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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23. 2023

글이 꼭 교훈적일 필요가 있을까?

나누는 것의 힘

바야흐로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다.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글감을 잘 정리하여 적고 '발행'을 누르면 적게는 수 십 명에서 운이 좋아 플랫폼 메인에 올라가면 수 만 명이 내 글을 본다. 서점에서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낼 수 있는 루트는 더 많고 쉬워졌다.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내놓는 사람은 많아진다니, 어쩌면 '글쓰기'는 감정처럼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점에 들어가는 책은 상품으로써의 조건을 갖추고 독자가 기꺼이 그 정보와 돈을 바꿀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필히 그 책을 읽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책마다 뚜렷하게 장르가 나눠지고 전달하는 바 즉, 교훈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글이 교훈적일 필요는 없다.

내 하루를 나열한 것도 글이고, 생각을 정리한 것도, 세상에 없는 얘기를 쓴 것도 글이다. 도덕적, 법적 문제가 있거나 근거 없이 선동을 부추기는 질 나쁜 글이 아닌 이상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건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담담하게 자신의 아픔을 써 내려간 글, 하루의 고단함을 적은 글, 꿈을 이룬 이야기 등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이지만 누군가에겐 교훈이 되고 치유의 힘을 준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가 참 좋다.

누구나 자신을 글이라는 형태로 담아낼 수 있고 그것을 진지하게 읽어주는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잡다한 기능과 꾸밈이 없어서 깔끔하고, 조용하며, 안정적이다. 낮말은 시리가 듣고 밤말은 페북이 듣는 시대지만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건 여전히 유난스럽지 않은 것들이다.


교훈적인 글이 아닐지라도 좋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의 인생을 나누고 공감하는 것, 그 또한 글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자 역할이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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