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6.16 일곱 번째
문장을 수집하는 걸 좋아한다. 생태적지혜연구소 집들이에서 수집한 문장 몇 가지를 꺼내어 본다. 신승철 선생님을 수식하는 수많은 문장 중에 가장 인상에 남았던 문장을 꺼내본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었어요.“ 제님의 그 문장을 듣던 날, 사람이 살면서 꿈꾸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면 누군가 나의 부고에 저런 말을 해주기를 바라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나도 그 말에 끄덕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결코 함부로 말하기 쉽지 않은, 제일이라는 말.
신 샘의 책을 읽으며 “이런 사람이 다 있네” 싶었다는 민님의 말을 수첩에 적었다. 이 말은 나중에야 ”이런 사람이 있었었네”로 시제가 변화했다고 한다. 신 샘이 평소 자주 인용하던 “한 사람의 죽음은 한 세계의 소멸과도 같다”는 들뢰즈의 경구가 떠오른다. 그리움이 유독 잦은 근래인데,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한 사람 이상의 어느 한 세계이구나 싶다. 이 믿음에 동참하고 싶어졌다.
다시 돌아와, 돌아간 이를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그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와 관계 맺으며 그 조각을 나누어가진 우리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이들은 저마다의 혁명론을 가지고 있다. 집권을 꿈꾸기도, 법에 호소하기도, 정책을 만들기도, 조직을 다지기도 한다. 어느 하나 틀린 방법이 없다. 다만, 이와 같이 혁명을 시도해 온 이들은 아마 그 과정에서 만난 공허함의 이름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수많은 조직과 전략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가운데, 남는 것은 기억과 사람뿐이 아닐까. 그리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모두의 혁명법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 되고 되어주는 게 아닐까.
어느 말과 글과 철학과 이야기보다 그냥 그 사람 하나가 전부구나 싶을 때가 있다. 그리움을 달래는 길은 그런 사람이 되어가는 길밖엔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