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한 필수
새벽 1시 16분.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시간이다.
안 자고 뭐 해, 내일 일 해야 되잖아. 머릿속에선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마음 한 켠은 '오늘 하루종일 내 시간이 없었어. 잠시라도 들여다봐줘'라고 외친다. 그리고 나는 그 울림을 지나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만의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하루를 끝내고 회복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집에 늦게 와도,
아무리 바빠도,
내 시간 내 공간에서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은 이제 나에게 일상이 되었다. 결혼 전 싱글일 때도 그랬고 결혼 후 함께 있어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티브이를 봐도, 여행을 가도, 잠들기 전 아주 잠깐이라도 일부러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편안한 음악을 틀어놓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거나, 내일 일어날 일을 가상으로 그려보거나, 장 볼 목록을 한 번 훑어보는 등의 가벼운 활동에서부터,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나의 이야기를 핸드폰 메모장에 남기거나 예산을 계산하는 등 다소 복잡한 부분을 요하는 일까지 뭐든 상관없다.
하루의 문을 닫기 전,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생각의 자유를 누릴 때 살아있는 느낌과 행복을 느낀다.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서,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서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행복이다. 어떤 날엔 5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마치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가지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작은 열매를 맛보는 것 같은 달콤한 시간이다.
이렇게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면 하루종일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시달리며 도파민에 중독되었던 뇌도 안정을 찾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편안해지며 잠도 잘 온다. 이게 바로 세로토닌이 분비된다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도 수고했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쓴 시간 덕에 아주 편안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