Climate Action)을 이어왔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2021년 2월 18일 두산중공업이 위치한 분당 두산타워의 “DOOSAN” 로고를 녹색 수성 스프레이로 칠하고, 로고 위에 올라가 석탄 수출 중단을 주장하는 현수막을 펼치는 직접행동을 수행했다. 2021년 7월 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해당 행동에 재물손괴와 집회시위법 위반으로 500만 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선고했고(2021고정593), 2021년 8월 9일, 두산중공업은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2명(이은호, 강은빈)에게 1,840만 원의 손해배상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2021가소619634). 양 차례의 소송을 통해 법원과 고발(법)인은 기후활동가들에게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시위 행위의 형법적·민법적 책임을 묻고 있으나, 사건의 계기이자 본질인 석탄발전소 수출을 추진한 해당 기업과 이를 방조·지원한 정부의 책임은 어느 측면으로도 물어지지 않고 있다. 본 연구는 연구와 활동의 경계를 넘나드는 액티비스트리서치 방법론(Activist Research Mythology)을 주요 방법론으로 하여, 연구자가 함께한 붕앙-2 석탄발전소 건설을 저지하려는 기후행동의 과정을 연구 대상이자 현장으로 삼았다.
2. 본론: 붕앙을 생태학살로 살펴보기
기후변화(Climate Change)를 기후위기(Climate Crisis)로 정명(正明)하자는 제안이 사회적으로 폭넓게 수용되고, 한 걸음 나아가 기후정의(Climate Justice)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태학살(Ecocide)은 이러한 맥락에서 조명받고 있는 개념으로, ‘생태 학살의 법적 정의를 위한 독립적 전문가 패널(Independent Expert Panel for the Legal Definition of Ecocide)’에 따르면 “불법적(unlawful)이거나 악의적(wanton)인 행위이며, 이러한 행위로 인해 환경(environment)에 심각한(severe) 동시에 광범위하거나 장기적인 손상(either widespread or long-term damage)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행해지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정의의 요건에 붕앙 석탄발전소는 모두 해당한다. 석탄발전소가 투자·건설·운영되는 과정에서는 빚어지는 온갖 착취와 재난에는, 직접적으로 인근 지역주민의 건강 피해는 물론이고, 시간과 거리를 두고 불확실하게 닥쳐오는 기후위기가 있다. 붕앙-2 발전소가 준공될 2025년부터 30년간 운영하며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은 총 2억 톤에 달한다. 베트남 중부 하띤성 붕앙-2가 지어질 대지는 갖은 환경재난으로 이미‘죽음의 땅’으로 불리는데, 먼저 지어진 붕앙-1 석탄발전소의 온배수로 인해 산호초 군락이 절멸했고 인근 해양 생태계는 심하게 망가졌다. 더해서 해당 지역은 2016년 포르모사(Formosa) 제철소 유독물질 해양 유출 사건으로 베트남 역사상 최악의 환경피해를 입은 바 있다.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인근 지역의 주민들은 생계 수단을 모두 잃었고, 석탄재(Coal ash) 보관 문제로 인한 수권 파괴로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보다 낮은 배출 기준 탓에 대기오염이 심각하여 기본적인 호흡기 질환, 심장병, 뇌졸중, 폐 질환, 피부 질환이 빈번히 발생한다. 붕앙-1 석탄발전소가 가동된 이후 2017년~2018년 지역 보건소의 심혈관 및 뇌졸중 환자가 105명 발생했고 14명이 사망했다. 그런 가운데 추가로 붕앙-2 석탄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며 지역 주민의 재정착 관련 강제 이주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확인된 피해와 파괴가 분명하고, 새로 지어지는 석탄발전소가 이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확인됨에도 진행된다는 점에서 붕앙-2 석탄발전소 건설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생태학살 사례라고 볼 수 있다.
3. 결론: 생태학살을 넘어 녹색전환으로
청년기후긴급행동의 붕앙-2 석탄발전소 저지를 위한 직접행동과 기후재판은 한국 사회에 기후행동이 시작되는 과정과 궤를 같이했다. 형사 재판에 900여 명의 개인, 50여 개의 단체가 탄원서에 연명하였고, 두산중공업 앞에서 주최한 집회에는 1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였으며, 민사재판에서 원고 두산중공업에 1,840명이 연명한 서한을 전달하는 등 저항의 과정을 통해 기후행동의 동력을 형성해가고 있다. 이는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가 말하는 ‘녹색 계급’의 출현이자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이 주목한 기후저항지대(Blockdia)로 볼 수 있다. 나아가 국가와 기업의 생태학살 행위를 방조하지 않고 새로운 생태사회로의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살필 수 있다. 본 연구는 마지막 석탄발전소 붕앙과 이에 대응하는 기후행동 사례를 조명하여 생태학살을 저지하고 녹색전환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의의를 드러내고자 한다. 더하여 본 연구는 액티비스트리서치 방법론에 따라 실천성을 가지고 한국이 짓는 마지막 석탄발전소 붕앙이 건설을 멈추는 때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생태학살의 비극을 막는 연구를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