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23. 끄적임

by 노마 장윤석

저녁 요가를 마치고 좋아하는 라카페 갤러리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 올해가 시작되고 가장 먼저 하게 된 현경 선생님의 인터뷰 갈무리를 앞두고 있다. 두 달간 끌었다. 새해 이야기를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 지난한 두 달의 시간이 흘러갔다. 문득문득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잘 살고 있나, 시간을 낭비한 것은 아닐까 괜스레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닥치기도 한다. 아깝고 서운하다가 걱정하고 자책하기도 일쑤다. 이 모든 것이 중생의 상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그런다. 일상이 잘 안 꾸려지는 게 가장 힘든 지점이다. 내가 아픈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 그것을 바꾸어 나가는 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이 오래된 현대인의 습은 실은 자아가 생길 무렵부터 있었던 것이다. 방학계획을 처음에 세우던 때로 가보자. 빽빽하고 무성한 계획 속에서 헤엄치던 때로 가볼까. 모든 것에는 오래된 기원이 있다. 손톱을 무는 나에게는 어렸을 때의 시간들이 깃들어있다. 나는 비울 줄 몰랐다. 비우고 싶어하지도 않았고, 비울 필요도 못 느꼈고. 지금도 나는 계속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욕망하고, 아까워하고 조급해하고 있다. 비움이 의미 있다는 것을 감각한 이 1의 시도가 치우치고 균형을 잃은 나를 다잡을 수 있게 할 것인가. 게으른 완벽주의라는 먹물 냄새가 나는 말을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몇 백 페이지가 넘어가 다시는 익을 수 없는 이 끄적임 노트에 하나하나 차곡히 쌓여가는 – 그보다는 토해내지는 – 이야기들을 편하게 툭툭 건네보려고 한다. 한번에 무엇인가를 잔뜩 해치우겠다는 발상에 이어서, 하루 종일 무엇을 하겠다는 내 이상적인 관념 계획과 작별하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 하루하루의 알아차림이 내일의 원활한 나를, 그리하여 내가 나의 근환을 말할 때 먹먹함과 꽉 차있는 중압감에 눌리지 않기를 바란다. 어려운 시대다. 반복해서 말할 필요 없이. 이 이야기도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탈성장을 말한다는 것은 실로 큰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내가 배우는 것, 내가 숨쉬는 이 시간들이 나를 살릴 수 있으려면, 계속 믿고 생각하고 비워내고 개켜 넣어야 한다. 차분한 일상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줄까. 설레이는 그 마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볼까 싶다. 물론 걱정이 극심하게도 머리를 스친다. 그럴 때 그저 작별을 고하면 되는 것이다. 게임에 대한 욕망,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욕망, 그저 그런 욕망, 이 많은 것들이 내 현실을 도피하려는 차원에서 비롯하고 벌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린 지금에 와서 나는 나의 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해한다. 그리고 제안한다. 내일의 나는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조금 더 산뜻하게 마주하고, 하루를 효능감 있게 마주하고 가보자. 더 이상 무엇인가를 규제하고 제거하고 원칙과 규칙을 정립하는 것만으로만 전환을 꿈꾸지 않을 것이다. 지금 숨쉬고 살아있는 내게 달려있는 것들을 마주하자. 아까의 명상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계속 스쳐가는 생각들을 보고 꿈을 떠올리고 갈등을 생각하고 불안을 데려오고 하느라고 흘러갔다. 그게 나다. 그게 그저 그런 나다. 나는 나이다. 글쓰기도 명상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꾸 어디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고, 계속 이것저것 우후죽순 나타난다. 갈피를 잃기도 방향감각을 상실하기도 한다. 그러나 항해가 그런 것이다. 방황이 그런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이란 모든 분리해서 말하는 근대의 버릇을 넘어갔을 때 우리가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공공교통을 말하는 1만원 교통패스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전쟁없는세상에서 애써주시는 우크라이나 평화연대의 기자회견을 다녀왔다. 우리의 하루 옆에 전쟁을 겪는 나라들이 있다. 저기 재난을 겪는 지역도 있을 것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 접속을 차단하고 망각시키고 회피한 내가 조금 멋쩍어졌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묵혀 두면서, 그 답답한 마음을 무겁게 가지고 왔던 것 같다. 오늘부터는 비움과 가벼움을 사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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