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30
이 글은 나, 너, 우리. 영·활·학. 앓음-앎-아름다움. 에 대한 이야기다. 이 세 가지 낱말의 세 꾸러미를 가지고 어떤 세계를 지어보려 한다. 혹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설명하는 언어이자 이야기를 지어보거나. 말이 거창한데 실은 자연스러운 이야기다. 일기를 쓴다고 생각해보면 쉽다. 아마 말을 배우고 글을 쓸 수 있을 때 즈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으니, 족히 스무 해는 온몸에 배인 습관이다. 이 습관을 잘 관찰해보자. 일기에는 날짜가 들어가고, 가끔은 날씨도 들어가고, 어쩌다 공간도 들어간다. (예컨대 2024년 10월 30일 가을 아침 파주에서) 일기는 내가 쓰지만 그 속에는 너와 우리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 이야기를 쓰는 것은 (실제로는 손이겠지만) 주로 이성이고, 그보다 자주 감성이며, 간혹 영혼이다. 그리고 그렇게 쓴 것들에는 아픈 이야기, 알게 되고 깨달은 이야기, 아름다운 경이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렇게 일기를 쓰다 보면 어느날 질문이 도착한다. 나는 어떤 언어를 쓰고 있지? (당연히 우리말이겠지만) 답은 좀 더 깊은 곳에, 혹은 넓은 곳에, 보다 높은 곳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무 자르듯이 나 아니면 너, T(이성) 아니면 F(감성), 앓거나 아름답거나 하는 흑백의 이분법을 넘어서 이 복잡한 생명과 세계를 풀어내는 어떤 이야기, 내가 짓고 싶은 이야기다.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나누기 바쁜 시대에 이것 그리고 저것 그리고 그 사이 무언가의 것들을 늘여놓는다. 바라는 것은 작은 차이로 생기는 갈등들의 화해와 조화일지도. 나는 이 세 가지 세 꾸러미가 내 안에 모두 있다는 걸 알고 느끼며 믿는다. 하나의 도전이자 일 그리고 놀이로, 글문을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