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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21. 2023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은

19유로가 가져다준 사람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과거 오랜 친구여서

큰 도움을 받아서

강렬한 인상이 남아서


또는


너무 사이가 나빠서

이전엔 좋았지만 틀어져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멀어져서


어떠한 계기로든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내가 남아있고 내 기억에 타인이 있다는 건 그 사람과 내가 적어도 한 번은 인연이 닿았다는 걸 의미하니까.



선물받은 펜. (출처=직접촬영)


필기를 할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 펜을 나에게 선물한 사람이다.


같은 직장 동료였고 서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끔 수다를 떨곤 했는데, 내가 먹을 것을 챙겨줬던 것에 대한 보답으로 그는 펜을 주었다. 독일의 유명 필기구 브랜드의 클래식 라인. 가격은 19유로, 한화로 25000원이 넘는 다소 고가의 펜이라 그런지 망가지지도 잉크가 떨어지지도 않는다. 필기감도 상당히 좋다.


펜을 돈 주고 사본 게 5년도 더 되었다. 나라면 그 돈 주고 이렇게 외관이 평범한 볼펜은 안 샀을 텐데 싶다가도, 선물이 아니면 이런 좋은 퀄리티의 볼펜을 써볼 일이 없을 게 분명하기에 그 친구에게 더 고마웠다.




볼펜을 손에 잡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그 친구가 잠시나마 떠오른다.


'참 좋은 물건을 줬네.'

'다른 부서였지만 좀 더 친해져 볼 걸 그랬나.'

'한국에 돌아갔다는데, 잘 지내겠지?'


꼭 비싼 물건을 줘야 사람을 얻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은 물건이라도 마음이 담긴 물건을 준다면 이미 상대의 마음 한 켠에 기억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다. 되도록 좋은 기억이면 좋겠지만,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므로 안 좋은 기억이라고 그 사람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어도 나의 진심을 다한 사람들에게는 웃는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


펜을 선물한 그 친구를 다시 만나면 꼭 밥을 사고 싶다.



제목 사진출처: pixabay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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