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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장윤석 Jul 11. 2024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2024.7.11 마지막

시간은 흘러간다. 때로는 이 흘러감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웃는지 우는지 개의치 않고 제 갈 길을 가니까. 그러나, 그랬기에 우리는 흘려보낼 것들을 흘려보내고 남길 것들을 남겨둘 수 있는 것 같다.     

애도는 기억하는 것일까, 망각하는 것일까. 추모축제를 준비하는 내내 머릿속에 있었던 난제다. 누군가를 그리는 일, 흩어져 가는 기억의 편린들을 회상하고 붙잡아 두는 일은 애도다. 누군가를 잘 보내고, 미련과 회한을 흘려보내어 그가 남긴/그와 남은 생을 살아가는 일도 애도다. 그렇다면 애도는 기억과 망각 사이에 있는 것이려나.     


신승철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삼일 뒤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처음 상복을 입고 상제가 됐다. 그 짧디 짧은 삼일의 시간 속에서 죽음과 애도에 대해 되지도 않는 생각을 했다. 고작, 삼일 만으로는 인연을 풀 수 없다. 애도에 완성은 없겠지만, 미완으로 남았다는 것은 알았다. 비록 삼년상이 지금은 고전 설화가 되었지만, 생태적 지혜가 있다면 거기에 있겠다 싶다. 사람 마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혜가 보이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삼년은 이 애도의 수행을 계속해보려 한다. 누군가를 온전히 떠나보내는 데는 꼭 그와 맺은 인연의 시간만큼이 걸린다는데, 그 기억과 망각의 여정을 마음을 열고 임하고 싶다. 상중이라 해서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이번에서 느꼈듯이, 그 기억과 망각의 과정에는 여러 얼굴의 기쁨과 웃음, 새로운 인연과 만남이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예상치도 못하고 기억에 없던 사건이 생성되는 순산을 반(反)기억 생성의 순간이라고 합니다. 의외의 돌발적인 상황이나 아주 우발적이고 예상에 전혀 없던 순간이 사건의 지평으로 존재하는 것이지요. (중략) 반기억 순간은 매번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에 몇 번 찾아올까 말까 하지요. 그러한 사건은 삶을 요동치게 합니다. 삶의 궤도를 완전히 바꾸어냅니다. 완전히 다른 삶이 열리는 계기인 것이지요. (중략) 그러한 반기억 생성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이를 자신의 삶을 변형하고 이행하게 하는 사건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질적이고 색다른 현실을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넘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심원하게 변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응시하고 직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신승철(2021), 『묘한 철학』, 224-225p     


* 지금까지 신승철학의 시작/시간/시를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정성과 평화 담아, 윤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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