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1.끄적임

by 노마 장윤석

내가 논문을 못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스님은 내게 농사를 잘못 지었다고 말씀하셨다. 농사는 한순간의 다짐과 벼락치기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매일매일 들여다보고 물을 주고 살피는 과정이 농사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하지 못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왔다 갔다 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이지 않았으니, 그게 어떤 것이든 될 리 없다. 변명이 늘고, 핑계가 잦다.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편하지 않다. 도망칠 곳은 없다. 이 회피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같이 일해온 선생님의 연락에 답장이 어려운 것도, 지도를 받지 않고 나다니는 것도 섭외 요청을 미루고 미루는 것도 다 내가 감내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하려면 이 도망자 생활을 끝내고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작게나마 당당해야 산다. 그래야 뿌듯하고, 그래야 면목 있고, 그래야 살아간다. 내가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기원에 대한 탐구도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월이다. 벌써 오월이다. 오월은 당당하게 성심 성의껏 해보고 싶다. 마침 커피가 잘 내려졌다. 호흡이 중요하다. 차든 커피든 작아 보이는 그 마음이 결국 성패를 좌우하지 않나. 모든 것이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말은 이럴 때 나오는 거지 싶다.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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