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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6.19

by 노마 장윤석

월요일이 다가오면 불안하다. 직장인의 감각을 나도 어김없이 느끼고 있다. 그럴 때면 계획을 다시 세운다. 절반 이상이라도 그대로 이행해 본 적이 없지만서도 다시 세운다. 나의 습관인가 보다. 나는 예민하지만 무딘 사람이다. 공간에 가지고 있는 감각은 예민한데 - 어떤 공간에서는 아니겠지만 - 몸에 대한 감각은 참 둔하다. 계획을 세우며 글을 쓰며 할 수 있다라는 호언장담으로 심리적 곤경을 지나보내겠다는 응급처방을 줄곧 반복해왔다. 그러므로 자꾸 관념으로 몸을 덮으려고 하는 것이다. 상담사는 내게 윤석 씨 사회 이야기 말고 윤석 씨 이야기를 해주세요, 하고 재차 말했다. 처음에는 기후위기 앞에서 미쳐가는 힘들고 가여운 윤석 이야기를 몰라준다는 서러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상된 사회 이야기 보다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것을 안다. 간혹 우리 안에서 발화권력과 남성적 언어에 대한 이야기와 비판이 나오면 실은 아주 아주 아차 싶다. 연습 중이다. 다만 내가 철학자 좋아하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자연스런 전환이 테마다. 그나저나 너무 덥다. 내 골방에 에어컨 틀기도 싫고 청소할 돈과 시간도 없다. 퇴사, 이사, 출국, 출판, 입대 혹은 입소 같이 무시무시한 녀석들이 자꾸 어른거린다. 이번 여름 무사히 날 수 있을까. 악순환을 끊고 쉬고 싶다. 하지만 이 순환고리를 내가 참 많이 사랑했다는 걸 동시에 알게 된다. 돌아버린다. 그럴 때는 돌려돌려 돌림판의 마음으로 살아가자. 다시 좋은 아침이다. 정성과 평화 담아, 윤석 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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