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모녀 단 둘이 떠나는 해외여행도 벌써 5번째. 유럽 두 번, 캄보디아, 일본에 이어 이번에는 둘 다 가보지 않은 베트남으로 가게 되었다. 자식이 부모님과 여행을 하면 친구나 파트너와 갈 때랑 다르게 챙겨야 할 부분이 있지만,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함께 여기저기 다닐 수 있는 건 큰 행복이다. 아무리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게 여행이기 때문이다. 다음번엔 네 가족 다 같이 떠나는 여행이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패키지여행을 선택했고, 특히 호텔과 음식에 초첨을 맞추어 고심해서 상품을 선택했다.
패키지여행은 사실 장소만 특정하면 일정은 거의 비슷하기에, 가격과 여행의 퀄리티를 가르는 부분은 항공, 호텔 그리고 먹거리다. 패키지여행 경험이 많은 엄마와 나는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어서 가장 무난해 보이는 호텔이 들어간 상품을 골랐는데, 출발 일주일 전 호텔이 갑자기 변경되었다.
썩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었지만 무조건 '오션뷰' 룸에다 신식 호텔이기에 실망보다는 기대가 컸다.
배정받은 방은 실제로 고층 오션뷰로, 방에서 내다본 미케비치 해변은 그림과 같은 풍경이었다. 언뜻 보면 제주도 같고, 언뜻 보면 스페인 마요르카 같은 베트남 다낭은 안 가본 한국인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다.
사실 동남아 여행이 다 그렇듯, 일부 유명 스팟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그림 같은 풍경에 감탄하는 여행은 아니다. 유럽은 눈이 호강하고 배고픈 여행인 반면, 동남아는 눈이 덜 호강하고 배부르고 대접받는 여행이다. 여기에 저렴한 물가까지 더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오게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여행사에서 큰소리친 '오션뷰'방의 뷰는 끝내주었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도 잊고 있는 가장 큰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덥고 습한 날씨, 그리고 베트남 건물들의 맹점이었다.
방에서 아무리 에어컨을 세게 틀어도 하루종일 습하고 불쾌한 냄새가 가시질 않았다. 소위 5성급 세계적인 체인 호텔에서 이런 경험을 하는 건 24개국을 돌며 처음이라 나도 당황했다. 대만 여행에서 묵었던 1박 3만 원짜리 호스텔에서 비슷한 경험으로 고생했었는데 여기는 그보다 몇 배는 비싼 글로벌 체인 호텔이 아닌가.
날씨를 간과한 우리의 오판이었다고 생각하던 찰나, 베트남 거주 중인 가이드분께서 추가설명을 해주셨다. 건축자본이 부족한 베트남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돈을 받으면 '받은 만큼만' 건물을 지어놓고 몇 년이고 방치해 두었다가 다시 돈이 생기면 공사를 이어간다고 한다. 특히 해외자본이 드는 건물은 팬데믹 때 큰 타격을 입어 기초공사만 해놓고 3년 이상 방치해 두다가 급하게 공사를 마무리한 건물들이 많은데, 이렇다 보니 건물들이 방치되던 시기에 이미 내부가 곰팡이나 습기로 인해 많이 상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날씨를 겪으며 콘크리트 뼈대가 얼마나 썩었을지 상상만으로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이 호텔이 그렇다는 건 아니며,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여행 내내 속이 텅 빈 건물을 수 십 채도 넘게 보았다.
그나마 더운 나라라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만약 사계절을 버텨야 했다면 돈이 생기는 대로 집(주택) 짓기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호텔에 문의해보니, 못 견딜 정도로 습할 때는 제습기를 무료 대여해 준다고 한다. 다낭 유명 호텔에 묵으시는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다.
제목 및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