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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장윤석 Jun 26. 2024

추모축제를 준비하는 길

2024.6.25 열두 번째

오늘은 추모제 준비모임의 마지막 회의 날! 회의록을 보니 어느덧 열 번이나 옹기종기 모여왔다. 회의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길, 이 즐거웠던 여정에 대해서 순간이나마 적어보려 한다.


시작은 단순했고 우연이었다. 어느 날 신 샘 기일이 다가오길래 저희 추모제 같은 거 안 여나요? 하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한 번 열어볼까요 준비모임을 가지게 됐다.


첫 회의 날은 4월 16일, 세월호 10주기 날이었다. 안산시민공원에서의 추모제를 마치고 모임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슬픔과 거리두기 어려웠던 날이지만, 유독 싱글벙글했던 여러 분 덕에 회의를 마칠 때 찍었던 사진에는 방긋 웃는 모습이 찍혔다. 그 회의에서 신 샘이 좋아했더라는 글귀를 따라 추모제를 추모(축)제로 열기로 했다.


함께할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하고 공고를 띄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열 분이 함께해 주셨다. 그리고 여러 아이디어들이 덧붙여져 단순한 추모제를 넘어 철학자 신승철의 개념어를 잇는 학술제로, 그리고 그를 기리고 그리는 공연과 전시를 함께 여는 축제를 구성하게 됐다.


어느 날이었나, 경님이 그랬다. 당신은 이 추모축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기적 같다고. 어디선가 신 샘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손길이 자꾸 나타나는 게 참 고맙다고. 이게 신 샘이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했던 모두의 주체성 생산이지 싶다고.


그렇게 추모축제에는 여럿의 정성이 깃들었다. 따뜻한 포스터부터 현수막 대신의 조각보, 여러 시각예술들, 신 샘의 개념어 발표들과, 이 자리를 위해 작곡한 추모곡과 공연들까지. 더불어 내어주신 영등포산업선교회라는 의미 깊은 공간에서, 떡에 콤부차에 토마토에 참외까지 곳곳에서 보내주신 먹거리와, 손수 나서주신 채식밥상은 두말할 것도 없다. 출판사들에선 신 샘이 쓰신 책을 추모축제에 보태라고 십수 권을 보내주셨다.


이제 추모축제만 남았다. 언젠가 이 시간을 회상하면, 추모축제의 제목으로 정했던 “지금, 여기, 가까이”의 의미를 여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돌아보게 될 것 같다. 모든 것은 이런 정성들로 여실히 빚어지는구나. 참 많이 배운다.


*추모곡 Sakamoto Ryuichi - Andata, 2024.6.25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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