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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하 Apr 06. 2024

환불했는데 돈이 안 들어와요

독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쇼핑이 활발하다. 한국만큼 다양한 옵션이나 혜택은 없지만 그래도 웬만한 물건은 거의 온라인에서 살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적어도 한 번은 겪는 일이 교환, 반품(환불)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어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먼저, 대부분의 쇼핑몰은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사이즈가 안 맞아도, 불량이 와도 교환이 아니라 반품 후 재구매가 원칙이다. 주문 한 건 당 택배가 두 번 이상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건 바이 건으로 처리하니 판매자 입장에서도 주문을 관리하기 손쉽다. 제품의 반품기한은 14일에서 100일까지 공급자마다 다양하며, 아마존은 한 달을 주고 있다. 이 기간 안에는 사이즈미스, 단순변심 반품에도 반품 배송비가 무료다. 그래서 한국보다 반품 빈도가 훨씬 높은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분명 반품신청도 했고, 물건도 보냈고, 판매자가 받았고, 환불이 완료되었다고 하는데 계좌에 돈이 안 들어온다. 한국 같았으면 아무리 늦어도 영업일 3일째, 웬만하면 당일이나 다음날 판매자가 취소를 누르자마자 계좌에 찍히며 핸드폰 알림이 울렸을 텐데 독일에선 당최 깜깜무소식이다.  

사이즈 미스로 반품 후 재구매했던 신발. (출처=직접촬영)


내 돈은 어디로 간걸까.


첫 번째 이유는 ’ 독일의 은행 시스템‘ 때문이다.

판매자가 판매취소나 환불을 했어도 독일 은행에서 1-2일 단위로 송금 건을 모아 한번에 처리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돈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지체된다. 그래서 개인 간의 송금도 우리나라처럼 돈을 보내고 10초만에 계좌에 바로 찍히지 않고 자그마치 2일 이상 걸린다 (처음 거래하는 계좌는 3일도 걸린다).


최근에는 이러한 불편을 개선하고자 많은 은행들이 건당 1-2유로의 수수료를 받고 Echtzeit-Überweisung(실시간 이체)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점이 필요 없는 온라인 은행은 실시간 이체를 ‘특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한국에선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다. 여기선 시간을 아껴주는 모든 행위가 돈이다.


두 번째 이유는 ‘판매자의 시스템’ 때문이다.

쇼핑몰 혹은 판매자마다 환불정책이 조금씩 다른데 짧은 곳은 물건 도착일 기준 5일, 대부분은 14-20일을 환불 주기로 정해놓고 있다. 따라서 물건이 판매자에게 도착했더라도 거의 한 달을 기다려야 처리된다.


아마존이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창고를 운영하며 물건이 반품창고에 도착하자마자 프로세스가 완료되기 때문에 은행 영업일만 거치면 바로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 (이 또한 일반 회원보다 프라임이 빠르다).


세 번째 이유는 ‘결제 플랫폼의 시스템‘ 때문이다.

독일에선 결제 플랫폼이 한정적이기에 페이팔과 애플페이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이러한 결제 플랫폼을 통해 결제한 건을 환불받으면 돈이 일단 플랫폼에 1차적으로 부킹 되고, 1-2일 후에 계좌로 송금된다. 따라서 여기서 또 하루 이틀이 지체된다.


실제로 위의 세 가지가 콜라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마존이 아닌 곳에서 환불을 한다면 돈을 받기까지 최소 5-7일 영업일의 여유를 두어야 한다.




이건 ‘독일에서 신용카드가 필요한 이유’와 맞물린다.

만약 취소 후 급하게 다시 결제해야 할 게 있는데 통장에 돈이 없다면 당황스럽다.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상관없지만, 출장 교통편이나 여행처럼 일정과 관련된 일은 금액이 크고 구매 시기도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대체 결제수단’을 갖고 있어야 한다. 평소에 카드 대금 10유로도 안 나올 정도로 신용카드 사용을 꺼리면서도 해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제목 사진출처: Copi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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