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님 잘 계시죠? 오랜만에 연락하는 선생님께 메시지가 한 통 도착했다. 나는 조금 복잡한 마음이 된다. 무어라 답장할 지도 모르겠고, 내가 잘 계시고 있는지는 더 모르겠으니까. 내 일상이 별로인 건 아닌데, 행복하다면 행복한 시즌인데 왜 마음이 불편한 지 모르겠다. 아주 작은 것부터 – 정리를 몇 년 째 기다리는 외장하드라던가 – 마음먹고 툭 하려는 일도 –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일이라던가 – 이 시기에 집중해서 꼭 해야하는 일까지 – 논문을 써야할텐데 – 영 석연찮다. 오늘에서야 책상을 정리하고 무언가 끌어모아 마음을 냈으니, 결국 올해의 세 달은 준비 운동에 쓴 셈인가. 생각할 것도, 처리할 것도 너무 많다. 작은 것 큰 것 할 것 없이 너무 많다. 항상 비슷하다. 뭐부터 해야하지 하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시작할 계획을 공상하다가, 마지노선에 닥치고서야 나도 모르게 우다다다 해서 해내버리는/못해버리는 나의 루틴. 답장을 못하고 있는 한 시간여 사이로 다시 메시지가 왔다. 문득 생각나서 연락해봅니다. 문득이라, 문득이라. 문득 첫 직장이 생각난다. 첫 직장이 그렇게 중요하다지. 사람의 향방을 좌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내 첫 직장에서 내가 배우고 익힌 것들이 나를 먹여살리고 있으나 동시에, 내가 나의 습이자 관성으로 익힌 것들이 내가 나의 일상을 불편해하는 주된 이유를 자처하고 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이 아니라 위험 – 써놓고 위험하다는 표현은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 하기도 한 것인가. 상처받을 위험을 감수하며 관계를 사랑으로 가꿔가자는 말은 참 쉬운 말이다. 이 곳 절에서 만나는 어떤 분은 당신의 20대가 통째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 시간은 그저 우왕좌왕 갈팡질팡 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 지 실패의 추억을 양분 삼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고. 시간은 참으로 이상해서 절대적인 듯 상대적이고, 느린 듯 빠르며, 야속하되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