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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장윤석 May 07. 2023

2023.5.7.

     

나는 무언가를 하기 전에 준비 운동이 많이 필요한 편이다. 마음을 바로잡고 정신을 맑게 하고 주위 환경을 정돈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매 순간 바뀌는 내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문득 자전거를 타고 길목을 건너면서 아이를 낳게 된다면 파주출판단지에서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얘길 하는 걸 보면 이 지역과 정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나보다. 서울을 미워하지만, 마냥 그럴 수만은 없는 기묘한 처지. 어느 하나도 극단적인 방식을 피하려고 하다 보니 아빠 말대로 나는 회색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어줍짢은 평화주의라고 쓸 수도 있겠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건들과 입장 등등의 것들에서 어떻게 평형을 잡아야 할까. 당장 내 머릿 속은 화이트 그 속에서 수많은 씨알이 발아하는 그런 텃밭 아니 평야인데 그 속에서 어떤 줄기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맞다는 비호 아래 단일하게 말을 건넬 수 있었을 때가 새삼스러울 뿐이다. 나는 오롯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체득하는 시간이었나. 정리가 안 된 것을 정리하려는 습관은 묘하다. 본능적인 그리고 본성적인 그런 습관이 있다. 타인에게 보여주는 글쓰기는 갈래가 결이 있어야 한다. 내가 그것을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하지만 이렇게 타자를 두두리는 단순한 행위로 나를 풀어나가고 얽혀있는 것들은 정돈하기 위한 그런 시간들 앞에서는 마음 편하게 가져도 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냥 온종일 숨만 쉬어도 온갖 생각이 들고 나고 한다. 그대로 기록하기 어려울 만큼. 나의 생에서, 그리고 지구와 세상의 생에서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엮어갈 수 있을까. 

  일: 아무래도 내가 지금 이런 것을 보내고 있는 까닭은 나이ㅡ 스승 혹은 동료 혹은 상사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 그 이와의 대화 때문일 것이다. 내가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자전거를 타면 마치 풍화시켜버리듯 바람에 날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샘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되었는지,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하느지 고민했다. 올해 돌아올 때 책상에 분명히 십계명처럼 적어놨었는데 나는 그것을 지키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신년계획이 무너지는 것은 거의 모두가 겪는 일일텐데 나는 왜 안 되지 싶은 그런 걱정들이 있다., 

  마음: 온갖 생각이 뒤돌면서 결국 아무것에도 집중을 못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일반적으로 성인 ADHD라고 불러야 할까 싶다가도 그런식의 병명화 자체에 본능적 거부감이 들어서 거리를 두고자 한다. 원불교도가 된 이후에도 마음은 어렵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서 올리고자 한다. 두서 없는 이야기를 여과 없이 적고 정리하여 –그것이 꼭 정리되지 않아도 좋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 나이므로- 올리려고 한다. 나는 지금 이대로 나의 활동을 나의 맥락으로 하면 된다. 그렇게 크게 흔들릴 것도 없고 지난 몇 달 갈팡질팡 우왕좌왕 나의 시간을 나의 맥락으로 나를 찾는데 썼으니. 그야말로 마음이란 그런 점에서 부인하지도 부정하지도 간과할 수도 없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지난 몇 년 동안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몇 년 동안 나는 지금 내가 다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 많은 것들을 내가 예상하지도 못한 채 내 마음에 받아넣어 배우고. 이제 나만 나를 믿으면 된다. 가족을 만나고 못다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엄마와 아빠의 바탕에 서서 살고 있고 숨쉬고 있으니까. 그런 맥락에서 나는 사랑받았고 사랑받고 있고, 그 사랑에 기초해서 살아간다.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군대 핑계 – 양심적 병역거부 –를 댔지만 그것은 내 결정이다. 누가 봐도 – 누가 보는 것에 상관없이 -. 나는 내 결정에 기초해서 다음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숨 쉬는 것에는 내가 상상치도 못할 만큼 거대한 그물망의 세계와 은혜가 있을 것이고. 

  하얀 고양이와 중국의 높고 영성어린 절을 기억한다. 그렇게 내가 평생 기억하게 될 우리의 이야기. 나는 그 속에서 무력함과 사랑과 다짐과 용기를 생각했다. 깊은 슬픔과 억눌린 한들을 포함해서. 아, 사랑의 역설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에 늘 있는 것 같다.

  잘 쉬어야지 그 다음 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전처럼 무리하면서 마음을 조급하게 두고 그것에 쫓겨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집중의 시작이다. 내가 시도했던 많은 것들 중에서 해봐야 하는 유종의 미를 위한 게임이 시작된다. 나는, 유종의 미를 진실되게 잘 거두고 싶다. 강직한 사랑에 기초한 마음에 바탕을 두고 이 끝을 진심으로 사랑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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