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27. 끄적임

by 노마 장윤석

며칠간 일기를 제대로 못 써서 이렇게 쓰고자 한다. 혼자 쓰는 일기가 몇 차례 무르익으면 그 다음에는 이렇게 올리는 게 내가 만든 나의 루틴인 것 같다. 가만보면 나는 이상한 J다. 계획을 좋아하고, 계획이 지켜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즉흥적인 무언가도 좋아하며, 더욱이 그 죽흥들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 마음먹은 대로 하루가 한 주가 한 달이 흘러가지 않지만, 조금 길게 보면 다 묘하게 계획대로 된다.

방금 주에게 전화가 왔다. 거진 일 년만에 온 연락이다. 조만간 보게 될 것 같다. 명주에게 언니 결혼 축하 선물 그림 청탁을 했다. 주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화가일 거다. 내가 친구를 사랑해서 그림이 좋은 건지, 그림이 좋아서 좋은건지, 둘 다겠지만 늘 고민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하는 법,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 사실이 자못 기분이 좋다. 오랫동안 같이 늙어가고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얼마 전에 한 달 간격으로 조모를 두 분 여의었다고 한다. 너에게 깊은 위로와 애도가 함께하길 빈다. 너가 말하는 눈물의 힘이 너를 살리길 빈다.

산불에 마음이 시큰하다. 실은 꽤 무감각하다. 감각하기가 쉽지 않다 묘하게도. 비극과 재난들을 어떻게 여기고 살아가야 하는지 조금 막막하기도, 난제 같기도 하달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그렇게 없나, 서울은 어째서 큰 미동을 하지 않는걸까 등등 이상한 생각들만 많이 들고. 전쟁이 나도 끄떡없었으니 말 다했겠다.

오랜만에 카페에 오니 일은 무슨 오랜만의 연락들이 줄을 잇는다. 내 생에 켜켜히 배여 있는 이 관계들, 관계망들이 적잖이 소중한 것 같다. 아침에 열 감독님의 인터뷰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는데 시간은 너무나 빠르다. 마감을 마치고 이렇게 하루를 정돈하는 마음의 시간을 보내니까 좋다.


그럼에도 평안하길, 산불이 얼른 잡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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