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열다섯

달이 아름다운 밤, 그대에게

by 노마 장윤석

오랜만이에요.


달이 동글동글 아름다운 밤이에요. 마음이 착잡한 날에는 멍하니 달을 바라보면 좀 낫습니다.


잘 지냈나요? 물론 잘 지내셨겠지요. 못 지냈다 말하는 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설사 못 지냈더라도 괜한 걱정 시키고 싶지 않아 잘 지냈다고 말하는 게 우리인걸요. 더군다나 삶을 '잘'이니 '못'으로 가르는 것은 어려움을 넘어 가능치 않은 걸요.


저도 지냈습니다. 다사다난했습니다. 학교로 돌아갔고 서울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했던 사람들과 소원해졌습니다. 사무치게 기쁜 날이 있었는가 하면 견딜 수 없이 우울한 날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공간이 낯설어서 특히 서울이 낯설어서 고생을 했습니다. 꼭 해내리라 다짐한 일에 섣부른 시도였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길을 걸어야할지 막막함에 휩싸이곤 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머릿속에서 떠도는 키워드는 '나'와 '세상'입니다.


'나'.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는 중입니다. 스스로를 살피지 않으면 우울에 잠식당하기 때문입니다. 방심하다가 우울이 엄습하면 무엇에 짓밟힌 듯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나라는 게 한없이 나약해 쉽사리 무너질 수 있음을 이젠 압니다. 그래서 나를 살피려 하고 있습니다. 정신을 갈고닦고 마음을 다스린다고 나를 살피는 것이 아닙니다. 몸의 근육과 마음의 근육은 함께 늡니다.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주말이면 아침에 일어나 뒷산을 향해 달려갑니다. 숨이 조금 가빠지면 천천히 걸으며 나무들의 숨결을 느낍니다.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진달래며 개나리, 벛꽃이 피어가는 과정은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줍니다. 마음이 부자연스러워지면 자연으로 달려가는 게 특효약입니다. 산을 오르며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요가도 시작했습니다. 원최 뻣뻣해 조금 어렵긴 합니다만 인요가 후 나른한 기분이 행복합니다. 명상도 결코 쉽진 않다만 고요함과 차분함이 낯설고 좋습니다. 바쁜 일상의 굴레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거니까요. 건강이 최곱니다.


'세상'. 세상에 늘 마음이 쓰입니다. 미래를 그릴 때면, 세상의 진보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깊은 숲속으로 잠적해 조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게 됩니다. 전자의 삶이 먼저입니다. 젊은 패기로 말미암아 세상을 바꾸겠노라 말하곤 합니다. 학자가 되겠노라 말하고 합니다. 하지만 벌써 버겁습니다. 바꿔낼 자신이 없습니다. 주류의 굳건함을 이겨낼 자신이 없습니다. 자본주의를 멈추어 낼 자신이 없습니다. 애써 자신감을 불어넣지만 나태하고 안일합니다. 치열하게 공부하는 법 없이 하릴없이 왜 살아야 하는 것이며 인생에 의미는 있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의 질문만 남발할 뿐입니다. 변화를 말할 자격이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평생 입만 물에 둥둥 뜨다가, 속 빈 깡통이 되어, 소리만 요란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푸념이 길었습니다. 달을 바라보세요. 달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이 충만해지는 순간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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