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기분이 이상하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어떤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잘못을 한 것 같다. 익숙한 무력감과 우울감을 느낀다. 감기에 독감을 달고 사느라 약해져 있는 탓일까. 일부러 신경 끄려고 애쓰는 그놈의 시국 탓일까. 뭘 어떻게 왜 해야 할지 모르는 내 탓일까. 이것 때문이니 저것 때문이니 할 거 없이 찾아오는 막막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새해를 맞아 착실하게 하나씩 해 나가고 싶었겠지, 만 보기 좋게 꺾여버린 것 같다. 과거를 회상하고 소중함을 연결하고 살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집중해서 보지는 못했지만 그 모든 이야기에 조금씩 공감이 가닿으니 아예 남 이야기는 아닌가 보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쌓여있는 부채들에 짓눌리는 건 아닐까 싶다. 최애 웹툰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어 잔잔히 적잖이 위로가 된다. 분명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장면들이 있을 텐데도, 어째서 이리도 무력한가. 살기 위한 보호구일 텐데, 트럼프가 파리협정을 탈퇴했다던가 동료 시민들이 법정을 때려부셨다던가 수많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죽었다던가 팔레스타인에 휴전 협정이 찾아오나 녹록지 않다던가 이 국가가 둘로 찢어지고 있다던가 하는 그런 몇 줄 뉴스들이 나를 분해하지 못하도록 세상에 대한 의지값을 0으로 세팅해 둔 것은 아닐까.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는 하나의 진리를 알게 모르게 터득해 버린 것이고. 그저, 답답한 것이다. 삶에 사랑이 실종된 것 같다. 욕망이 있다가도 없다. 없다가도 있다. 욕망이 있기를 욕망하지만, 내 무의식은 욕망이 없기를 욕망한다. 양면을 다 보는 시도와 노력은 어느 하나 못 보고 못 하는 것으로 이어지곤 하는지도. 새해 초장(이제는 그것도 지나쳤겠지)부터 희망하기, 뭔가를 희구하기 쉽지가 않다. 지나가는 순간들을 부여잡고도 싶은데, 이것은 물에 빠진 지푸라기를 잡고 싶은 심정인 걸까, 사과나무라도 한 그루 심고 싶다는 심정인 걸까. 방 밖을 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욕망일까 두려움일까. 내 마음을 일부러 황폐하게 두는 자기 파괴의 본능이 크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어떤 말을 얹기가 힘든 때다.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 시대 그 시국에 무언가를 간절하게 했던 이들의 마음은 어디에 그 바탕이 있을까. 얼른 이월이 왔으면 좋겠다. 사랑에 구원을 바라는 마음도 나약한 마음일까. 욕망일까.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